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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는 왜 파란 이빨일까?

에어팟과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의 공통점은? 바로 블루투스죠. 선 없이도 매우 작은 배터리 전력으로 10m 안팎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무선 연결 기술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왜 무선 연결에 ‘파란 이빨(Bluetooth)’이란 이름이 붙은 거죠?

룬 문자에서 따온 블루투스 기호


블루투스 기호는 룬 문자에서 따왔습니다. 룬 문자는 옛날 옛적 게르만족이 쓰던 특수한 글자인데요. 북유럽 등지에서도 활발히 쓰였습니다. 블루투스는 로마자 알파벳의 H와 B에 해당하는 룬 문자 ᚼ, ᛒ 두 개를 합쳐 만들었죠. H와 B는 무엇의 이니셜일까요? 이게 그 ‘파란 이빨’?!

속설 1.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네, 블루베리를 좋아해서 블루투스?

‘파란 이빨’을 찾으려면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배경은 10세기, 북유럽의 덴마크 왕국. 그곳엔 하랄드 블로탄 고름손(Harald Blåtand Gormsen)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하랄 1세로 알려져 있죠.

당시 유럽에선 왕에게 별명을 붙이는 일이 잦았대요. 지금 우린 그 시절 왕들을 루이 1세, 2세 이렇게 구분하는데요. 똑같은 왕 이름이 많아 백성들에게 매우 헷갈렸겠죠. 그래서 직관적인 별명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이를테면 ‘비만왕’ 카롤루스 3세, ‘태양왕’ 루이 14세, ‘블러드 메리(피의 메리)’라고 불린 메리 1세가 있죠.

하랄 1세는 블루베리를 매우 좋아했기에 치아가 파랗게 물들어서 ‘파란 이빨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럴듯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블루베리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예요. 10세기 차디찬 바이킹의 땅 북유럽에서 왕의 이빨이 새파래질 만큼 수많은 블루베리가 자라고 있었다고요?

속설 2. 블로탄 블루툰 블루투스! 영어로 옮기다 바뀌어버렸다?

하랄 1세의 이름은 아까도 말씀드렸듯 ‘하랄 블로탄 고름손’인데요. 여기서 ‘블로탄’은 ‘검은 피부의 영웅’을 뜻한다고 합니다. ‘블로탄’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블루투스’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어요. 블로탄을 빠르게 5번 읽어 볼까요? 블로탄 블로탄 블로톤 블루툰 블루투스! 어라? 블루투스가 되었네요! 어떤 속설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랄 1세에게서 따온 것은 확실해요.

모험 소설 읽다가 ‘블루투스’ 발견한 엔지니어

짐 카다크(Jim Kardach)는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Intel)의 엔지니어였습니다. 1997년, 그는 스웨덴 소설가 프란스 G. 벵트손(Frans Gunnar Bengtsson)의 <바이킹스>와 <긴 배(Long Ships)>를 읽고 있었는데요. 자신이 수행하던 프로젝트에 ‘블루투스’란 이름을 붙였죠. 1998년, 에릭슨(Ericsson)과 IBM, 노키아(Nokia), 도시바(Toshiba) 등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비영리단체 이름은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됐어요. 생각보다 입에도 착착 붙고 흥미롭기까지 해서, 근거리 무선 통신의 공식 명칭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로 치고받던 스칸디나비아를 통일한 하랄 1세야말로, 휴대폰과 통신을 하나로 묶을 시스템을 상징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엔지니어 짐 카다크. 그는 ‘블루투스’라는 이름을 제안한 사람으로서 역사에 남게 됐답니다.

지금까지 블루투스 기호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궁금증이 풀어졌나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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