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외모, 목소리, 성격을 모두 갖춘 사람과 만난다면 참 좋겠죠. 많은 사람이 이상형과의 운명 같은 만남을 꿈꾸고 있는데요. CG와 AI 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이상형을 만날 수 있는 날’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도 부활시키는 CG 기술의 발전
▲ 출처 : EverythingAudrey.com 유튜브 채널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영국의 한 초콜릿 회사가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자사 제품을 광고[관련영상]했습니다. 당시 이 영상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광고 속 그녀의 모습은 50년 전 전성기 때처럼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CG(Computer Graphics)에 있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CG 기술이니 죽은 이의 모습을 재현하는 일도 가능했겠죠. 죽은 이들이 다시 등장한 사례는 이뿐만 아닙니다. 영화 <스타워즈>, <분노의 질주7> 등에서도 사망한 배우들이 CG로 부활해 열연을 펼쳤습니다.
디지털 휴먼의 외형, 스캔할까? 한 땀 한 땀 그릴까?
CG로 인물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모델링(Modeling)으로 부릅니다. 모델링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실존 인물을 3D 카메라로 스캔(Scan)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래픽 엔진과 도구를 이용해 그리는 방법입니다.
▲ 3D 스캔으로 인물을 모델링하는 SKT 점프 스튜디오
3D 스캔은 SKT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구축한 ‘점프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습니다. 과정은 간단합니다. 실존 인물을 스캔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후처리 외에는 신경 쓸 것이 없죠. 하지만 구성하는 데 큰 비용이 듭니다. 3D 카메라부터 스캔 장비, 스튜디오까지 갖춰야 합니다.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따라서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은 점프 스튜디오[바로가기] 같은 오픈 스튜디오에서 3D 스캔을 합니다.
직접 그릴 때는 언리얼(Unreal)[관련영상]이나 유니티(Unity)와 같은 그래픽 엔진을 씁니다. 장점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게임, 영화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기술로 똑똑해진 디지털 휴먼
CG가 디지털 휴먼의 겉모습을 만드는 기술이라면, AI는 생명과 지성을 불어넣는 기술입니다. AI 기술은 근래 들어 눈에 띄게 고도화되었습니다. 대화는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주고받는 대화가 가능해졌죠. 사람의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음성인식(STT, Speech to Text) 기술의 정확도는 90% 이상 도달했습니다.
▲ 전화주문을 받는 듀플렉스. 출처 : Google AI 블로그
문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자연어 이해(NLU, 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기술도 지속해서 고도화 중입니다. 구글이 지난 2018년에 보여준 듀플렉스(Duplex)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의 전화주문을 대신 처리한 듀플렉스는 NLU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AI 비서의 발전 속도도 놀랍습니다. 대화 맥락에 걸맞은 보디랭귀지만 개발한다면 디지털 휴먼으로 부르기 충분한 수준인데요. AI 비서가 디지털 휴먼으로 거듭날 시점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정형화된 업무는 디지털 휴먼에게
디지털 휴먼 활용이 본격화하면 우리 일상은 크게 달라질 텐데요. 우선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디지털 휴먼이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인간은 더욱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되겠죠. 물론 일자리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직접 영향받을 직업이 몇 가지 있는데요. 사람을 대하는 직업 중 ‘업무를 정형화할 수 있는 것’들이 해당합니다.
▲ 출처 : New China TV 공식 유튜브 채널
예를 들어 대본을 읽으며 방송을 진행하는 TV 뉴스 아나운서, 기상캐스터는 디지털 휴먼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실제로 중국의 국영 미디어 신화통신사는 지난해 3월 디지털 여성 앵커를 통해 1분가량의 뉴스[관련영상]를 전한 바 있습니다.
▲ 다양한 직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의 인공인간 프로젝트 NEON. 출처 : NEON 홈페이지
한 발 더 나아가면 개인비서, 기업 안내데스크, 가수, 심리상담사 같은 전통적인 대면 직업도 포함됩니다. 이들 직업의 경우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휴먼의 형태로 무인화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낯설어지는 날이 올지도
내가 좋아하는 외모, 목소리, 성격을 모두 갖춘 디지털 휴먼. 미래에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휴먼’까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인공지능 비서)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디지털 휴먼의 외모와 매력에 끌려 과몰입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보다 그들과 더 자주 상호작용할 우려가 있는데요. 우리는 ‘실제 인간과의 대화가 오히려 낯설어지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휴먼은 날 위해 존재하지만, 타인은 나에게 무엇이든 맞춰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면 회의나 전화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부담을 느껴 메신저 대화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죠. 요즘의 사람들을 보다 보면 이런 세상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글. SKT 5GX Cloud Labs 김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