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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편.서울의 인구는 줄지 않는다?

▲ 서울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입니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전쟁의 폐허가 가득했던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섰습니다. 서울은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로서 우리 사회 행정, 정치, 경제의 중심이자 글로벌 시대 네트워크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쇼크’의 파장은 서울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빠른 속도로 변화해 온 서울은 앞으로 어떻게 모습을 바꿔 갈까요?

서울시의 인구 추이부터 살펴볼까요? 전쟁 발발 이후 서울이 수복된 시기에 서울은 100만 명 인구의 도시였습니다. 그러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1960년대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963년 행정구역의 확대로 325만  명으로 늘어 3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되었고 1970년 543만 명, 1976년 725만 명, 1983년 920만 명 그리고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1028만 명으로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로 변신했습니다. 특히,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동안은 매년 약 50만 명이 서울로 이주했습니다.

1992년에는 1096만9862명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25.1%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국 인구 4명 중 1명이 ‘서울사람’이었던 것이죠. 이렇듯 급격하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서울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행정, 도로, 교육, 치안, 경제 시설, 병원 등 수많은 기능을 갖춰왔습니다. 그렇게 서울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서울의 인구는 어떨까요? 2017년 말 기준 서울 인구는 985만7426명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7만3190명 줄어든 수치입니다. 2010년 1057만5447명 이후 7년 연속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변동의 영향이라고 설명합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은 서울만의 독특한 인구 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서울은 20대 인구를 빨아들이는 ‘20대 블랙홀’ 도시입니다. 지난 17년 동안 서울의 20대 인구 유입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20대 인구가 매년 서울을 향해 이동하죠. 이는 전국 주요 대학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학 입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요?

둘째, 20대를 빨아들이는 만큼 30대를 내보내는(?) 도시라는 점입니다. 이는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일어나는 ‘탈(脫)서울’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서울의 주택 가격은 지난 8월까지 무려 48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상반기에만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한 인구가 18만6900여 명으로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주한 숫자를 뺀 순이주자 6만6200명 중에서 30대 순이동자 수가 1만9387명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또, KTX나 GTX(광역급행철도)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도 ‘탈서울’ 현상을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이미 전국은 일종의 ‘서울권’으로 2~3시간이면 전국 어디나 쉽게 오갈 수 있는 만큼 서울의 중심으로 모이던 인구는 서울 주변으로 이동하게 되었죠.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는데 이처럼 ‘탈서울’ 현상마저 빨라지면 서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서울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지 않을까요? 수도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다른 지방 도시들처럼 ‘소멸의 위기’를 마주하지는 않을까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의 저자 임동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서울의 인구는 절대 줄지 않는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그는 “이제 서울은 한국 사람들만 사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 인구 이동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기회를 찾고 정착하며 새로운 ‘서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출산율 저하가 더 빠르게 찾아온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의 주요 도시들은 해외 인구 유입을 통해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서울의 인구 감소는 막겠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첫째는 서울 시민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입니다. 임동근 교수는 “도시가 성장하려면 문화적 다양성을 주요 모토로 삼아야 한다”면서 “뉴욕이나 파리가 발전한 이유는 도시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관용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훈련을 주요 이슈로 삼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서울살이하면서 다인종, 다국적 사람들을 얼마나 포용하고 그들과 같이 협력할 수 있는지가 도시 발전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죠.

둘째, 세계도시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서울이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되어 있냐는 것입니다. 즉, 서울의 역동성을 고려한 인구 정책과 미래 설계 등이 준비 되었냐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도시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라고 합니다. 도시에 안정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력을 키워가려면 도시 내외부 인구 이동은 물론 서울권의 확장, 해외 인구 유입 및 유출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지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은 두말할 필요 없이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 서울의 흥망성쇠는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인구변동의 관점에서 우리의 수도를 바라보는 통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