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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G에 올인하다

5G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2019년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과 2020년 개최되는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5G 기술의 선두를 잡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G 준비 상황은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반면에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나 다양한 IT서비스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5G는 알려진 게 많이 없습니다. 오늘은 중국에서는 5G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5G 굴기, 관에서 시작해 민에서 타오르다

▲ 중국의 5G 연구개발 계획 자료 출처: 중국 공업신식화부, Kotra

중국은 5G를 정부의 정책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중국의 공업정보화부나 과학기술부, 그리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도 5G를 인공지능과 반도체와 함께 중국 IT 정책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2013년 ‘IMT-2020 프로젝트’라는 5G에 관한 국가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조직을 만들고 앞서 언급한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통신 3사,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텔레콤과 네트워크 장비 및 기술 업체인 ZTE, 화웨이 등 민간 기업까지 모두 참여하는 협의 기구를 만들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 빠른 대처에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미 향후 7년간 중국 5G 개발을 위해 5,000억 위안, 한화 약 85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런 정부의 투자에 화답하듯 중국 통신 3사도 7년간 1,800억 달러, 한화 약 20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가 전략 사업이라고 불리면서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5년간 민관 합동으로 1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우리나라와는 큰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금전적인 투자 외에도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에 중국 내에서 사용될 3.3 ~ 3.6GHz, 4.8 ~ 5.0GHz의 5G 표준 주파수 대역을 공표했습니다. 이는 중국 통신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5G 통신 칩이나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자국 업체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LTE 시장에서도 TD-LTE라는 중국의 독자 표준을 발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18년까지 5G 테스트 베드 도시 5곳을 선정하고 2019년까지 상용화 테스트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발표에 중국의 통신 3사는 5G 상용화 로드 맵을 발표했는데요. 대부분 2018년까지 5~6개의 시범 도시를 지정하고 그곳에 시범 상용화 네트워크를 가동한 후 2019년까지 시범 상용화 시험을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 들어서서 곧바로 대규모의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G에 목숨을 건 다른 의미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5G의 의미는 단순히 LTE보다 빠르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ICT 산업의 기본이 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를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며 5G를 통해 중국 IT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에서 예상하는 5G 경제효과는 2030년까지 약 6조 3,000억 위안, 한화 1,071조 원 이상입니다. 일자리 역시 600만 개 이상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에 따른 부가가치는 2조 9,000억 위안, 한화 493조 원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3G나 LTE라 불리는 4G의 시작이 늦었습니다. 2009년이나 되어서야 통신 사업자에게 3G 망 허가를 내줬고 화웨이와 같은 단말 업체들 역시 당시 글로벌 강자였던 노키아나 모토로라, 삼성전자를 상대하기엔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주춤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2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게 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로컬 서비스들이 준비되면서 중국 정부는 네트워크 표준에서 파급되는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3G 네트워크 기술이나 거기에 수반되는 다양한 단말,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중국의 입장에선 3G 시장은 해외 업체들이 모든 걸 다 가져가도 아무런 말을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4G 기술은 중국 자체적인 표준을 만들고 사용하기로 하고 이를 연구,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TD-LTE라는 독자 4G 표준을 만들고 이를 차이나 모바일을 통해 시장에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요. 그 시점이 바로 2013년과 2014년 사이입니다.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샤오미나 화웨이, 그리고 쿨패드나 ZTE와 같은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맞는 중저가의 TD-LTE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내 아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시발점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네트워크 독자 표준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준비 부족과 중국 로컬 업체들과 네트워크 사업자, 그리고 정부의 준비가 2017년 중국 IT의 현주소를 만들어 낸 원인 중 하나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얻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스마트폰 제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통신 기술,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중국 로컬 서비스까지 지금의 중국 IT를 만든 힘의 원천을 키워온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급속한 발전에는 새로운 통신 방식, 즉 빠른 데이터를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빠르게 수용하고 시장을 만들어 준 중국 내수 시장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통신 보급 속도를 보면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 무색할 만큼 그 증가 속도가 빠른데요. 이미 2017년을 기준으로 4G 이용자만 9억 3,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전 세계 4G 시장의 41% 이상을 차지하는 놀라운 숫자입니다. 또한, 이용자 당 데이터 사용량도 이미 일 인당 1.7GB를 넘어설 만큼 통신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중국이 꿈꾸는 5G 세상

▲ 중국이 생각하는 5G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의 대표적인 예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세상입니다

사실 5G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중국 내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들을 통해 중국이 생각하는 5G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사물인터넷(IoT)과 연결된 IT 세상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미 지난 7월,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NB-IoT라는 표준을 국가가 지원하는 표준으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중앙 정부의 주도로 2018년까지 중국의 주요 도시에 20만 개 이상의 NB-IoT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갖출 예정입니다.

