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갤럭시탭 A 8.0 2017 모델이 출시됐습니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태블릿PC 라인업 최신작이죠. 갤럭시탭 A 시리즈 중 S펜이 없는 8인치 태블릿PC로는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기라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갤럭시탭 S 시리즈는 최근 들어 8인치 모델을 꾸준히 출시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삼성전자는 8인치가 최적의 태블릿PC 크기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본 리뷰를 통해 훌륭한 태블릿PC의 요건은 무엇이며 진정한 쓰임새는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시길 바랍니다.
▲ 갤럭시탭 A 8.0 상세 스펙
태블릿PC의 진정한 쓰임새
사실 태블릿PC는 자칫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끼어 치일 수도 있는 디바이스입니다. 휴대성은 스마트폰보다 낮고 기능성이나 활용성은 노트북보다 떨어집니다. 우리는 보통 휴대성이면 휴대성, 활용성이면 활용성으로 양극단 장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기기를 선호합니다. 그러니 태블릿PC를 두고 ‘애매한데’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어쩌면 이는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은 휴대성이나 활용성 중 한 가지만 챙기면 될 만큼 단순하게 이뤄지지 않거든요. 스마트폰을 쓸 때는 좀 더 큰 화면으로 더 많은 걸 즐기고 싶고, 노트북을 쓸 때는 좀 더 가볍게 한 손에 쏙 들어왔으면 싶습니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완벽히 채워주지 못하는 어떤 갈증을 말끔히 해결해줍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 만든 창의성의 결정체가 바로 태블릿PC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태블릿PC의 요건
▲ 성인 남성이라면 한 손에 안정감 있게 쥘 수 있는 크기입니다
즉, 훌륭한 태블릿PC의 요건이란 그 애매함에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딱 중간 정도. 휴대성이나 활용성 중 어느 한 쪽에 조금이라도 치우쳐 있다면 그냥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쓰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크기든 기능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무게는 최대한 가벼울수록 좋고요. 그러니 이제부터 애매하다는 말 대신 최적의 포지션이라고 고쳐 쓰겠습니다.
위처럼 훌륭한 태블릿PC의 요건이라는 면에서 갤럭시탭 A 8.0은 정말이지 최적의 포지션을 갖췄습니다. 16:10 사이즈의 8인치 디스플레이는 어쩌면 마법입니다. 어떤 크기의 가방에도 쏙 들어가고 한겨울의 패딩 자켓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입니다(글쓴이는 실제로 겨울에 그렇게 다닙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공간이 비좁은 카페에서도 부담 없이 꺼내 쓸 수 있죠.
그런 면은 노트북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노트북은 테이블이 없으면 꺼내 쓰기 참 애매하거든요. 이는 노트북이 자판부와 화면부를 접는 모양의 기기라는 필연적인 숙명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작고 가벼워지더라도 이 숙명에서 자유로워 질 수는 없을 겁니다. 반면, 갤럭시탭 A 8.0은 베젤이 얇은 편이라 성인 남성이라면 한 손으로 기기 양 끝을 쥘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차하면 들고 다니면서 쓸 수도 있죠.
그야말로 밝고 화사하다
밝고 선명한 화면은 갤럭시탭 A 8.0의 자랑거리입니다. 원래 삼성이 모바일 디스플레이 하나는 믿을만하죠. 특히 눈에 띄는 점은 480니트의 화면 밝기입니다. ‘니트’는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니트는 촛불 1개의 밝기를 뜻합니다. 480니트의 갤럭시탭 A 8.0은 무려 촛불 480개를 한꺼번에 켠 정도의 화면 밝기를 가진 것이죠. 야외 대낮에도 어두침침하지 않고 밝고 화사한 화면을 누릴 수 있습니다.
1280*800픽셀의 HD 해상도는 다소 아쉽습니다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상도를 높일수록 화면 출력에 전력이 많이 쓰입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신경 쓸 게 적어야 진정한 사용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스마트폰처럼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수시로 충전해줘야 한다면 차라리 안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 것 같네요.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해상도는 최고급이지 않더라도 사용성에 초점을 둔 갤럭시탭 A 8.0의 선택은 옳아 보입니다. 이런 타협을 한 뒤 기기를 보면 썩 만족스러운 선명도라고 느껴집니다. 8인치 화면에 HD 해상도는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 갤럭시탭 A 8.0는 후면 800만 화소의 렌즈와 F1.9 조리개 등급으로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화면과 함께 카메라 기능도 꼭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블릿PC로 사진 촬영을 주로 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스마트폰보다 크고 무거우니까요. 고급형 태블릿PC도 카메라 성능만큼은 최상급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갤럭시탭 A 8.0은 보급형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성능이 상당히 준수합니다. 후면 800만 화소, 전면 500만 화소 렌즈를 탑재했습니다. 특히 후면 카메라는 F1.9 조리개 등급으로 어두운 곳에서 더욱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LED 플래시를 탑재해 야간 촬영 시 이점이 많습니다. 태블릿PC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 갤럭시탭 A 8.0는 카메라 촬영 시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을 선보입니다
또한, 플로팅 카메라 버튼 기능을 제공해 태블릿 어디를 잡고 사용하더라도 불편함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고, 화면 스와이프 시 카메라 방향 전환 및 효과 적용이 가능해 사용이 더 쉬워졌습니다.
