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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병을 통해 보는 사회적 신뢰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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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는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패닉 바이(panic buy).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대중은 생필품을 마련해 그 불안을 조금 잠재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집단의 공포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재기를 멈춰 달라고 호소한 이유이죠. 일상을 엄습한 바이러스가 이렇게 우리의 마음 마저 갉아먹고 있는 지금, 이러한 불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불확실성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안의 자양분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신종 감염병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감염증이라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고, 내가 전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대면 접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신종 감염병을 둘러싼 이 모든 현상은 사회구성원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입니다. 사람들의 불안은 데이터로도 나타납니다. 지난 4월 첫 주 동안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신종 감염병’과 연관된 단어 노출을 보면, 한국 국민들 역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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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필품 고갈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많은 공장과 생산시설이 폐쇄되었고, 사회 시스템의 불확실성은 높아지니 말이죠. 이러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보상이 확실한 물품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상 소비 심리가 사회 전체로 극에 달하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약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다면, 불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미리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ICT 기반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쌓은 사회적 신뢰

앞서 이야기했듯, 신종 감염병의 불안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공 시스템이 있다면 불안을 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전염병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의 제어장치가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불안을 관리한 사례도 있습니다. 90년대 유럽에서 발생한 광우병 사태 때입니다. 국가와 전문가는 광우병 상황에서 정확하고 적절한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였고, 이는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위험과 불안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Dora, 2006). 국가와 전문가 집단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형성한 신뢰가 광우병에 대한 위험 인식을 낮춘 것입니다. 국가와 관련 공적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가 불안 관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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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는 환자 현황, 시도별 확진환자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일 감염증 현황(확진환자, 격리해제, 검사진행, 사망자수)를 공개하고, 통신사 기지국 기반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긴급 재난 문자(확진자 정보, 이동경로)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주요 시⋅도⋅청에서도 홈페이지에 감염자 이동경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지요. 코로나19 초기 가장 빠른 확산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사재기 열풍이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였다가 금새 사그라진 것 또한 이러한 정보 시스템의 영향은 아니었을까요? ICT 기반의 투명한 정보공개로 감염 확산을 방지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긍정적 경험은 사회의 면역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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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코로나19가 사회적 혼란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를 강타한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빗겨갔습니다. 당연한 일상이지만, 이 일상이 깨졌을 때 불안은 엄습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시작된 1월부터 현재까지 온ㆍ오프라인의 유통 채널에서 언제든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었죠. 필요한 물품을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해 그 불안을 느끼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긍정적 경험의 반복은 이른바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작동합니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우리는 국내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쌓았습니다. 반복 경험은 불안을 감소시키고, 사재기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확률을 판단할 때, 마음 속에서 쉽게 떠오르는 예를 통해 보편적인 사례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사고 전략(Tversky and Kahneman 1973)

앞으로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위기 속 강력한 면역력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물론, 신뢰는 안정적인 ICT 시스템 속에서 지속적으로 정보가 제공될 때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버티어 내고 있는 힘겨운 이 시간. 코로나 19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반영하여 신뢰할 수 있는 ICT시스템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위기 속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김미예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경영학 박사)

1.Dora, C. (2006). Health Hazards and Public Debate: Lessons for Risk Communication from the BSE/CJD Saga. World Health Organization.
2.Tversky, A., & Kahneman, D. (1973). Availability: A heuristic for judging frequency and probability. Cognitive Psychology, 5(2), 207-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