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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 시간으로 소중한 한 끼를 전하는 방법, ‘십시일밥’

▲ 공강 시간을 기부해 주변에 어려운 친구를 돕는 십시일밥을 소개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바쁩니다. 학교 공부와 대외 활동, 자격증을 비롯한 취업 준비까지. 고등학생 때와 다르지만 대학생의 하루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부족한 시간을 내어 기꺼이 ‘기부’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나의 공강 1시간이 누군가의 소중한 한 끼가 되는 착한 아이디어, ‘십시일밥’을 소개합니다.

열 명이 한술씩 보태면 한 명이 먹을 수 있다

▲ 십시일밥의 봉사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십시일밥’은 대학생 비영리단체입니다.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1명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십시일밥은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학생식당에서 봉사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학우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요. 십시일반의 한술이 공강 한 시간인 셈입니다.

공강 시간이 되면 십시일밥의 봉사자 학생들은 학생 식당으로 향합니다. 보통 한 식당에는 3~4명의 봉사자 학생이 근무하는데요.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설거지, 배식, 홀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봉사자 학생들의 근무 대가는 한 달 기준으로 정산돼 식권으로 지급됩니다. 이렇게 모인 식권은 아르바이트하느라 끼니를 챙길 시간이 없고, 식비를 마련하기도 힘든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전달됩니다. 취약계층 학생이 재학증명서, 소득분위증명서 등의 서류를 십시일밥으로 보내면 2달 간격으로 6~7만 원 상당의 식권이 등기우편으로 배송됩니다.

작은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

▲ 이호영 대표는 전국 대학생에게 ‘공강 기부’라는 새로운 봉사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십시일밥은 2014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호영 씨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 그가 공강을 활용한 식권 기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호영 대표는 동아리 형태의 봉사단체 ‘십시일밥’을 조직했고, 전국 대학생에게 ‘공강 기부’라는 새로운 봉사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숙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우연히 학생식당에서 그 친구가 밥 먹는 모습을 봤죠. 식사를 끝낸 일행의 식판을 가져가 리필이 가능한 밥과 김치만 담아와 먹더라고요. 그 친구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강도 없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캠퍼스 내 빈부격차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이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십시일밥이었습니다.”

봉사자는 쉽게 모여졌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혜자가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라는 것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식당을 섭외하는 것이었습니다.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 예상하고 찾아간 학생식당에서 이호영 대표는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식권 기부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학생들의 업무 숙련도가 낮아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호영 대표는 식당 설득에만 3개월 이상의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시급 대신 식권을 지급하면 인건비 지출이 매출로 돌아와 이득이라는 점을 어필해 결국 승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속할 수 있는 십시일밥을 고민하다

▲ 최근 십시일밥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봉사 후 식권을 받는 대신 임금을 받기로 한 것이죠

“지속할 수 있는 십시일밥을 위해 늘 변화를 고민합니다. 봉사자들의 보험 가입비, 위생복 구입, 등기우편 비용 등 십시일밥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어요. 처음에는 모두 개인 돈으로 충당했죠. 하지만 십시일밥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식권 대신 임금을 받고, 그중 20%는 운영비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나머지 80%로는 식권을 구입해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십시일밥은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 대상,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 십시일밥 이호영 대표는 소셜 이노베이터스 테이블의 강연자로 서기도 했습니다

이호영 대표는 최근 SK행복나눔재단의 소셜 벤처 네트워킹 플랫폼 ‘소셜 이노베이터스 테이블(SIT)’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청년 사회혁신가를 성장시키는 협력 방식’이라는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이호영 대표는 십시일밥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자본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 사회혁신가에게는 미디어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힘들었던 식당 섭외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에는 순조로웠다는 사례 등을 전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십시일밥의 뜻에 공감해주시고, 사회혁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어요. 특히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죠. 많은 분과 교류했고, 미팅을 기약했습니다. 사회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공강 시간을 기부해 취약 계층을 돕는 십시일밥 학생 봉사자들

십시일밥은 한양대의 소규모 동아리로 시작해 여러 대학으로 확산됐습니다. 현재는 전국 29개 대학, 52개 식당에서 십시일밥 학생 봉사자가 활동 중이죠. 누적 봉사 인원은 4,200여 명이나 됩니다. 이렇게 모인 십시일밥의 공강 시간은 2,200여 명의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약 3억 원 규모의 식권으로 전달됐습니다.

앞으로도 십시일밥은 캠퍼스 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이 학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럿이 함께 친구를 위해 나누는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대학을 넘어 사회 곳곳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MEDIA SK의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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