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이코노미(Lazy economy)라는 말을 아시나요? 레이지 이코노미란 바쁜 현대인들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처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경제 현상인데요. 우버 이츠,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 배달 서비스부터 청소나 세탁과 같은 가사 대행 서비스까지, 일상 곳곳에서 레이지 이코노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레이지 이코노미를 적극 활용하는 세대는 바로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아끼느라 바빴던 이전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의 편리함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칼퇴근과 여가를 추구하면서 가사노동의 번거로움에서도 벗어나려는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게으른 세대’로 오해하기도 하는데요. 과연 이들을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레이지 이코노미를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를 살펴보겠습니다.
편리하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 밀키트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쿠킹 박스입니다
‘번거로운 것은 무조건 No!’라고 밀레니얼 세대를 설명하기에 어려운 현상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밀키트’ 시장의 성장입니다. 밀키트는 손질한 식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식사용 키트로 쿠킹 박스로도 불립니다. 이미 조리돼 있는 즉석 제품과 달리, 밀키트는 조리를 직접 해야 합니다. 레스토랑에서나 볼만한 요리를 직접 만들고 SNS에 자랑할 수 있어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가 많죠. 해외에서는 ‘블루에이프런’과 같은 밀키트 전문 업체가 등장했고, 한국 역시 CJ제일제당의 ‘쿡킷’, 이마트가 선보이는 국내 최초 냉동 밀키트 ‘피코크 밀키트’ 등이 주목받고 있죠.
밀키트는 손질된 재료가 현관문 앞까지 배달되기에 레이지 이코노미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외에도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편리하지만 ‘쓸데없이 번거로운’ 일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프립’이나 ‘탈잉’과 같은 여가 및 교육 서비스 플랫폼에서는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규모 클래스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요리부터 시작해서 목공방에서 도마나 가구 만들기, 주류 양조, 액세서리나 아이 성장앨범 만들기 등, 완성품을 소비하는 대신 직접 만드는 과정을 택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레이지 이코노미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두고 게으르다는 분석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구매 대행과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레이지 이코노미 서비스도 이용하지만, 그들은 손수 고생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세대이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레이지 이코노미를 둘러싼 밀레니얼 세대의 양면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밀레니얼, 단순 소비가 아닌 투자하는 세대
▲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함께 밀레니얼은 삶의 새로운 가치를 적극 창출합니다
물론 순간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욜로(YOLO) 문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 관점으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로 줄이고 본인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죠. 즉, 밀레니얼 세대는 각종 레이지 이코노미 서비스를 통해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 투자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게으른 게 아닌 오히려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산업 구조와 트렌드가 바뀌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적응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달리 한 직장에서 평생 노동만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나만의 취향과 취미가 돈이 되는 시대입니다. 퇴근 후 여유 시간을 십분 활용해 나만의 전문성을 길러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즉, 밀레니얼 세대는 화폐를 시간 절약이나 만족, 소셜 네트워크 활용 등 다른 가치로 바꾸는 데 익숙합니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삶의 토대를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레이지 이코노미는 밀레니얼 세대가 도전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죠. 새로운 경제 현상을 두고 게으른 젊은이들로 치부하기보다는, 이들이 적극 만들어내는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해보는 게 어떨까요?
글. 스웨이드킴(커넥팅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