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살 때, 뭐부터 보시나요?
성능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AP(Application Processor)부터 확인할 텐데요. AP는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스마트폰 고를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프로세서를 탑재했느냐에 따라 스마트폰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스마트폰 살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요소, AP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AP는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 AP의 내부 구조 예시
AP는 스마트폰 내 모든 명령을 처리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CPU와 혼동할 수 있지만, 그보다 한 단계 위의 개념입니다. CPU, GPU, NPU,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ISP), 통신 칩 등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죠. 모든 칩셋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의미에서 ‘시스템 온 칩(System on Chip, SoC)’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CPU는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고, 터치스크린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등 모든 작동에 관여합니다. 성능은 클럭, 코어, 공정 수치가 좌우합니다. 클럭과 코어 수는 높을수록, 공정 수치는 낮을수록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 클럭 2.3GHz, 4(쿼드) 코어, 14나노 공정’ CPU보다 ‘클럭 2.9GHz, 6(헥사) 코어, 5나노 공정’ CPU가 더 빠릅니다. CPU 성능이 우수할수록 다양한 앱을 한 번에 켜놓고 작업해도 속도 저하가 적습니다.
GPU는 그래픽을 담당합니다. 2D와 3D 그래픽 연산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영상 처리를 주도합니다. 게임을 구동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쾌적한 3D 게임 플레이는 GPU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머신 러닝을 활용해 사진을 보정하는 애플의 스마트 HDR 3. 출처. 애플 홈페이지
NPU는 인공지능 전용 칩셋입니다. AI 서비스 구현은 물론 인간의 신경망처럼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데 특화되었습니다. 예컨대, 사진 촬영 시 노출·선명도·색감 등을 순식간에 캐치하고, 단숨에 보정합니다. 연산 시간은 0.1~1초 이내죠. 갤럭시 시리즈의 AI 카메라, 아이폰 시리즈의 스마트 HDR 3 등 고품질 사진 보정의 힘은 모두 이 칩셋에서 나옵니다.
앞서 언급했듯 어떤 AP를 달았느냐에 따라 스마트폰 활용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고급 부품으로 채워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큰 문제가 없지만, 중급기 이하부터는 낮은 성능의 부품이 들어가면서 사용 제한이나 품질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코어 수가 적은 CPU라면 창작용 앱 3~4개만 켜 놓아도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저성능 GPU라면 고성능 게임을 돌릴 수 없고, NPU가 없거나 성능이 낮으면 사진 품질도 떨어집니다. 그러니 스마트폰 고를 때 AP를 간과할 수 없겠죠.
복잡한 AP 성능, 어떻게 파악할까?
스마트폰의 경우 프리미엄·중급기·보급형에 따라서 들어가는 AP가 잘 나뉘어 있습니다. 덕분에 AP 내 수많은 칩셋을 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대략적인 성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애플 A14 바이오닉(왼쪽), 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가운데), 퀄컴 스냅드래곤 888(오른쪽)
프리미엄 모델에는 애플 A 바이오닉, 삼성전자 엑시노스 10 시리즈 프리미엄 라인, 퀄컴 스냅드래곤 8 시리즈가 들어갑니다. 애플과 삼성은 주기적으로 최상위 AP를 발표하고, 자사 프리미엄 모델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현재 애플은 A14 바이오닉을, 삼성은 엑시노스 2100을 내놓았습니다.
스냅드래곤은 8로 시작하는 넘버링이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추후 9 시리즈가 나올 수 있지만, 아직은 8 시리즈가 최상위입니다. 스냅드래곤 888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쓰이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 엑시노스 1080
중급기 모델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6/7 시리즈, 삼성전자 엑시노스 7 시리즈가 주로 탑재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엑시노스 9/10 시리즈의 중급기 라인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엑시노스 9 시리즈도 프리미엄·중급기·보급형 라인으로 세분화되니,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엑시노스 9611/980은 9 시리즈의 중급 버전, 엑시노스 1080은 10 시리즈의 중급 버전입니다.
중급기 칩셋은 프리미엄과 비교해 성능이 부족하지만, 멀티태스킹을 하거나 고사양 게임을 낮은 옵션으로 돌리는 데는 무리 없이 작동합니다.
▲ 미디어텍 헬리오 P35
보급형 모델에는 주로 스냅드래곤 4 시리즈나 미디어텍 헬리오 P 시리즈(P35 MT6765 등)가 들어갑니다. 이 AP가 들어간 스마트폰은 성능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NPU가 따로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고품질 사진 보정도 어렵습니다. 메신저, 인터넷 브라우저 등 일상 앱을 주로 쓰고 가볍게 영화를 보거나 사진을 찍는 용도로 적합합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AP에 관해 정리해 봤습니다. 내가 사려는 스마트폰에 어떤 AP가 들어가고, 이것이 어떤 등급(프리미엄·중급·보급)에 해당하는지만 알아도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간단한 용도의 스마트폰이 필요한데 굳이 오버 스펙 제품을 사는 일이 줄어들죠. 사진 품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중급기 이하의 제품을 구매해 실망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이제부터는 AP 먼저 따져보며 꼼꼼하고 현명하게 구매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