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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즐거운 상상? 디지털 아트

▲ 예술 분야의 확장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디지털 아트에 대해 알아봅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몇 차례의 산업혁명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고, 인간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됐습니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생산성 향상,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많은 혁신과 변화가 있었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서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있을까요? 필자는 최근 럭셔리(Luxury) 산업과 ICT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시도하면서 럭셔리 산업의 본질에서 느낀 것을 토대로 글을 풀고자 합니다.

프랑스 디자이너인 ‘폴 이리브(Paul Iribe, 1883~1935)’는 럭셔리가 ‘실용적인 요구 끝에서 시작된 새로운 욕구(A need that begins where necessity ends.)’라고 말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자녀교육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죠. ‘예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때 예술을 향유하려는 욕구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이 미술품에 접근하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필자는 대학 시절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또한 미술 전공자 자녀를 둔 입장에서 미술 분야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접목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으며, 이에 관한 즐거운 상상을 해봤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미술의 접목

▲ 미누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개인이 소장한다는 것은 예술 애호가에게 있어서 분명 구미가 당기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술품의 높은 가격 때문에 실제로 일반인이 소유하기에는 어렵죠. 최근 미술 작품의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디지털 판화’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판화는 오리지널 회화를 고해상 카메라로 촬영해 ‘피그먼트(안료의 한 종류)’로 인쇄한 다음 액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쓰인 작품들은 미리 작가의 동의를 얻은 것입니다. 발전된 인쇄기술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작이 아닌 원작과 같은 작품을 보유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실제 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한정판’ 형태이기 때문에 작품의 가치도 인정받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하나의 작품을 디지털화하고 다시 복제함으로써 미술 애호가의 저변을 다소 넓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의 경우에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인쇄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이미지 자체에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죠. 이 때 그림에 생동감을 부여하거나, 색조 변형이나 합성 등의 다양한 효과를 넣어 새로운 형태의 미술 콘텐츠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액자 형태의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다면 새로운 미술 소비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미술 작품을 디지털화 한다면 생활 속에서 명화를 더 쉽고 가까이 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 작품을 디지털 액자 형태로 제작해 거실에 놓고 감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원화를 그대로 살리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그림에 생명력과 스토리를 불어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일부 갤러리나 전시회에서 이런 형태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2015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진시영 작가의 <디자인 플라워 프로젝트>, 출처: 진시영 작가 페이스북

지난 201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65인치 텔레비전 5대를 연결해 대형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이 대형 화면에 상영된 작품은 진시영 작가의 <디자인 플라워 프로젝트>입니다. 한국화의 거장 ‘허달재 화백’이 먹을 이용해 매화 가지를 그렸고, 미디어 아티스트 ‘진시영 작가’는 시민들이 보낸 3,030개 꽃 사진을 허달재 화백이 그린 매화 가지에 접목했습니다. 화려한 꽃이 피어나는 듯한 이 작품은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반 기술의 발전

▲ 10여 년 전 출시된 SK텔레콤의 디지털 액자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형태의 미술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이유는 관련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입니다. 10여 년 전 SK텔레콤에서 ‘디지털 액자’라는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사진을 올리고 주기적으로 액자 안의 사진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상품입니다. 사진을 효율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제품 사이즈나 디스플레이 사이즈, 해상도, 전력량 등 기술의 한계로 매력적인 전시효과를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관련 기술의 발전은 더 큰 화면 크기, 높은 해상도, 빠른 속도 등으로 양질의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한 이미지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고해상의 사진 촬영을 통해 원작에 가까운 그림을 디스플레이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탄생에 대한 기대

▲ 미술 작품의 디지털화는 계속 발전 중입니다

머지 않아 디지털 미술 작품 전문 회사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불어 액자형태의 신개념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백화점, 호텔, 회사, 가정집 등에서 기존에 범접하기 어려웠던 미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에는 한정된 미술 작품을 디지털 액자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되나, 점차 미술 콘텐츠를 확보해 디지털 액자를 통해 공급하는 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액자 속의 미술 작품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합니다.

이토록 미술 분야의 디지털화가 이뤄진다면, 이를 데이터화함으로써 새로운 응용 콘텐츠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작가나 그림의 순위를 매길 수도 있고, 이달의 작가나 이달의 미술품 등 색다른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품의 생산, 소비의 장벽이 무너지고 내 집안에서도 세계적인 명화를 액자로 걸어놓을 수 있는 시기가 머지않아 펼쳐질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