가볍고 오래가는 실속파
갤럭시탭 A 8.0의 무게는 고작 364g입니다. 보급형 태블릿PC 중 매우 가벼운 축에 속합니다. 그만큼 오래 들고 있어도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죠. 실제로 침대에 누워서 몇 시간씩 들고 넷플릭스를 봐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상단과 하단 베젤이 넉넉해 가로로 들고 영상을 시청할 때 손에 쥔 느낌도 편안했습니다.
▲ 약 364g의 갤럭시탭 A 8.0은 양파 두개 정도의 무게와 비슷합니다
이런 장시간 사용은 배터리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오래 들고 쓸 수 있어도 배터리가 빨리 닳아버리면 소용없기 때문이죠. 갤럭시탭 A 8.0은 5000mAh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HD 해상도 화면은 배터리 소모량을 더욱 줄여줍니다. 스펙 상으로 14시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는데, 실사용 시 8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화면을 켜둬도 거뜬할 정도였습니다. 동영상 시청 위주로 태블릿PC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참고할 정보죠.
아낌없는 갤럭시탭 A
갤럭시탭 A 8.0은 기본 용량 32GB, 최대 256GB까지 확장 가능한 마이크로SD 카드 단자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넷플릭스, 티빙, 와챠플레이 등 실시간 스트리밍 시대에 32GB 내장 메모리는 충분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용량을 추가 확장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또한, LTE 단자를 제공해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유심칩을 추가로 구매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버스와 지하철에서 웹툰, 전자책, 동영상 머신으로 갤럭시탭을 활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짜투리 시간을 꼼꼼히 활용하는 실속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요.
▲ 갤럭시탭 A 8.0은 USB 타입C을 지원합니다
또한, 갤럭시탭 A 8.0은 USB 타입C 단자를 탑재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은 충전 단자 모양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그게 USB 타입C 단자입니다. 기존의 USB 단자보다 데이터 전송 및 충전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앞뒤 모양을 맞춰 꽂아줘야 했던 기존 USB 단자와 달리 단자 앞뒤 모양이 똑같습니다. 그냥 막 꽂아도 꽂히는 거죠. 잘못 꽂아서 답답했던 경험 있다면 생각보다 이 쾌감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은 모두 USB 타입C 단자를 기본으로 출시합니다. 즉, 별도의 변환 잭 없이 최신 스마트폰 충전기와 곧바로 호환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쓰는 종합 가전
▲ 웹 서핑, 동영상 뷰어, 교육용 기기까지 온가족의 훌륭한 종합 가전이 될 갤럭시탭 A 8.0
갤럭시탭 A 8.0은 또한 가정의 훌륭한 종합 가전입니다. 스마트 뷰(Smart View)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TV와 무선으로 연결해 화면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태블릿PC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TV로 공유한다면 화면은 물론 활용 범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질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촬영한 여행 사진이나 영상을 TV 화면으로 크게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 갤럭시탭 A 8.0을 이용한 스마트 뷰, 카카오키즈 사용
또한, 카카오키즈 서비스를 이용해 아동 교육 기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학, 동요, 동화 등 교육 콘텐츠는 물론 핑크퐁, 로보카폴리 등 아이들의 인기 콘텐츠까지 다양합니다. 여러 유아 교육용 소도구를 구매하는 것보다 좀 더 경제적일 수 있을 것 같네요. 갤럭시탭 A 8.0은 단지 유아 교육 기기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키즈모드는 사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어 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빅스비 홈과 리마인더 기능도 지원합니다. 홈 화면 맨 왼쪽으로 이동하면 시간과 장소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빅스비 홈을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알림을 받을 수 있는 빅스비 리마인더 기능을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거실에 비치하면 우리 집의 똑똑한 알람 시계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네요. 참고로 ‘빅스비(Bixby)’는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비서로 갤럭시탭 시리즈에 탑재되는 건 이번이 최초라고 합니다.
▲ 가장 현실성 있는 태블릿PC, 갤럭시탭 A 8.0
지금까지 살펴본 리뷰에서 알 수 있듯 갤럭시탭 A 8.0이 최고의 태블릿PC는 아닙니다. 그러나 특유의 가성비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채워지지 않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최적의 태블릿PC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