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생활 속 방역을 지키는 수준에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찾아가고 있죠. 소비생활 부문은 크게 변했습니다. 마트 쇼핑은 줄고 PC나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활성화된 온라인 쇼핑은 사재기 불안을 잠재울 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요. 코로나 19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온라인 쇼핑으로 발생한 쓰레기까지 잘 처리하고 있을까요? 쌓여가는 쓰레기 산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늘고 있는데요. 이제는 ICT를 활용해 쓰레기를 슬기롭게 처리할 방법 또한 찾을 때입니다.
비대면의 생활화, 선호되는 온라인 쇼핑
PC나 모바일로 간편하게 쇼핑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 거래액의 규모는 어마어마해졌습니다. 2018~2019년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과 2019~2020년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크게 차이 나는 주요 품목을 비교해 봤습니다(온라인쇼핑동향조사, 통계청, 2020).
먼저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거래액이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4.2% 증가했지만, 2020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8.2%나 늘었습니다. 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수강과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식재료, 생활용품 항목도 눈에 띕니다. 2020년 4월, 음·식료품은 43.1% 증가했습니다. 생활용품은 36.1% 증가했습니다. 농축수산물은 무려 72.3%나 급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마트 쇼핑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온라인 쇼핑을 실천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특기할 만한 품목은 서적입니다. 2019년 4월에는 3.2%였지만, 2020년 4월에는 38.6%로 치솟았습니다. 이 수치는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후 쌓이는 포장재
코로나 시대에서 온라인 쇼핑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상품이 불필요한 포장으로 둘러싸여 배달되는 사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상자, 방충제 비닐, 상품 포장재, 일회용 음식 포장재 등 개봉하다 보면 내용물보다 이를 둘러싼 쓰레기가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늘어나는 쇼핑만큼 쓰레기도 늘기 마련이죠. 코로나 19 이후 포장재 발생 증감률을 살펴보면 그 수치가 상당합니다. 2020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폐플라스틱 20%, 폐지 15%, 폐비닐 8%로 포장 폐기물이 급증했습니다(환경부 보도자료, 2020.7.2).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재활용품은 수거되어 다시 활용되고, 버릴 수밖에 없는 생활 쓰레기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처리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흐름이죠. 하지만 최근 일부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불법 폐기물 더미가 쌓인 쓰레기 산이 4곳이나 새로 발견되었습니다(환경부).
불법 쓰레기 산을 이루는 대부분은 일회용품 등의 폐합성수지였습니다(불법폐기물현황 자료, 환경부). 코로나 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여파로 폐플라스틱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요. 싼값 탓에 수익성이 낮아져 처치가 곤란해지자 누군가 소각 비용을 피하고자 불법 투기를 한 것이지요.
언택트 시대, 온라인 쇼핑 후 쓰레기 처리까지 슬기롭게!
온라인 쇼핑으로 새로 구매한 제품만큼 쓰다 버리는 제품도 많을 것입니다. 제품을 처분하는 방법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기, 영구적으로 처분하거나 버리기,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교환하거나 판매하기”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장 쉬운 방법인 ‘버리기’를 택하죠. 하지만 쌓여가는 쓰레기 산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쉬운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분리수거를 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서비스 (출처: 오늘의 분리수거)
ICT를 통해 온라인 소비의 편리를 누렸듯, ICT로 쓰레기를 현명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최근에는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면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앱, 대형 폐기물을 간편하게 신고하고 배출할 수 있게 해주는 앱, 품목별 쓰레기 분리·배출법을 알려주는 앱 등 분리수거를 돕는 앱이 많이 출시됐습니다.
쓰레기를 버릴 때, 우리가 자발적으로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재활용할 기회는 많아지겠죠. 스스로 하기 힘들다면 이런 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늘어난 쓰레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지구의 숨구멍이자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산과 들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녹지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인간이 자꾸 침범할 때, 어떤 위험이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새로운 팬데믹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을 생각해 보면, 아찔합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릴 때 ‘쉽게 버리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지구를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이제는 소비를 넘어 쓰레기 처리까지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글. 김미예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경영학 박사)
Jacoby, J., Berning, C. K., & Dietvorst, T. F. (1977). What about disposition?. Journal of marketing, 41(2), 22-28.
Trudel, R., Argo, J. J., & Meng, M. D. (2016). The recycled self: consumers’ disposal decisions of identity-linked product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3(2), 246-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