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의 상태를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누구 케어콜(NUGU carecall)’ MOU를 위해 대구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때마침 관계자분이 전날에 백신을 접종하셔서, 현장에서 바로 테스트 콜을 진행했는데요. 아리아(호출어)가 ‘주사 부위에 통증이 있으신가요?’하고 묻자 관계자분이 ‘네, 거기가 좀 우리합니다.’라고 사투리로 대답하신 거예요. 옆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하다’가 무슨 뜻인지 계속 찾고 있는데, 저는 그 순간 음성 인식 입장에서 ‘우리하다’가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라고 확신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아리아가 ‘아픈 부위에 냉찜질을 해 보시고 하루 이상 계속 통증이 지속되면 병원을 가보세요’라고 안내하는 거예요. 사투리까지 정확하게 이해한 거죠. 쓰면 쓸수록 똑똑해지는 AI 서비스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던 순간이었어요.” – 이현아 CO장
SK텔레콤의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 ‘NUGU(누구)’가 출시 5주년을 맞았다. NUGU는 AI 스피커로 출발, T맵과 B tv 셋톱박스, T전화 등의 POC 확대를 거치며 SK텔레콤 AI 서비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누구 케어콜을 통해 전방위로 활약 중이다. AI 전화 플랫폼인 누구 케어콜은 코로나19 자가격리·능동감시자의 상태나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전화를 걸어 접종 후 이상 반응 여부를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학습된 다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틀린 발음이나 사투리까지 척척 대응하며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의 특급 도우미로 떠오르고 있다.
NUGU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이현아 AI&CO장(컴퍼니장)은 NUGU 서비스를 이름처럼 엄마도, 친구도, 동료도. ‘누구’도 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단순히 똑똑한 AI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따뜻한 AI 기술을 꿈꾸는 누구의 미래, 이현아 AI&CO장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인공지능 기술, NUGU 속으로 들어가다
누구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 AI 스피커로 출시되었다. 이현아 CO장은 “SK텔레콤의 AI 서비스가 스피커로 출발했다는 것은 인상적인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AI 스피커는 화면을 통한 시각적 경험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음성만을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사용자의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가 쌓이고, 또 이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AI 서비스로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화면을 보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보다 말로만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에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NUGU의 시작은 스피커였지만, 스피커가 없는 고객들에게 경험 확대가 필요했다. 더 많은 고객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POC(Point of contact) 확대는 필연적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첫 번째 과제가 바로 ‘TMAPxNUGU’였다.
“TMAP과 NUGU의 궁합은 최고였어요. 음성 AI의 가장 큰 장점이 ‘핸즈프리, 아이프리’니까요. 차량 주행 시에는 휴대폰을 마음껏 조작할 수 없고, 화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음성 AI 서비스를 어느 때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 이현아 CO장
TMAP 다음 과제는 B tv였다. 누구는 B tv 서비스를 통해 리모컨 없는 TV 시청 라이프를 대중화했다. 나아가 T전화를 통해 모바일 영역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T전화xNUGU 출시를 통해 다이얼러 앱으로서의 T전화를 커뮤니케이션 에이전트로 변화시켰다. T전화xNUGU를 통해 고객들은 전화와 문자 수발신(OS별 상이)은 물론, 투데이탭을 통해 날씨, 뉴스, 라디오, 음악, 감성대화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현아 CO장은 NUGU 서비스의 차별화 키워드로 ‘누구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꼽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용자의 생활환경 어디서나 NUGU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아 CO장은 “누구의 터치포인트는 집, 자동차 그리고 모바일”이라며 “스피커나 B tv, 차에 있을 때는 TMAP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는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보면 사용자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환경에서 NUGU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NUGU는 개방형 SDK(Software Development Kit)다. 때문에 금융이나 카드, 음악 스트리밍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활용 가능하다. 이는 곧 타사 서비스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NUGU는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사용자가 ‘양화대교 찾아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TMAP에서는 길 안내를 해야 하고 B tv에서는 뮤직비디오, FLO에서는 음악을 찾아야 하잖아요. 같은 사용자가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두 다르게 적절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데, NUGU는 그런 능력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 거죠.” – 이현아 CO장
NUGU 기술 인사이드
이현아 CO장은 NUGU 서비스를 “사람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는 하나의 도구”라며 “삶의 질을 점점 더 높이는 역할을 곳곳에서 할 것”이라고 말한다.
