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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으로 상품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키 서비스

▲ 아마존 키 서비스로 상품을 배송하는 모습

아마존은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알렉사’를 지원하는 자체 브랜드 단말의 종류를 늘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피커 형태의 에코가 있으며, 지난 10월 말에는 ‘클라우드 캠(Cloud Cam)’이라는 이름의 보안카메라를 발표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아마존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댁내배송(In-home Delivery) 서비스인 ‘아마존 키(Amazon Key)와 연동됩니다. 아마존 키는 과연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 이 글을 보시고 힌트를 얻어보세요.

아마존 키의 댁내배송, 어떻게 가능할까?

아마존 키 서비스의 작동방식은 간단합니다. 배송 기사가 집 앞에 와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집주인에게 배달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고객이 승인을 하면 스마트 도어락의 문이 열리고 배달원은 집 안에 물건을 둔 뒤에 문을 잠그고 가는 것이지요. 배달이 끝나면 다시 고객에게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알람이 전송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을 열고 물건을 두고 가는 장면은 클라우드 캠을 통해 녹화됩니다.

아마존 키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클라우드 캠은 집 안의 카메라가 장착된 기기(스마트 TV, 태블릿 등)와 연동돼 해당 기기가 놓인 공간의 영상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다른 업체들의 보안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도 집 안의 영상을 볼 수 있고, 클라우드에 영상을 녹화할 수 있으며, 움직임이 감지되면 주인에게 알람을 통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녹화된 영상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나중에 다시 볼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 도어락의 경우 몇몇 업체의 제품이 이를 지원합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캠과 스마트 도어락을 묶어서 249.99달러에 판매하는데요. 현재는 크윗셋(Kwikset)과 예일(Yale)의 도어락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료 멤버십인 프라임(Prime) 가입 고객만 단말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배송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도어락 업체인 오거스트홈(August Home)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배송 상품의 분실을 경험한 미국 가정 수는 1,100만 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온라인 커머스 이용자의 31%가 한차례 이상 주문 상품의 도난을 경험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주택의 경비실에서 택배를 받아주는 사례가 많은 한국과는 차이가 좀 있는 것이지요.

확대되고 있는 댁내배송 서비스

아마존 외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댁내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로서, 최근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대폭 강화중인 월마트(Walmart) 역시 지난 9월에 스마트 도어락 업체인 오거스트홈과 협력해서 아마존 키와 비슷한 서비스를 테스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존과 차이가 있는 점은 배달원에게 문을 열 수 있는 일회용 패스워드가 발송된다는 점, 그리고 주문한 식재료를 집 안의 냉장고에 두고 가는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인수한 온라인 커머스 업체인 Jet 역시 2017년 7월에 스마트 도어락 업체인 Latch와 협력해 도심 내 1천여 개 아파트의 출입문에 스마트 도어락을 설치하는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스웨덴의 식료품업체인 ICA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배송업체인 포스트노드(PostNord) 및 스마트 도어락 업체 글루(Glue)와 협력해 집 안의 냉장고에 식재료를 두고 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도 최근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점차 확대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상품의 배달뿐 아니라 음식재료나 유제품 배달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커머스와 IoT의 만남, 온디맨드 배송 시대의 도래

▲ 무인택배함 ‘아마존 락커’ 이용 방법

아마존, 월마트, 그리고 ICA가 제공하는 댁내 배송 서비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커머스 서비스가 IoT 단말과 만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마존은 바코드 스캔을 통해 상품을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아마존 대시(Amazon Dash), 그리고 소모품이 떨어질 때 이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주문하는 DRS(Dash Replenishment Service), 그리고 버튼을 눌러 간단하게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대시 버튼(Dash Button) 등을 선보여왔습니다.

아마존 키가 기존의 시도와 다른 점은 상품의 주문이 아닌 배송 프로세스에서 IoT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입니다. 또한, 온라인 커머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경우 주문 측면에서는 매장에 직접 가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상당한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결제와 동시에 상품을 받지 못하고 길게는 몇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 배송 중간에 분실 및 파손 가능성이 있는 점, 그리고 상품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반품하는 과정 등에서는 다소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은 배송 과정에서의 혁신을 통해 오프라인 커머스와의 격차를 줄이고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들을 해 왔는데, 그 일환으로서 아마존 키와 같은 IoT 단말 연계형 서비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대학가나 집합주택 등에 상품을 두고 가는 무인택배함인 ‘아마존 락커(Amazon Locker)’를 오래 전부터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락커는 현재 미국 50여개 도시에서 2천 개 이상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배송 프로세스의 개선은 결국 ‘온디맨드 배송(on-demand delivery)’ 시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상품을 주문한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대에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마존은 이미 2015년에 아우디 및 DHL과 협력해 주차된 차의 트렁크에 상품을 두고 가는 아마존 키와 유사한 서비스를 테스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드론을 활용하는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에어(Amazon Air)도 추진 중입니다.

아마존 에어의 경우 교외지역을 대상으로 먼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되나, 향후 이동 중인 고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간단한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드론을 활용한 배송은 도심 내 비행 등 규제 측면이 관건이긴 합니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온다면, 고객이 차를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에 자동차가 아마존의 물류 창고로 이동하여 트렁크에 상품을 싣고 올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아마존이 물류창고로 오는 상품에 대해서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면 이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의 문’을 열게 되다

▲ 아마존 키 서비스를 활용해 집청소도 가능합니다

한편, 아마존 키는 굳게 닫혀 있던 고객 집의 문을 연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아마존이 단순한 상품 배송뿐 아니라 가정을 대상으로 제공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집주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작은 부피의 상품 배달뿐 아니라 가구나 가전기기와 같은 덩치가 큰 상품의 배달과 설치, 집청소, 그리고 간단한 집 수리 등 다양한 온디맨드 O2O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청소 도우미, 가구나 가전제품 설치 기사 등의 인력을 중개해주는 ‘아마존 홈 서비스(Amazon Home Service)’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키의 홍보 영상에서 주인이 없는 경우에도 도우미가 왔을 때 문을 열어주어 청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청소를 하는 과정도 클라우드 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아마존 키는 거대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이 ‘가정’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여 오프라인 상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마존이 커머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거듭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아마존은 더 이상 ‘온라인’ 업체가 아닙니다.

고객의 신뢰 확보는 최대 과제

아마존 키가 아마존의 향후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이 아마존의 기대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고객이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에게 개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미국의 투데이(Today) 언론사가 월마트의 서비스 공개 직후 인터넷 유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5%의 설문 응답자들은 외부인을 집 안에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의 조사에서도 아마존 키 서비스와 관련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응답이 68%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83%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즉, 아마존이 댁내 배송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기술적인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해도 배달원과 같은 사람에 의한 사고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할 수 밖에 없기에, 아마존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비스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등 심리적인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아마존은 단기간 내에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고객의 반응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아마존 키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이 같은 시도는 커머스 서비스가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고객편의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아마존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글. 투혁아빠(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