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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로 만나는 미래] 기억 저장 공간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드라마 <블랙미러>


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을 볼 때, 연인과 두 손을 꼭 맞잡고 있을 때. 여러분은 아마도 이 순간이 영원하길 기도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죽음을 앞둔 당신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다시 젊은 날의 몸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인생을 실컷 누릴 수 있다면요? 기억을 업로드해놓은 가상공간에 접속해 원하는 시대를 선택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생각과 기억을 업로드하는 가상공간이 등장하는 드라마 <블랙미러>의 ‘샌주니페로’ 편을 함께 보시죠. 이 드라마에선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영원히 살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등장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가상공간 샌주니페로

▲ 클럽에 들어간 여주인공 요키 ⓒnetflix
배경은 1980년대, ‘샌주니페로’라는 곳입니다. 어느 날 밤 클럽에 놀러 간 21살 여성 요키는 춤추며 즐기는 청춘남녀 사이에서 홀로 쭈뼛거립니다.

▲ 낯선 클럽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요키 ⓒnetflix
다들 한껏 꾸미고 왔는데 요키의 패션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네요. 두꺼운 안경에 밀키스 색 티셔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동공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샌주니페로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유행했던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의 흥겨운 표정을 보면 아무래도 추억을 배경으로 만든 콘셉트 관광 도시 같습니다. <응답하라 1988>과 라스베이거스를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갑니다. “샌주니페로 주민은 다 시체 같아” “자정이 다가오고 있어.” 시체 같다니요? 자정이 다가오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 클럽에서 요키는 운명의 짝꿍 켈리를 만납니다 ⓒnetflix
그때 클럽에서 요키는 켈리라는 한 여자를 만납니다. 디스코 음악에 몸을 맡길 줄 아는 켈리. 요키와는 정반대의 여성으로 통통 튀는 성격에 춤도 잘 추고 발랄하며 예뻐서 인기가 많네요. 켈리에게 무작정 치근덕대는 남자로부터 그녀를 도와준 요키는 그녀와 친구가 됩니다.

▲ 짠! 술잔을 부딪히며 친해지는 두 사람 ⓒnetflix
그리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죠. 원숙미가 느껴지는 켈리와 모태솔로 요키는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유가 없겠죠.

▲ 가상공간 샌주니페로에 사람들의 기억이 업로드되는 모습 ⓒnetflix
사실 샌주니페로는 가상공간으로서 기억을 업로드해놓는 ‘향수 체험 치료’ 공간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이곳에 접속시켜 행복한 추억이 그득했던 젊은 시절을 즐기게 해주죠. 이 가상공간에선 젊은 몸으로 돌아갈 수 있고,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시대와 배경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죽음과 영원한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택할지, 아니면 샌주니페로에서 영원한 젊음을 누릴 것인지를 말이죠.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육체는 사라져도 업로드해놓은 기억 속으로 접속해 가상공간에서 영원히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마치 천국 같죠?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이곳 주민들은 모두 시체 같아 보인다”던 그 말도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 샌주니페로를 벗어나 현실에서 요키를 만나러 가는 켈리 ⓒnetflix
샌주니페로의 인기녀 켈리, 하지만 가상공간을 벗어난 현실 속 그녀는 사실 죽음까지 3개월을 남겨놓은 시한부 노인입니다. 죽기 전에 샌주니페로에서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접속하는 체험판을 이용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샌주니페로에서 요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그렇다면 요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녀는 왜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야 첫사랑을 경험했을까요? 요키 역시 샌주니페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데요. 반전을 다 말씀드리면 저를 미워하실지도 모르니 드라마 <블랙미러>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샌주니페로,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개발 중인 인류의 기술

현재 인류의 기술로 샌주니페로를 구현할 수 있을까요?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방법, 그리고 현실이 고달픈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상공간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요? 지금 가상현실은 VR기기를 착용해 가상공간을 체험하는 기술까지 구현이 된 상태입니다. 물론 기기를 착용할 때의 불편함이나 착용한 후의 생생함에서는 보완이 필요하지만요.

1. 냉동인간

▲ 인체 냉동 보존회사들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액화질소에 얼려 보관합니다 ⓒCryonics Institute
기술이 더욱 발전해 불치병을 치료하거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때까지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 냉동인간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곳곳에 신체를 냉동하는 회사들이 있죠. 하지만 나중에 샌주니페로와 같은 기억 저장 장치를 이용하려면 인간의 뇌의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복사해야 할 텐데,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어렵습니다. 인간의 뇌의 어떤 부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도 다 밝혀내지 못했으니까요. 희망고문으로 장사를 한다며 혹평하는 이들도 있죠.

2. 인간의 뇌 신경과 컴퓨터를 연결

▲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영화 속 인물들은 뇌를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평범한 프로그래머였지만,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통해 뇌세포에 무술 관련 데이터를 넣은 후 무술 천재로 거듭납니다. 만약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헬리콥터 조종기술이나 외국어 능력을 뇌세포에 넣어,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곧바로 능력자가 될 수 있겠죠! 잊기 싫은 소중한 기억도 뇌세포에 저장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 기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해, 인간의 뇌 신경을 컴퓨터와 연계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뉴럴 레이스(Neural lace・신경 그물망)’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에 입력되는 정보량은 많지만, 출력은 키보드를 치는 두 손에만 의존하기에, 인간의 뇌 수준을 컴퓨터 이상으로 향상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물론 현재 기술로는 사람 뇌에 칩을 이식하기란 쉽지 않고, 뇌의 작동 원리를 모두 알지도 못해 부작용이나 거부반응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계획이 언젠가 실현된다면 신체의 구애를 받지 않고 기억 저장 장치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만약 죽음 이후에 기억 저장 장치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그리고 어떤 시대를 선택해 어떤 추억을 안고 살아가고 싶으세요? 지금까지 드라마 <블랙미러>로 보는 미래의 가상 기술, 기억 저장 장치를 함께 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