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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에 내 투자를 맡겨도 될까?

재택(在宅)크, 빚테크, 동학 개미, 서학 개미.

한 번쯤 들어본 단어일 텐데요. 최근 낮은 금리와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처 부족, 코로나 19로 인한 소득 불확실성 증가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연도별 개인 순매수액은 64조 원을 넘었습니다. 주식에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곁눈질로만 보던 사람들이 주식을 처음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소유자 보유금액 현황에 따르면 30대 이하 젊은 개미 투자자는 지난해 160만 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요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누적 10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한 앱의 경우 2020년 신규 가입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막 투자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 즉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논의에 앞서 재무 상담사의 도입 배경과 역할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

재무 상담사 제도의 도입 배경과 기능

금융당국은 금융과 시장에 대한 지식이 현명한 투자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개인의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ture)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점차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정보탐색 비용이 증가하면서 교육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효율적이라는 논의가 진전되었고 재무 상담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연구에서 재무상담사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분석을 했고, 결과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원래 기대한 바와 같이 재무 상담사는 투자자의 낮은 금융이해력을 대체하여 투자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자산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재무 상담사는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셋째, 금융이해력과 재무 상담사의 역할 간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무 상담사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금융이해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그 역할은 재무 상담사와 같을까요?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징과 역할

로보어드바이저가 보내온 투자 포트폴리오 제안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낮은 비용으로 고급 정보와 자동화된 투자 리밸런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이지요. 또, 주식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주는 등 실시간 투자의사 결정을 직접적으로 지원합니다. 금융이해력이 비교적 낮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장벽을 낮추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아가 인센티브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인 투자 제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오늘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무 상담사의 역할과 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금융기관에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PB서비스를 떠올려볼까요?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재무 상담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조금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초보 투자자, 즉 금융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자에게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낮은 비용으로 객관적 입장에서 실시간 투자의사 결정을 지원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어쩌면 자산상담사 제도를 도입한 초기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과연 로보어드바이저는 긍정적인 역할만 할까요?

로보어드바이저는 교육을 대신해 개인의 자산형성에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개인의 금융이해력 향상 기회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개인이 이를 판단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투자 자문 서비스를 더욱더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개인은 로보어드바이저를 금융이해력 향상을 도와주는 하나의 정보원으로 인식하면서 꾸준히 금융 지식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투자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안한 포트폴리오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첫 시작은 인공지능이 도와준다고 할지라도, 결국 최종 투자의 책임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투자자의 몫이 될 테니까요.

 

글.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김민진(박사과정)

 

1. 노컷뉴스(2020.12.22), “2020년, 이런 개미들은 처음이지? 2030 내가 주식하는 이유는”.
2. 뉴시스(2021.4. 1), “개미 1인당 주식 0.7억 보유…30대 이하 투자자 160만명↑”.
3. 동아닷컴(2021.2.10), ““난 AI가 알아서 투자해줘” 작년에만 1조원 몰렸다”.
4. Milena Migliavacca. (2020). Keep your customer knowledgeable: financial advisors as educators, The European Journal of Finance, 26:4-5, 402-419.
5. Zhang, Lixuan; Iryna Pentina; Yuhong Fan (2021). Who do you choose? Comparing perceptions of human vs robo-advisor in the context of financial services, Journal of Services Marke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