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지금도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위) yahoo, (아래) spiked
#1. 싱가포르
아시아의 금융허브 싱가포르는 1980년대부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고민했습니다. 적극적인 출산 장려정책에도 아시아 꼴찌 수준의 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싱가포르의 선택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생산가능 인구를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2000년대에 싱가포르는 2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게 영주비자 신청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에겐 공공주택 입주나 공적연금 가입도 가능하게 했죠. 이 효과로 2000년 402만8,000명이던 인구는 2015년 553만5,000명으로 15년 사이 37.4% 급증했습니다.
#2. 독일
1960년대 이후 독일은 젊은층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2004년부터 전체 인구가 본격 줄어들기 시작해 2011년 최저(8,027만 명)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이민자들과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2005년 새 이민법에는 ‘독일은 이민국가’라는 문구를 적시했습니다.
2012년 ‘고학력자의 이민을 쉽게 하는 유럽연합(EU) 지침’을 시행하고 2013년부터는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도 이민자와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죠. 그 결과 독일 인구는 2015년 8,169만 명, 2016년 8,280만 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두 나라의 사례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저출산과 고령화가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면 인구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민자 수용 이슈는 생산가능 인구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 인구)는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노동공급을 줄이고 총저축률을 낮추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27년 생산가능 인구가 2017년 대비 7% 감소하고, 20대 청년인구는 20% 줄어 노동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우리도 해외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노동공급을 늘려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조세기반을 확충해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이민자 적극 수용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설명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석학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교수는 순이민율(전체 인구 대비 순유입된 이민자 수의 비율)이 1% 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경제학자 사이먼 뱁티스트(Simon Baptist)는 세계경제연구원 포럼에서 “한국은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규모가 2050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이민자를 받는 등 노동인구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자 유입정책에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순히 노동력 공급만을 위한 이민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또 만약 저소득층이나 비숙련직으로 구성된 신규 이민자가 많이 유입된다면 오히려 취업경쟁을 심화시키고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나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한국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 및 다른 나라와 비교 그래프
특히 과연 우리 사회가 이민자를 받아들일 정서적인 준비가 되었는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전국 19~74세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8%가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같은 질문을 받은 미국(13,7%), 독일(21.5%), 호주(10.6%)에 비해 꽤 높은 수치입니다.
더 나아가 언어와 문화가 각기 다른 다양한 인종이 유입되면 여러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는 등 사회통합 비용이 편익을 추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습니다. 최근 예멘 난민을 둘러싼 여론에서 보듯이 외국인들을 배타적인 시각에서 보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아직 많이 잠재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민자 수용을 둘러싼 논쟁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민에 대해 우리보다 개방적인 유럽에서도 이민자나 난민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추세입니다. 또 위에 소개한 싱가포르나 독일의 예처럼 이민자 유입정책이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으로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야외집회가 엄격히 금지된 싱가포르에서는 이주 근로자가 늘면서 이들이 임금을 낮추고 주택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이민 장려 정책에 대한 완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역시 이민자 수용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민자 범죄가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경제부양 효과도 없이 자칫 사회적 갈등비용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체류 외국인 현황 및 주민등록인구 대비 비율 그래프
그렇다면 우리는 이민자 수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체제가 확대되면서 국가 단위를 구분짓는 경계가 약해져 대다수 나라에서 이민자의 유출과 유입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역시 국내 체류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민자를 단순히 노동력이나 인구 문제 해결의 도구로 받아들인다면 사회통합 차원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울대 박경숙 교수는 “이민자 증가와 네트워크 형성은 우리가 인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이민자 유입 정책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자들을 받아들일지 말것인지 여부는 매우 논쟁적인 이슈입니다. 그만큼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찬반이 크게 갈린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코앞에 닥친 인구쇼크의 대안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