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재난 문자. 이제는 익숙해졌죠. 코로나19 확진자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일도 어느덧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도를 뒤적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비게이션 앱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불가능한 일일까요?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그리고 위치 정보 빅데이터(기지국 접속 정보 등)만 있다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경로 확인 이상의 가치는 부족했던 1세대 서비스
▲ 2014년 론칭되었던 T map 안심보행 서비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스마트폰 앱이 쏟아져 나오던 2010년대 초반. 내로라하는 ICT 기업들은 보유 중인 플랫폼과 지리 정보를 바탕으로 보행자용 모바일 길 안내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보행자용 상세 도로망도’와 같은 원천 데이터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기존 지리 정보 사업체 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보행자용 내비게이션을 출시할 수 있도록 장려한 것이죠.
하지만 보행자용 내비게이션은 차량용 내비게이션보다 활용 수요가 적었고, 위치 정보도 부정확했습니다. 아쉽게도 보행 경로 실시간 안내는 ‘구글 맵’과 ‘T map 안심보행’에서만 구현되는 데 그쳤습니다.
전염병 확산 막을까? 위치 정보 빅데이터 결합할 2세대 서비스
▲ 방사능을 피하듯 스마트폰을 보며 감염 위험 지역을 피하는 날이 올까요?
정적인 정보로 경로 안내만 해주는 서비스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걷는 길이라면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우리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따라서 경로를 잘 알고 있는 길이라도 전염병 감염 위험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위치 정보 빅데이터(또는 공간 통계)를 기반으로 한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서비스입니다. 위치 정보 빅데이터는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 비컨(Beacon), 통신사 기지국 접속 정보 등을 통해 수집합니다.
▲ SKT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경북경찰청에 제공한 지오비전 데이터
이중 가장 효용성 높은 정보는 기지국 접속 정보입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전제로 수집한 기지국 접속 정보는 연령·성별·유입 경로 형태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공공데이터·실내지도 등과 결합해 시각화하면 더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죠. 특정 지역의 인구 혼잡도, 감염자와의 동선 중복 여부, 대중교통의 이용객 현황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용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만 설정하면 감염 위험이 덜한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천받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AR글래스가 서비스 활성화의 기폭제
최근 ICT 업계에서는 AR글래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는 2021년, 애플이 일명 ‘애플 글래스(Apple Glass)’로 불리는 AR글래스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죠. 현재 AR글래스는 포스트 스마트폰의 폼팩터(Form Factor)로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과거 구글글래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AR글래스에서는 증강현실 UX가 주된 서비스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를 응용한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R글래스는 형태적 특성상 사용자 눈에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노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다르게 끊김 없는(Seamless) 서비스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AR글래스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공공 안전에 대한 정보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앞서 말했던 감염병 예방 경로 이상의 공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다수의 서드 파티 서비스와 연동 가능하도록 플랫폼 구조로 개발한다면, 각종 AR 서비스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음성·영상 인식 같은 AI 기술과 결합할 수도 있죠. 종국에는 우리 생활을 밀착 지원하는 AI 비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글. SKT 5GX Cloud Labs 김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