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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의료와 IT의 경계에서 미래를 먼저 보는 사람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터’

최근 중국 인공지능(AI) 로봇이 의사 면허증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의사 시험에 합격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게다가 아이플라이텍(iFlytek)이 개발한 로봇은 시험에서 총 456점을 얻어 합격선보다 96점이나 더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뇌종양 치료에서 IBM 인공지능 왓슨이 진료계획 수립에 있어 의사를 크게 따돌렸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립니다. 테크놀로지 전문 매체 IEEE 스펙트럼에 따르면 IBM 왓슨은 뇌암 환자의 게놈을 분석하고 치료 계획을 제안하는 데 불과 1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지만, 인간 전문가들이 같은 계획을 세우는 데는 무려 160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난 10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지능로봇학회(IROS 2017)에서는 외과 의사보다 조직 절개를 더 잘하는 로봇 STAR(Smart Tissue Autonomous Robot)가 화제가 됐습니다. STAR는 인간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고 동물의 연부 조직을 자동으로 봉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로봇입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절개 능력을 검증했습니다. 피부, 지방, 근육의 세 가지 돼지 조직을 이용해 다양한 속도, 깊이 등을 고려해 시험한 결과 인간 의사보다 절개라인이 정확했으며, 주변 조직에 상처도 덜 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의료와 IT가 접목되어 발전하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의사 직업은 안전한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의사를 능가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평범한 사실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고연봉, 안정 직업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의사가 과연 미래에도 유망 직업이 될까요? 비정상적인 입시 전쟁과 취업 전쟁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 물음에 답을 찾아야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이 질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최윤섭 박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적임자가 바로 최 박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두 분야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의료와 IT컨버전스 영역을 개척하는 전문가로 손꼽힙니다. 최 박사는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한 후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및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KT 종합기술원 컨버전스 연구소팀장을 역임했습니다. 의료와 IT의 결합이 한 눈에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는 갖기 힘든 아주 드문 이력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영역 개척

최 박사가 현재 하는 일 자체도 의료와 IT의 컨버전스를 심화시키는 작업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장을 맡으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 의료학자, 작가로 칭하며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전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업으로 삼습니다. 최 박사는 자신을 ‘의료IT 프리에이전트’ 혹은 ‘지식 소매상’이라 말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터’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의료와 IT의 경계에서 양쪽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나처럼 외부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가 아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최 박사에게 의료 분야의 변화와 직업 전망, 향후 비전 등을 물었습니다.

SKT Insight : 지난해 4월 알파고 쇼크 이후 의료계에서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알파고가 의외의 완승을 하자 그때부터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알파고 쇼크 두어 달 전 개원 의사 모임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의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원격 의료에 대해서만 질문이 쏟아졌죠. 사실 의료는 예전부터 첨단 기술이 매우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100년 전 X선이 나오고 50년 전 유전자 분석 기술이 나오는 등 언제나 기술 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다만 의료법 규제와 생명과 관련된 인식 문제가 있어 기술의 변화가 전체적으로, 혹은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뿐입니다.

SKT Insight : 인공지능이 의사를 능가하는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의사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떤가요?
인공지능이 의사의 80%를 대체할 것으로 보는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의 전망에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80% 대체가 현재 의사의 80%가 사라진다는 얘기는 아니라 직무, 역할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의사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때 비행기의 조종실을 5명의 파일럿이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두명이고, 앞으로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의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 올 것입니다.

SKT Insight : 대체의 속도와 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진료 분야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인지능력과 시각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이미 딥러닝이 퍼지고 있어 대체가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영상학과, 병리학과 등은 당장 그 변화가 닥칠 것입니다.

SKT Insight :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3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전자의무기록, 유전 정보 등 복합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분야입니다. IBM 왓슨이 주로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방대한 학습량을 기반으로 특정 종류의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독하는 일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X선, MRI 등 영상의학 데이터나 암 조직 검사와 같은 병리 데이터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세 번째는 심전도, 혈당, 혈압 등의 연속적인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징후를 조기 파악하고 예측하는 역할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수치를 분석해 저혈당증을 3시간 전에 예측하거나 심전도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부정맥 발생을 10분 전에 90%의 정확도로 알아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SKT Insight : 사라지는 분야외에 새롭게 생기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요?
사라지는 것이 많겠지만 유지되는 것, 강화되는 것, 새로 생겨나는 것도 있습니다. 규제나 윤리적 문제로 인해 의사의 결정이 필요하고 책임소재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지될 수밖에 없죠. 사회가 존속하는 한 최종 판단이나 책임 부분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데이터 훈련은 인공지능 활용에서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에 학습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 기반의 의학 연구자들은 좋은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동안 공식적으로 전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역할, 바로 공감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SKT Insight : 인공지능 시대에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했는데,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 의사의 공감 능력이 치료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현실을 감안하면 3분 진료에서 공감을 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 종양내과는 수 만 번의 나쁜 소식(암 진단, 사망 등)을 전하는데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10번 중 1~2회에 불과하죠. 15~20분 진료를 하는 미국에서조차 공감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 부분이 강화돼야 하며, 체계적인 연구도 이뤄져야 합니다. 어쩌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대체해가기 때문에 의사가 이 부분에 집중할 수가 있습니다.

SKT Insight : 그렇다면, 현재 의사 교육이나 의과대학 체계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역할의 80%가 대체되고 있고, 교육은 그 80%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딥러닝 전문가 중 하나인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의대생들도 인공지능 관련 수련을 받아야 하고, 의사가 가져야 할 소양인 ‘공감’ 역시 수련 과정이나 커리큘럼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KT Insight : 국내 의료 업계는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서울아산병원이나 분당 서울대병원 등은 딥러닝 등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의료 규제가 너무 강합니다. 기술 변화가 빠를 때는 포지티브 규제(되는 것만 정해 놓고 나머지는 모두 불허하는 방식)보다 네거티브 규제(안되는 것만 정해 놓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방식)로 가야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첨단의료기기과를 두고 고민은 많이 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과 시스템 결여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의료기기의 정의 및 범위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규제는 모두 하드웨어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앱,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것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런 한계를 감안해 미국 FDA는 개별 제품이 아닌 개별 개발사에 대한 규제를 하는 방안과 초빙기업가(EIR) 제도를 운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입니다.

SKT Insight : 의료와 IT 컨버전스 영역에서 혁신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서도 새로운 직업 기회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주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도 기업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 사실은 이 같은 역할입니다. 그리고 이런 역할들이 많아지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도 큰 가치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거나 혹은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의외로 아주 많은 할 일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이 가장 리스크가 큰일일 수 있죠. 하지만 양쪽 분야를 부단히 공부하면서 기회를 찾으면 열리는 문이 많을 것입니다.

오늘은 인공지능 시대에 의사라는 직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 최윤섭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만일, 의사를 꿈꾸고 독자라면, 최 박사의 조언처럼 의료와 함께 IT의 인사이트를 충분히 넓혀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의사가 되길 SKT Insight가 함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