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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편. 스웨덴의 워라밸에 저출산의 해결책이 있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작한 웹드라마 ‘I와 아이’ 1화의 한 장면은 대한민국 일하는 엄마 아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직장 상사의 눈치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 회사원 조 대리. 마침 아내도 바쁜 날이어서 아이를 돌보러 일찍 퇴근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옷에 케첩을 뿌리고 피를 토한 척 꾀병을 부리기로 한 조 대리. 놀란 상사는 증상을 보니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다며 구급대원을 부르고 조 대리는 격리 조치를 당하고 맙니다. ‘애 보러’ 가려다 ‘에볼라’ 환자로 몰린 것이죠.”

앞서 소개한 내용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작한 웹드라마 ‘I와 아이’ 첫 회의 한 장면입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낸 드라마인데요. ‘웃픈’ 이야기 속에 부부간 육아 분담, 직장 내 육아 휴직제,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벨) 등의 주제가 녹아있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이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담은 것이 아닐까요?

저출산 위기에서 출산율 반등까지, 스웨덴의 비결은?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1970~80년대에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겪었습니다. 그 중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저출산 현상에 대응한 나라로 꼽힙니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대 약 1.5명에서 최근 약 1.9명으로 상승했습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대표 국가로 여러 나라의 ‘롤모델’이 되었는데요. 과연 스웨덴의 저출산 대책은 무엇이 특별했을까요?

▲ 포스터의 주인공은 스웨덴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레나르트 달그렌으로 육아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자료: 스웨덴 사회안전청

출산율 반등의 첫 번째 비결은 스웨덴 정부의 ‘성 평등 정책’과 ‘가족친화정책’입니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인 ‘부모보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육아휴직 명칭을 ‘엄마 휴직’에서 ‘부모 휴직’으로 변경한 것도 이때입니다. 위 사진은 부모보험제도 도입 이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스터입니다. 스웨덴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레나르트 달그렌이 아이를 돌보는 포스터는 큰 호응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남자가 ‘진정한 남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첫 도입 당시 180일이던 육아휴직 기간은 현재 480일까지로 3배 가까이 길어졌습니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하루에 6시간까지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가 아플 때 아이를 돌보기 위해 쉬면 80%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변강호휴가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이외에도 1994년에는 육아휴직 중 아버지가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가 소멸하는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했으며 이는 4주에서 현재 90일까지 늘어났다고 하네요.

 

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율을 낮춘다? NO!

▲ 스웨덴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평균치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여성 취업률을 꾸준히 높여왔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스웨덴은 1990년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비율을 70%까지 높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웨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80%를 넘었습니다. OECD 평균(63.6%)과 한국(58.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구 전문가들은 스웨덴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성공한 요인으로 △저출산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를 했다는 점과 △모든 정책을 성 평등 관점에서 기획하고 시행했다는 점을 꼽습니다. 스웨덴은 1960년대에 이미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활발한 사회적 토론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웨덴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부부인 군나르·알바 뮈르달 부부가 1934년에 펴낸 ‘위기에 처한 인구문제’ 보고서에는 “여성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구조가 굳어지면 저출산이 심각해진다”며 “모든 가정에 대한 평등한 출산과 육아 정책, 여성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정비와 노동시간 단축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방향을 설정한 후 큰 틀은 유지한 채 끊임없는 수정·보완을 거쳐 저출산 대응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 대사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경제활동과 가정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더니 출산율 증가가 따라온 것”이라며 “일과 삶의 균형이 잡혀있기 때문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계속 돌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웨덴의 성공전략,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근로와 육아가 공존할 수 있는 제도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육아기 근로시간 하루 1시간 단축, 통상임금 100% 보장,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활용 촉진, 중소기업의 일 생활균형 지원 등의 대책도 큰 틀에서는 스웨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이런 대책들이 우리 사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며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나홀로 일과 생활의 균형도 어려운 마당에 ‘아이’와 함께하는 워라밸이 이런 제도들로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출산은커녕 ‘연애하기 좋은 나라부터 만들라’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2016년 기준 20대 후반 75%에서 30대 초반 62%, 30대 후반 58%까지 떨어진 뒤 40대 후반에 다시 70%로 반등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보여주는 ‘경력 단절’ 문제, OECD 평균(14.1%)보다 훨씬 높은 한국 남녀 평균 임금 격차(36.7%, 2016년 기준) 등 현존하는 성평등에 관한 크고 작은 논란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결책은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총체적이고 과감한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성공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다가올 인구쇼크를 막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