2020년까지는 중국 전역에 150만 개 이상의 NB-IoT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갖춰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 IoT를 비롯해 지하 상수도와 같은 공공시설의 관리, 교통 네트워크 관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6억 개 이상의 M2M 연결이 가능하도록 목표를 잡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화답하듯 2017년 7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상하이 MWC에 참여했던 중국 3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이나 차이나 유니콤, 그리고 차이나 텔레콤은 모두 스마트 홈과 같은 가정용 사물 인터넷보다는 공공 주차, 시설물 관리, 대기 측정, 교통 및 네트워크 관리, 전력망 관리, 수도 관리 및 강과 같은 물 관리 등의 공공 부분의 사물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사물 인터넷으로 모인 데이터들은 5G 네트워크 기반의 클라우드를 통해 인공 지능이라는 도구로 분석되고 여기서 나온 결과물들을 중국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이용할 계획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나 통신 3사가 추진하는 공공 부분의 사물 인터넷뿐만 아니라 샤오미나 화웨이, ZTE, 그리고 알리바바와 같은 일반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교육, 그리고 스마트 자동차나 인터넷 자동차와 같은 부분들 역시 5G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간에 데이터를 교환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에게 유익한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 중입니다.

예를 들어 화웨이의 경우, 재규어와 같은 자동차 업체들과 5G로 운영되는 자율 주행과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된 실제 커넥티드카를 만들어 선보였고, 차이나 모바일의 경우 스마트 팩트리 구현을 위해 5G로 제어하는 산업용 로봇과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형태의 산업용 기기, 드론과 같은 무인 항공기까지 다양한 산업용 기기들을 선보였습니다.

▲ 지난 7월 상하이 MWC에서는 중국 3대 통신사와 더불어 샤오미, 화웨이, ZTE가 다양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증강 현실이나 가상 현실 관련 실질적인 서비스도 있습니다. 가장 근접해 보이는 서비스가 바로 알리바바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플러스(Buy+)’와 같은 가상 쇼핑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미 알리바바는 가상 쇼핑몰을 통해 뉴욕 5번가의 쇼핑 거리나 영국의 유명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을 가상의 환경에서 구현해 놓고 일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G가 구현되면 소비자들은 실제로 집에 앉아서 뉴욕의 5번가에 있는 쇼핑 거리나 영국의 헤롯 백화점을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거닐며 물건을 고르고 해당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예상됩니다. 이러한 가상 현실을 통한 온라인 상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빙고박스’와 같은 무인 편의점과 뿐만 아니라 옷이나 다른 제품들을 파는 상점들까지도 5G를 통한 보안 시스템이 갖춰지고 결재와 배송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차세대 산업의 핵심, 5G

결국 중국은 TD-LTE라는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얻었던 과실을 5G 시대에도 얻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오히려 4G 때보다 훨씬 큰 과실을 따기 위해 글로벌 5G 전쟁에서 사활을 걸고 모든 걸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엔 5G 자체로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결과물이나 직접 연동되는 스마트 폰과 같은 시장이 있겠지만 이보다는 아직 열리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사물 인터넷 시장과 자율 주행차, 그리고 4K나 8K로 만들어질 고화질의 콘텐츠 시장, 드론이나 무인 택배와 같은 시장 등 너무나 많은 산업과 시장에 주는 영향과 이익은 중국이 부르짖는 만인이 잘사는 중산층의 나라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석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데이터라는 중요한 요소 역시 네트워크 속도가 증대되고 대량의 기기들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양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대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만들어질 중국의 새로운 서비스들은 중국인들과 중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5G. 이런 이유에서 중국의 5G에 대한 목숨을 건 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글. 최형욱(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