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기사들이 뉴스 일면을 장식했죠. 무분별한 비난에 고통받는 이들의 소식입니다. 이와 함께 항상 거론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악성 댓글입니다. 악의적인 댓글은 지난 몇 년간, 어쩌면 인터넷이 시작된 이래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데요. 이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까요?
댓글 문화의 형성과 악성 댓글의 등장
인터넷 보편화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자기표현이 증가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 사안이나 사회·정치적 쟁점에 관해 댓글로 소통하는 문화도 형성되었죠.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통은 익명성 기반이며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 없이 이뤄집니다. 때문에 상호존중이나 사회적 규범이 쉽게 무시되고, 소통되는 정보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이 현실 세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댓글을 서슴없이 작성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악성 댓글은 댓글 작성자, 게시글에 등장하는 인물, 게시글 작성자, 혹은 제3의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조를 유발하며 악순환되는 악성 댓글
악성 댓글은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비방하거나 모욕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는 악의적인 댓글을 말합니다. 줄임말로 악플(한자 ‘악(惡)’과 영어 단어 ‘reply’의 합성어)로 표현합니다. 악성 댓글은 모욕적인 표현·비방이나 욕설·적의를 표현하는 등의 강한 언어적 형태로 나타나는 공격 행동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 행동·자아개념을 손상시키는 사이버 폭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댓글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 중 많은 양은 기사 의도와 상관없는 무익하거나 해롭고 부정확한 이야기입니다. 독자는 이런 내용을 나름대로 판단하며 유용한 정보만 받아들이려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은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평범한 댓글이 달리면 평범한 댓글이 이어지지만, 공격적인 댓글이 달리는 순간 다음 댓글에서 공격적인 성향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동조’로 부릅니다. 동조는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맞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 의견에 대한 판단 또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죠. 이러한 동조 현상을 통해 악성 댓글은 점점 더 속도와 범위를 늘려가며 확산됩니다. 지속해서 가지를 치며 개인·사회에 루머를 퍼뜨리며 영향력을 형성합니다.
정서·신체적 피해를 유발하는 악성 댓글
악의적 선동이든 동조이든, 사이버 공간에서 언어적 공격을 받으면 그 대상자는 모욕감·수치심·분노 등을 경험합니다. 정서·신체적 피해, 학생의 경우 학습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까지 받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언어적 공격은 불안·우울·자신감 상실·고독감의 원인이었습니다. 불면증·스트레스성 두통·식욕 상실·구토 증세·신체화 증상·주관적 신체 상태 저하 등의 신체적 문제 또한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일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요. 심각하면 자살 시도로 이어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악성 댓글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행히 우리 사회는 악성 댓글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은 뉴스 사이트가 댓글 창을 닫기 시작했죠.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ational Public Radio는 2016년에 댓글 창을 없앴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네이버·네이트·방송 3사가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연예·스포츠 뉴스의 댓글 창을 폐지했습니다.
그러나 댓글 창을 닫는 대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악성 댓글은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 같은 개인 SNS의 댓글 창과 개인 단톡방으로 옮겨갔는데요.
근본적 해결책은 역시 인식 개선에 달려 있습니다. 악성 댓글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행위’임을 개인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악성 댓글의 참여자가 편향적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주체적 판단 없이 무조건 동조하는 댓글을 자제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부터 악성 댓글을 달지 않는 것입니다. 댓글을 작성하기 전에 한 번쯤은 ‘내 댓글이 상대방을 자살에 이르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험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렇게 악성 댓글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스스로 절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악성 댓글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악성 댓글 없이 성숙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과 논의만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박선희(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간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