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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면 자동으로 내 건강체크를? 헌혈 앱 만드는 SKT 매니저 3인

‘헌혈’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착한 일? 아픈 것? 영화표? 헌혈과 재헌혈 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요즘. 남을 위한 헌혈만이 아니라, 내게도 좋은 헌혈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인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주인공은 SK텔레콤의 2년차 매니저인 김광섭, 안혜연, 정주상입니다. 2018년에 입사한 세 사람은 헌혈자의 혈액 데이터를 관리해, 헌혈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죠.

이들의 아이디어는 SKT의 ‘신입 매니저 연수’에서 프로젝트 제안 및 사회적 가치 분야 1위를 수상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죠. 지금 이들 셋은 본업을 잠시 내려놓고 SKT 사내 스타트업 ‘Red Connect TF’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SKT와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월 29일 헌혈 앱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만나 ‘헌혈 앱’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또한, ‘나’한테 좋은 헌혈 앱은 과연 어떤 것일지, 함께 확인해보세요

헌혈자 본인에게 좋은 헌혈을 제안합니다

▲ 왼쪽부터 안혜연, 김광섭, 정주상 매니저

SKT Insight: SKT와 대한적십자사가 협약을 체결한다면서요! 여기 계신 세 분이 모여 아이디어를 제안한 결과라던데요.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들려주세요.
광섭: 동기들을 비롯해 많은 분께서 수고했다고 축하해주셨어요. 사업을 많이 진행했던 분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라”라고 조언해주기도 하셨고요.

주상: 일단 기쁜 마음이 커요. 지난해 내내 논의했던 게 결실을 맺었잖아요. 본격적으로 시작할 환경이 조성됐으니, 설레면서도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돼요.

SKT Insight: 세 분은 어떻게 한 팀이 되었어요?
혜연:
SKT 2018 신입사원 연수에서 만났어요. 그때 팀이 랜덤하게 꾸려지는데요. 다행히도 마음이 맞아서 지금까지 잘 굴러오고 있어요.(웃음) SKT 신입사원 연수에서 사회적 가치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시간이 있는데요. 그때 우리 팀은 ‘헌혈’을 제안했습니다.

▲ SKT 김광섭 매니저

SKT Insight: 여러분이 기획하고 개발을 준비 중인 ‘스마트 헌혈 앱’을 소개해주세요
광섭: 먼저 ‘헌혈’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SKT Insight: 영화 표 주는 것…?
광섭: ‘헌혈’에 관한 생각을 물으면 사람마다 다른 답을 말해요. 영화 표 받는 것, 무섭고 싫은 행동, 또는 그냥 안하고 관심없는 것. 정작 헌혈의 본질은 떠올리지 못해요. 그러니까 헌혈을 잘 안 하죠. 설령 한 번 하더라도 열에 아홉은 그만두고 평생 다시는 안하는 거예요.

SKT Insight: 그래서 어떤 고민을 했나요?
광섭: 사람들 머릿 속 프레임 을 바꿀 방법을 생각했어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죠. “’헌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왜 헌혈을 그만두세요?”라고요. 묻다보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한두 번 정도는 착한 일을 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고요. 그래서 헌혈자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포인트를 떠올리다가 앱을 기획했습니다.

SKT Insight: 이 헌혈 앱은 헌혈하는 사람 본인에게 어떻게 도움이 돼요?
광섭: 헌혈한 이후 혈액 검사 결과를 꾸준히 누적해서 혈액을 제공한 사람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아직 개발 중이라 어떤 건강 정보가 담길 거라고 확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요. 헌혈한 정보를 바탕으로 헌혈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 등등의 정보를 생각하고 있어요.
마침 우리가 속한 SKT는 ICT 기업이니 우리가 이걸 만들자고 제안해서 대한적십자사로 찾아간 거예요.

SKT Insight: 어려움도 없었나요?
광섭: 물론 있었죠. 혈액 정보는 생각보다 꽤 민감한 정보입니다. 그래서 앱을 만드는 우리를 비롯해 헌혈자를 제외한 누구도 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끔 보안성을 높이는 논의를 대한적십자사와 논의했어요. 이것만 4~5개월 걸렸어요. 올 1월에 저희 회사와 대한적십자사 간 MOU가 체결됐고,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단계예요.

SKT Insight: ‘헌혈’이라는 소재를 떠올린 계기가 궁금해요.
광섭: SKT 신입사원 연수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사회 가치를 높이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라는 시간이었죠.
저희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는데 병원에 있다보면 환자들이 많이 수혈을 받습니다. 그런데 혈액이 부족하거나 재고량이 떨어지는 날이 있더라구요. 환자들은 철분을 맞으면 버티곤 했어요. 이 문제를 얘기하니 팀원들도 사회적인 문제로 공감하더라고요.

▲ SKT 안혜연, 정주상 매니저

혜연: 인터넷 헌혈 커뮤니티에도 이런 게시물은 하루 한 건씩 꼭 올라와요. 예를 들면 “친구 어머님이 사고 당하셨는데 지금 당장 수혈받을 혈액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 “너무 간절해서 여기 들어와서 글을 올린다.” 같은 글이요.

SKT Insight: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겠네요.
혜연: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 시도때도 없이 헌혈의 집에 찾아갔어요. 헌혈하고 나온 분을 붙잡고 인터뷰했죠. 저희가 만든 앱 프로토타입(시제품)을 헌혈의 집으로 들고 가서 “이런 서비스 나오면 어떠시겠느냐?”라고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오픈카톡방 열어서 헌혈자들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있어요. 계속 의견을 구하고 데이터를 수집했죠. 저희만 만든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헌혈하는 분 모두와 함께 솔루션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광섭: 방송 멘트 같다.(웃음)

주상: 최대한 헌혈하시는 분들 목소리를 반영해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나를 위해 헌혈하도록 도와드릴게요!

SKT Insight: 본업과 헌혈 앱 개발을 병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어요?
혜연: 저와 광섭님은 SKT 이동통신사업부로 입사했고, 주상님은 AI 개발자로 입사했죠. 지금은 원래 입사했던 팀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헌혈 앱을 개발하고 있어요.

SKT Insight: 원래 하기로 했던  업무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주상: 입사 당시엔 개발 쪽으로 커리어를 기대했죠. 초창기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대부분 기획이다보니 잘 하고 있는 걸까 고민도 들었지만요. 이젠 실제 앱 개발에 들어가는 단계라, 개발 쪽 역량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혜연: 셋 가운데 이 프로젝트를 꼭 하자고 많이 얘기한 사람이 저였어요. 이 때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회사였다면 못할 경험이기도 했고, 저희가 주도적으로 낸 아이디어로 해볼 수 있는 사업이니까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도 생기고요.

SKT Insight: 여러분이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요?
광섭: 이 앱이 해결하려는 것은 하나예요.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헌혈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지금 헌혈자 10명 중 9명이 다시는 헌혈을 안 한다면, 그 가운데 자기 건강에 관심 있는 1~2명이라도 재헌혈을 마음먹도록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SKT와 대한적십자사가 협약을 맺어,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헌혈 앱 개발에 돌입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이 헌혈 앱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해주세요. 아래 링크는 이들이 만든 헌혈 오픈채팅방입니다. 헌혈 천사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아이디어도 던져 주시고 이야기도 나눠보세요!

사진. 김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