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미국의 인공지능 스피커 전문 매체인 Voicebot.ai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 중 약 20%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1위는 아마존의 알렉사(72%)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2위는 구글(18%), 그 외 나머지 사업자들이 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이 어떻게 AI 음성 비서 사업의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요? 또, 아마존이 AI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존의 숨은 의도와 계획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아마존이 AI 사업을 하는 이유
▲ 계산대도 점원도 없는 ‘아마존고(Amazon Go)’가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1월 22일 미국 시애틀에는 계산대 없는 유통매장 ‘아마존고(Amazon Go)’가 문을 열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마존고는 직원, 계산대, 그리고 기다림 없는 소매점을 지향합니다. 아마존고에는 직원과 계산대 대신 수백 대의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설치돼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이 대거 활용됐으며, 특히 사람 눈과 같은 시각적인 인식 능력을 구사하는 ‘컴퓨터 Vision’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공간입니다.
아마존고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아마존고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후 매장에 방문, 원하는 물건을 들고 매장을 나오면 쇼핑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4~5분 후에 스마트폰에서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쇼핑 경험을 완전히 바꾼 것이죠. 그런데, 아마존고를 통해 아마존이 얻으려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아마존고는 기존의 쇼핑 경험과는 전혀 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에도 비슷한 종류의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를 출시한 것인데요. 사실, 아마존이 만든 최초의 음성인식 디바이스는 2014년 4월에 출시했던 주문용 디바이스 ‘대시(Dash)’입니다. 대시 스틱에 있는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주문할 상품명을 말하면, 이전에 주문했던 제품을 자신의 아마존 카트에 넣어주는 식이었죠. 주부들을 겨냥한 제품이었지만 가사나 육아를 하며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아마존 ‘에코’였습니다.
▲ 아마존 최초의 음성인식 디바이스 대시와 에코는 일상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에코는 아마존이 판매하는 물건을 고객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기한 음성 마법사’ 같은 판매 도구였습니다. 에코가 있으면, 노트북을 켜서 아마존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할 필요 없이 음성만으로 주문부터 주문 내역 확인까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아마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쇼핑 외에 정보 검색, 음악 청취, 날씨 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현했고, 전 세계적으로 음성인식 디바이스를 앞다퉈 개발하게 만드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마존은 다양한 디바이스 라인업 출시, 가격 인하, 기능 확대 등으로 디바이스 확산을 본격 추진합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디바이스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 → 가입자들의 Usage 데이터 확보 → 사용자들의 쇼핑 습관 확보 및 추천기술 강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들은 향후 가까운 미래에 아마존에 더 많은 매출과 다양한 신규사업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마존 Way’, 아마존이 1등을 하는 비결
디바이스의 확대
▲ 아마존은 AI 사업을 장악하기 위해 1세대 에코에서 에코 닷(Echo dot), 쇼(show) 등 알렉사가 탑재된 자체 디바이스를 계속 출시합니다
아마존이 잘한 것 중 첫 번째는 자체 하드웨어를 지속해서 출시해 경쟁사 구글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Home PoC를 선점,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맨 처음 출시한 에코의 가격이 199불로 선뜻 사용하기에는 비싼 감이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AI를 궁금해하는 고객들을 위해 크기를 대폭 줄이고 가격을 낮춘 에코 닷을 보급형, 체험형 디바이스로 차별화해 일반 고객 확산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후 이동형 디바이스인 에코 탭(Echo Tap), 에코닷 2세대를 연달아 출시하고, 2016년 10월에는 정보 전달력의 강화를 위해 파이어 스틱(Fire Stick, IPTV), 파이어 태블릿(Fire Tablet)에도 알렉사를 탑재합니다. 특히, 태블릿에는 Voicecast(타 디바이스로 캐스팅) 기능을 적용해 음성과 화면으로 동시 답변 및 추가정보를 제공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습니다. 2017년 6월에는 아예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에코 쇼(Echo Show)를 출시해 영상통화, 비디오 재생, 음악 가사 표시 등 화면을 활용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했습니다. 이처럼 아마존은 자체 Reference 디바이스 출시로 AI 가입자를 직접 확보하면서 AI 사업에 대한 비즈니스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CES부터는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3rd Party 디바이스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마존이 부스를 차려서 출품하지는 않았음에도 여기저기서 알렉사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은 것이죠. 아마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 10월에는 4개의 디바이스를 동시에 공개합니다. 중가 가격대로 포지셔닝 한 올 뉴 에코(All New Echo, 99불)부터 유선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에코 커넥티드(Echo Connect, 34.99불)까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디바이스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변화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존은 2017년 구글이 저가형 구글 홈 미니를 출시하며, 추격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말 전체 미국 시장의 72%를 점유하며 당당히 1위 자리를 지켜내게 됩니다. 아마존은 현재도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세계 3대 가전·정보통신 전시회 중 하나
▲ 아마존의 알렉사는 미국 내 AI 스피커 이용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사용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rd Party Skills 확대와 Ecosystem 구축
▲ 아마존은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알렉사 제휴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3rd party skills를 지속 확대 중입니다
아마존이 잘 한 점 두 번째는 조기에 ASK(Alexa Skills Kit)를 만들고 오픈해 3rd Party가 참여하는 공유, 협력 생태계를 빨리 조성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구글, 애플과 같은 ICT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AWS(Amazon Web Service) cloud Infra와 이를 운영하는 Operating Power를 가지고 있었고, 아마존 상거래(Amazon Commerce) 사업의 제공원칙이기도 한 고객의 서비스(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스마트폰 내 App 생태계와 같은 아마존 중심의 Skills 생태계를 구축, 확장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아마존이 2015년 6월 ASK(Alexa Skills Kit)를 최초로 공개한 이후, 초기 Skills 수가 증가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Skills를 이용할 수 있는 PoC도 많지 않았던 데다가 음성인식 스피커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3rd Party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우버(Uber, 2016년 2월), 핏빗(Fitbit, 2016년 3월) 등 주요 대표 Skills 들을 빠르게 출시하면서, 알렉사 관련 서비스/제품 스타트업을 장려하기 위한 1,000억 원의 기금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이외에도 개발 지원을 위한 개발자 포털(developer.amazon.com) 운영, 알렉사 개발대회 개최, 개발 후원 등 다양한 지원을 지속했습니다. 그렇게 한 결과 2016년 11월이 되자, Skill 수는 5천 개에 육박했고, 2017년 3월에는 1만 개에 도달한 이후 1년 후, 2018년 3월에는 skills 수가 3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알렉사 skills 수가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의 많은 개발자가 알렉사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줌과 동시에 고객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알렉사 skills는 2018년 3월을 기준으로 3만 개를 초과하면서 명실상부한 3rd Party 음성 skill 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기준 구글 어시스턴트 앱 수가 불과 2천여 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이 제휴 서비스 보급이나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얼마나 앞서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올해도 계속해서 ‘Alexa Skills Challenge’ 등의 프로그램을 개최하면서 killer skills 개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외에도 알렉사의 스마트홈 사업 강화를 위해 스마트 초인종 업체 ‘Ring’을 1조 원에 인수하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도 보이고, 음악 서비스 이외의 Killer 서비스 개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7년 5월부터는 알렉사 스피커 간 무료통화 기능을 탑재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스마트폰 App, 태블릿 등으로 통화 기능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또, 에코 스팟(echo spot)을 통한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와 미디어 서비스의 killer 가능성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어떤 서비스가 과연 제2의 Killer 서비스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 디바이스는 앞으로 필수품이 될 것이며, 내 주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아마존 알렉사가 얼마나 더 큰 물결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