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오늘날의 통신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 데이터와 산업, 그리고 AI까지 이어지는 인프라로 확장 중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통신은 이제 데이터와 기술,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는 1996년 CDMACode Division Multiplexing Access, 코드분할 다중접속 상용화가 있다. 당시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세계 최초로 CDMA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며 디지털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 CDMA 상용화는 이후 이동통신 기술의 방향을 결정지었을 뿐만 아니라, 통신과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를 이끈 계기가 됐다.
SKT 뉴스룸은 CDMA 상용화 30주년을 맞아 한국의 이동통신 시작지점 부터 현재의 AI 기반 통신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변화상을 짚어봤다.
‘검증된’ TDMA 아닌 CDMA를 선택하다… 기술 자립을 위한 승부수

1995년 12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인천-부천간 CDMA 방식의 이동전화 시험통화 모습.
1996년 3월,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 성공 기념 고객 사은회
1996년 1월, 세계 최초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
1996년, 지하철을 기다리며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1980년대, 초창기의 1세대 아날로그 통신은 주파수분할방식(FDMA)이었다. FDMA 방식은 구현이 단순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었지만, 주파수 효율성이 낮아 낭비되는 주파수가 많고 수용 가능한 이용자 수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이동통신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한정된 주파수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통화 품질이 떨어지고,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 일도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아날로그 통신을 넘어, 보다 많은 사용자를 수용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을 결정해야 했다. 당시 디지털 방식의 이동통신은 TDMA(시분할 다중 접속) 방식이 표준이었으며,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TDMA 방식이 아닌 CDMA 방식을 선택했고, 이 선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TDMA 방식은 유럽 표준으로 이미 상용화 중이었으며, 기존 방식보다 3배 많은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선택한 CDMA는 상용화 사례도 없고,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기술이었다. 특히 CDMA 상용화가 실패할 경우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도 거론됐다. 때문에 ‘위험한 도박’, ‘CDMA 도입이 실패하면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ETRI는 ‘가보지 않은 길’인 CDMA를 고집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이미 표준화가 끝난 TDMA를 도입할 경우, 핵심 장비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종속이 뻔했기 때문이다. 또 TDMA 방식은 당장의 주파수 확보를 통해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지만, 좁은 면적에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환경 특성상 앞으로는 훨씬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해질 터였다.
반면 직원 수 500명 남짓의 벤처 기업이었던 퀄컴과 ‘CDMA 1X’를 공동 개발한다면 원천 기술을 확보해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올라설 기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CDMA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10~20배의 수용 용량을 지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1991년 8월 20일 ETRI는 미국 퀄컴과 CDMA 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CDMA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연구원들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퀄컴 본사와 한국을 오가며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했다. 가까운 곳의 강한 신호가 먼 곳의 약한 신호를 잡아먹는 원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 번의 필드 테스트와 실패가 이어졌고, 기지국 사이를 이동해도 통화가 끊기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고, 이듬해인 1994년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재선정 및 한국이동통신 민영화가 함께 추진됐다. 과거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한 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권을 자의적으로 반납했던 선경(현재 SK그룹)은, 정권이 바뀐 1994년 경쟁 입찰을 통해 총 매입금 4,171억 2,000만 원 규모에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
이윽고 1996년 1월, 한국이동통신은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같은 해인 4월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CDMA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국가가 됐다.
전국으로 확산된 통신 인프라, 일상의 변화가 시작되다

1996년 11월, 제1회 CDMA 국제학술회의 모습.

2000년 10월, 세계 최초 CDMA 200-1X 상용화(2.5세대).
CDMA 상용화 이후 통신망은 빠르게 확산됐다. 서비스 시작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되면서 이동통신은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용자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1998년 이동통신 가입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1999년에는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이동통신의 보급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국 단위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이동통신은 단순한 통화 수단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CMDA 상용화가 불러온 이동통신의 확장은 또한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는 계기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정보 전달이 제한적이었다면, 이동통신 확산 이후에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요구하는 기술 조건에 맞춰 장비 제조사가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네트워크에 적용하며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제조, 반도체, 통신장비 등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네트워크 인프라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또한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CDMA 상용화 이후 수입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단말기와 장비를 수출하는 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실제로 이동통신 가입자는 1995년 150만 명에서 2000년 2,700만 명으로 급증하며 내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동통신이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이후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성장 기반이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 지표에서도 당시 이동통신의 확산이 불러온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정보통신산업 부가가치는 1996년 17조 8천억 원에서 2025년 304조 원으로 증가했고, GDP 내 비중도 2.2%에서 13.1%로 확대됐다. IT 수출 역시 412억 달러에서 2,643억 달러로 증가하며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즉 CDMA 상용화는 ‘통신 서비스 확대’가 아니라, 산업 전반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2G에서 5G까지, 연결의 범위가 확장되다

3G(휴대전화 기반 HSDPA) 기술로 가능해진 고화질 영상통화 모습.
2011년 4월, LTE 국내 최초 시연 모습.

2011년 7월, 4G LTE 카운트다운 행사.

5GX MEC 서버의 모습.
CDMA로 시작된 2G는 음성과 문자 중심의 디지털 통신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후 통신의 진화는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니라, 무엇을 연결하느냐의 변화 과정이었다.
3G 시대는 데이터 통신이 본격화하며 인터넷과 통신의 경계를 허물고, 인터넷이 모바일 환경으로 확장한 시기였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바꾼 첫 번째 전환점이었으며, 이 시기에는 음악, 영상, 웹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모바일 환경으로 확장됐다.
4G LTE의 시기에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일상으로 확장됐다.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리며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커머스, 미디어, 소셜 플랫폼이 생활 전반에 자리잡았다. 이 시기 통신은 개인의 생활 전반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기능하게 됐다.
5G는 연결의 범위를 산업으로 확장시켰다. 초저지연과 대용량 통신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 원격 제어 등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통신은 개인을 넘어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진화했다.
AI를 만난 통신, 데이터를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인프라로 진화하다

AI와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AI-RAN’ 실증망을 시연 중인 모습.

MWC26의 SKT부스에서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전시가 진행 중인 모습.

온디바이스 AI로 안테나 송수신 성능을 최적화하는 Antenna Optimization의 모습.
AI 시대를 맞아 통신은 또 한번의 변화에 나서고 있다. 통신망은 단순한 데이터 전달 역할을 넘어, 데이터를 이해하고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 운영 과정에서도 트래픽 예측, 장애 대응, 자원 배분 등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통신망 자체가 ‘지능형 인프라’로 전환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SKT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AI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인 A-One은 과거 이벤트 데이터와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트래픽을 사전에 예측하고, 필요한 장비 배치와 대응 방안을 미리 설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형 공연과 같은 환경에서도 이용자 동선과 데이터 사용량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용량을 사전에 확장하고, 트래픽 집중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구조 역시 확대되고 있다. 기지국과 네트워크 장비에 AI를 접목하는 AI-RAN 기술은 트래픽 변화에 따라 자원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며, 서로 다른 서버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운용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 에이전트, 그리고 6G 시대를 대비한 센싱 기술 등도 함께 개발되며 통신 인프라는 한층 고도화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통신의 역할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CDMA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이동통신의 방향을 바꾼 출발점이었다. 이후 통신은 사람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확장됐고, 지금은 AI와 결합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고 있다. 30년 전의 선택으로부터 이어진 오늘의 통신이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