AI는 계속 학습을 하면서 똑똑해진다. 데이터가 많이 흘러 들어갈수록 점점 더 진화하는 것이다. AI 서비스의 품질을 100점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사용자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양분으로 해야만 발전한다. 결국 AI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NUGU 스피커를 놓고 원하시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청하시던 모습을 뵈었어요. 그렇게 NUGU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한 시간이 넘도록 정말 즐겁게 따라 부르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 일을 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날의 기억이 기반이 되어 시니어 고객 특화 서비스인 ‘누구 오팔(NUGU opal)’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 이현아 CO장
이현아 CO장은 기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NUGU 또한 사람을 위한 따뜻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누구 오팔(NUGU opal)’은 시니어 사용자들의 생활에 특화된 서비스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시니어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허들을 낮춘 AI 로직을 적용했다.
“AI 기술 역시 ESG 활동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AI야말로 사람을 위해 기술을 열심히 만들다 보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서비스 품질도 상승하고, 나아가 비즈니스까지 가능해지는 기술이잖아요.” – 이현아 CO장
NUGU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현아 CO장은 음성 AI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를 ‘공감’과 ‘감성’이라 말한다. 사용자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대화 능력이 AI 산업의 화두인 것이다.
“GPT3*가 나오면서 AI 서비스의 대화 능력이 중요해졌어요.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 이현아 CO장
*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OpenAI가 구축한 자동 회귀 언어 모델로 딥러닝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
NUGU 서비스는 이용 패턴에 따라 사용자들의 성향을 나눌 수 있다. 음악·영화 등의 콘텐츠를 찾는 콘텐츠 소비형부터 날씨·교통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는 정보 탐색형, 감정을 교류하고자 하는 감정 교류형까지 총 세 가지다. 대부분 서비스 연동 후 첫 마디에 따라 사용자들의 성향이 비슷하게 분류된다. 특히, ‘안녕’이라는 인사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사용자의 경우 감정 교류의 성향이 높은 편이며, 동시에 해당 기능에 대한 수요도 높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 NUGU의 감성케어 기능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공감과 감성의 옷을 입게 될 NUGU는 사용자들의 삶에 좀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의 생활 루틴을 파악하고, 사용자들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맥락에 맞는 역할을 서비스 할 수 있는 ‘반려’의 모습으로서 말이다.
“올해 출시된 루틴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시간대별로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미리 세팅해 두고 NUGU에게 특정 발화어, 예를 들어’굿모닝’하고 인사를 하면 아침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며 아침을 엽니다. 음악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음악을, 뉴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뉴스를, 날씨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날씨 정보를 제공해주는 거죠. 그리고 목적지로 출발하기 전 교통 정보 세팅을 하고 이동하는 동안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물론, 사용자가 평소에 선호하는 콘텐츠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겠죠. 그리고 아침 루틴에 따라 늘 마시던 커피를 주문해 줄 수도 있겠고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그렇게 멀리 있는 풍경이 아니에요. NUGU는 사용자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수 있는 반려 AI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 이현아 CO장
AI 서비스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다. AI 서비스가 추구하는 더 나은 삶의 영역도 인간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AI 서비스는 다른 기술보다 개발자의 가치관이 더 많이 녹아 있는 기술인지도 모른다. 이현아 CO장의 ‘사람을 향한 꿈’이 NUGU 서비스의 5년을 넘어 앞으로의 5년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