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의 확산은 AI 활용 방식의 변화를 넘어, 인터넷을 움직이는 주체와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네트워크 운영과 보안, 통신사의 역할까지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SKT AI정책연구원과 함께 에이전틱 AI 시대의 트래픽 패러다임 전환이 갖는 의미를 살펴봤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직접 웹을 탐색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정보를 찾고 비교하며, 예약·구매·결제까지 대신 수행하는 식이다.
이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인터넷 트래픽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검색하고 클릭하며 트래픽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와 봇이 대량의 요청을 생성하며 인터넷 트래픽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웹 생태계 안에서 실질적인 행위자로 작동하기 시작한 지금, 인터넷 트래픽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을까. 에이전틱 AI 확산이 가져온 트래픽 패러다임 전환을 살펴본다.
AI·봇 트래픽 57.4% 차지, 인터넷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의 생산 주체가 사람에서 AI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Human Security 보고서* 등 자료에 따르면, 전체 웹 트래픽에서 AI와 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57.4%로, 인간이 생성하는 트래픽의 수치(42.6%)보다 높았다. 인터넷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 트래픽이 인간 트래픽을 앞선 것이다.
*Human Security: 2026 State of AI Traffic and Cyber threat Benchmark Report
이 변화는 AI 기반 트래픽 증가와 맞물려 있다. AI 학습용 크롤러,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는 AI 스크래퍼,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등이 웹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트래픽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AI 기반 월간 트래픽은 2025년 한 해 동안 187% 증가했으며, 에이전틱 AI 트래픽은 전년 대비 7,851% 증가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웹에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시스템이다. 기존 크롤러가 웹페이지를 ‘읽고 수집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웹페이지 탐색, 폼 작성, 로그인은 물론 자율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에이전틱 활동의 2.3%는 인간 개입 없는 자율 결제 단계까지 진입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가장 저렴한 항공권과 숙소 조합을 찾아 예약해줘”라고 요청하면, AI는 여러 사이트를 탐색하고 조건을 비교한 뒤 예약과 결제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하나의 명령이지만, 서버와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다수의 웹사이트와 API를 호출하는 대규모 트래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빈도·초고속 AI 트래픽, 네트워크와 보안 과제를 바꾸다

에이전틱 AI 트래픽은 기존 사람 중심 트래픽과 성격이 다르다. 사람의 웹 이용이 검색, 클릭, 페이지 이동처럼 비교적 순차적인 흐름을 갖는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웹사이트와 API를 동시에 호출하고, 밀리초 단위로 페이지를 분석하며, 필요에 따라 탐색 경로를 스스로 바꾼다. 하나의 사용자 명령이 고빈도·초고속·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트래픽으로 확장될 수 있는 이유다.

이 변화는 통신사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첫 번째는 AI 트래픽에 최적화된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이다.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이를 안정적으로 분산·처리하고, 지연시간과 망 부하를 줄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AI-RAN과 엣지 컴퓨팅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는 AI 시대의 신뢰와 보안 확보다. 에이전틱 AI가 사람을 대신해 웹을 탐색하고 계정에 접근하며 거래까지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정상 AI 에이전트와 사칭 해킹 공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자료에 따르면 정상 AI 에이전트와 사칭 해킹 공격은 접속 빈도, 대역폭, 탐색 경로 등 외형적 행동 패턴이 99.5% 일치한다. 단순 IP 차단이나 접속 빈도 기반 탐지를 넘어, 접속 주체의 목적과 맥락을 분석하는 의도 기반 보안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세 번째는 신뢰 인프라 기반의 비즈니스 확장이다. 통신망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를 넘어, 보안성과 신뢰성을 갖춘 고부가가치 인프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금융·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 거래 보장, 규제 대응, 데이터 보호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통신사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AI-RAN·FAME·GPUaaS… SKT가 쌓아온 AI 인프라 기반
SKT는 올해 4월 WIS 2026에서 네트워크 AI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차세대 기지국 ‘AI-RAN’을 실증하고 있는 SKT 구성원들.
SKT 구성원이 나주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AI 기반 보안 기술을 소개하는 모습.
AI 트래픽 증가와 에이전틱 AI 확산은 통신사에 지능형 네트워크, 신뢰 기반 보안, AI 인프라 역량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추진해온 AI-RAN, 정보보호 체계 강화, AI 보안 플랫폼, AI 데이터센터·GPUaaS 등은 이러한 통신사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AI-RAN 기반 네트워크 진화가 주요 흐름으로 제시되고 있다. SKT는 노키아, HFR 등과 협력해 AI와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차세대 기지국 기술 AI-RAN을 개발하고, 실증망에서 시연했다. AI-RAN은 하나의 장비에서 통신과 AI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술로, 통신망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네트워크 AI’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안 영역에서는 정보보호 체계 강화와 AI 보안 기술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SKT는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정보보호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정보보호혁신안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AI 보안 솔루션 FAME을 통해 통신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보이스피싱·스미싱·부정 거래 등 금융 사기 패턴을 실시간 탐지·예방하고 있다.
AI 인프라 영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GPUaaS를 중심으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SKT는 가산 AI 데이터센터를 오픈하고 AI 클라우드 서비스인 SKT GPUaaS를 출시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와 GPUaaS는 AI 서비스 확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인터넷은 사람이 직접 탐색하던 공간에서, AI가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고 실행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트래픽의 주체도 사람에서 AI와 봇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통신망에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부하와 보안 과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통신사의 역할은 단순 연결 제공자를 넘어선다. AI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체계를 제공하며, AI 서비스 확산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 SKT가 추진해온 네트워크 지능화, 보안 고도화, AI 인프라 역량 강화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