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the content

34편. 노인 기준 연령으로 적합한 나이는 몇 세일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만큼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현행법률상으로 ‘노인’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모두 일컫습니다. 그런데 “몇 살부터 ‘노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일까?”라는 질문을 두고 여러 의견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해 말 20~69세 근로자 3,500명에게 ‘몇 세 이상을 노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분석 결과 노인 기준 연령은 응답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습니다.

20대 응답자들은 67.7세 이상을 노인으로 볼 수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해 30대와 40대는 각각 68.6세, 50대는 69.7세, 그리고 60대 응답자는 70.2세라고 답했습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68.9세로 현행 65세보다는 노인 기준을 4세 정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규정들은 그 기준이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요? 만약 노인 연령의 기준을 바꾼다면, 예를 들어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규정을 변경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노인 연령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국제사회에서 ‘65세 이상’이 노인의 기준이 된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통 19세기 독일 총리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시초로 전해집니다. 이후 여러 국가는 UN이 제정한 고령 인구 기준에 근거했죠. 우리나라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현재의 만 65세 기준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만 65세 기준이 만들어진 1980년 무렵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66.1세(남성 61.9세, 여성 70.4세)였습니다.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16년 기준 82.4세(남성 79.3세, 여성 85.4세)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전체 인구 중 고령 인구 비중도 빠르게 늘어났는데요.

우리나라는 2018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2065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이는 전 세계 유례없이 빠른 속도이기도 합니다.

이에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는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 ‘고령 인구’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건강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65세를 넘은 사람 중에서도 ‘아직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주변에 건강과 활력을 자랑하는 멋쟁이 어르신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전국 65세 이상 1만299명을 대상으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86.3%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노인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2017년 1월 일본노년학회 등에서는 고령자를 ‘75세 이상’으로 올리고 65~74세는 ‘준고령자’로 새롭게 구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근거로 10년 전보다 신체 움직임이나 지적 능력이 5~10세는 젊어졌기 때문에 60세 언저리에 정년퇴직을 맞고 은퇴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점을 제시했죠.

두 번째 이유는 노인 연령의 기준을 올리고 정년 나이도 높아지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고령자의 기준을 70세까지 올려 고령자에서 제외되는 65~69세 대다수가 당연히 일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그만큼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기준을 70세로 올리면 연간 최대 3조 원 가량의 재정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인권과 관련된 이유도 있습니다. 나이로 노인을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것이죠.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차이를 무시하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5년 대한노인회에서는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후 정부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노인의 기준을 만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 범위가 줄어들게 돼 노인들이 반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직장의 정년 나이도 동시에 조정되지 않는다면 소득이 없는 기간이 길어져 우리 사회 큰 문제 중 하나인 노후빈곤을 심화시킬 수도 있죠.

지난해 경기복지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릴 경우 노인의 절대 빈곤율과 상대 빈곤율이 각각 10.2%, 8.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해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젊은 세대와의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젊은 층의 고용기회를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현실적으로 일하기 원하는 노인세대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충족시켜줄 양질의 일자리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노인 연령 기준을 무턱대고 올리기 전에 양질의 노인 일자리 사업인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기업, 기업 연계형 사업의 비중을 먼저 높여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노인과 청장년 사이의 세대 갈등은 이미 우리 사회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복지와 사회 재원의 분배 문제뿐 아니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 노인 혐오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의 변경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번 고민해야 할 사회적 어젠다(agenda)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