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체조 부문 사상 첫 7관왕이 탄생했다. 마루,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에 개인종합까지 전 종목 금메달을 쓸어 담은 이는 고등학생이던 문건영(충남체육회) 선수였다. 이후에도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1위,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등 실업 무대 진출 첫 해인 2025년까지 두각을 나타내며, ‘제2의 양학선’을 꿈꾸는 유망주로 성장하고 있다. 큰 형과 둘째 형을 이은 ‘체조 삼형제’ 중 막내이자, 기계체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주목 받고 있는 문건영 선수를 SK텔레콤 뉴스룸이 만났다.
형들 따라 시작한 기계체조, 국가대표까지
소년부 시절 문건영 선수의 모습. (사진 : 문건영 선수 제공)
문건영 선수(왼쪽)와 문경록 선수(가운데), 문경수 선수(오른쪽) 기념촬영 모습. (사진 : 문건영 선수 제공)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마루 종목 금메달을 수상한 문건영 선수. (사진 : 문건영 선수 제공)
문건영 선수가 체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두 형의 영향이었다. 형 문경록(포스코 이앤씨), 문경수(공주사범대)에 이어 자연스럽게 체조에 발을 들였다. 그는 “형들이 기술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저도 하고 싶어서 따라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형들과 함께한 소년부 시절에는 기술적인 조언도 자주 받았다. 세 형제 모두가 체조를 했기에, 집에서도 서로 연습을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 그가 중학교 1학년이던 2019년에는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마루 종목 금메달을 수상했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났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기쁨이 밀려왔어요. 그 대회가 계기가 되어, 이후에는 ‘작년 대회 우승자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며 더 노력하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기계체조는 마루운동,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의 여섯 종목으로 구성되며, 선수마다 강점과 약점이 나뉘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특정 종목에 집중하기도 하고, 또는 모든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도 많다. 물론 후자의 경우, 6종목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문건영 선수는 2년 연속 남자 기계체조 국가대표로 선발된 바 있다.
모든 종목에서 고른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문건영 선수의 경우, 도마와 평행봉이 자신 있는 종목이라고 꼽았다. 다만 “링 종목은 근력이 많이 필요한데, 아직 근력이 부족해서 조금 어렵기도 해요”라면서, “그래도 약점을 보완하려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23년 전국체전 7관왕, 2025년 국가대표선발전 종합 1위라는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3형제 중에서도 유일하게 2년 연속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형들을 넘어선 결과를 만든 셈이다.
‘양1’처럼 높이 뛰어올라 LA올림픽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유망주로 성장해왔지만, 문건영 선수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2024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당시, 국가대표 자격으로 처음 시니어 국제대회(2024 우즈베키스탄 터슈켄트 기계체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으나 도마 종목 결승 무대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후 3~4개월 간 오로지 재활에 집중하며 복귀 준비에 매진했다. 꾸준한 재활 끝에 같은 해 10월, 전국체전(제105회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남자 18세이하부 3관왕(철봉∙평행봉∙개인 종합)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문건영 선수는 2028년 열리는 LA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건영 선수는 도마 종목의 고난이도 기술 ‘여2’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성인이 된 올해,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충남체육회)에 입단해 시니어 선수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는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충북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마루 종목에서 동메달을 거둬들였고, 오는 7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라인-루르 세계대학경기대회(2025 하계 유니버시아드)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리고 하반기에 있을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 3개가 목표입니다.”
문건영 선수는 평행봉과 도마 종목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올림픽 출전도 문건영 선수의 꿈이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은 연령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2028년 LA 올림픽을 향한 준비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 기계체조의 두 레전드인 양학선 선수, 여홍철 선수처럼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여홍철 선수의 ‘여2’ 기술이다. 기술을 시전하면서 부상도 여러 번 입은 만큼, 완벽하게 체득해내겠다는 다짐을 들려줬다. 또, “여2에서 반 바퀴를 더 도는 양1도 도전하고 싶어요”라면서,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문건영 선수는 자신을 “승부욕이 강하지 않지만,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6종목 모두에서 중요한 ‘착지’를 강조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소에도 진천선수촌에 남아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 점검하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양학선 선수뿐 아니라,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 필리핀의 카를로스 율로 선수까지 다양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지난 2024년 문건영 선수는 SKT와 스포츠꿈나무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SKT의 후원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라며, “전보다 더 많은 응원을 받는 만큼,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기술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다듬으며 무대를 넓혀가는 대한민국 남자 기계체조의 미래, 문건영 선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