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ICT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주요 관계사의 CTO가 한자리에 모였다. SKT 김윤 CTO, SK㈜ C&C 차지원 그룹장 그리고 SK하이닉스 도승용 담당은 ‘SK ICT 테크 서밋 2021’에서 “Technology for a Better Tomorrow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기술)”라는 주제를 가지고 ESG 관점에서 ICT 기술 활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세 명의 CTO는 “ESG는 ICT 발전에 중요한 축”이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발자 생태계 180도 바꾼 코로나… 메타버스 중심의 콘텐츠, 기술, 플랫폼이 주목받을 것
SK CTO 패널 토의의 모더레이터는 HGI의 김경헌 이사가 맡았다. CTO들은 코로나로 인한 개발자생태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I와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분석도 이어나갔다.
Q. 김경헌 이사: 약 2년간 이어진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CTO로서 최근 2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개발자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SK CTO 패널 토의에 참석한 SKT 김윤 CTO가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A. 김윤 CTO: 코로나는 우리가 사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하나의 블랙 스완*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지구가 너무 아프므로 우리한테 ‘너희도 한번 아파봐’라고 화두를 던져준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도 환경의 지속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반성을 좀 했습니다.
* 블랙 스완 (black swan):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
코로나 이후 SKT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코로나를 어떻게 기회로 삼을 것인지가 고민의 핵심이었습니다. 우리는 비대면 소통을 이어가면서 기술, 플랫폼, 인프라, UX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개발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움직임은 ‘메타버스’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AI와 머신러닝 엔지니어들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는데요. 현재는 메타버스를 주축으로 한 디지털 세상에서의 콘텐츠와 기술, 플랫폼 등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 차지원 그룹장: 저는 개발자 생태계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로나로 개발자의 지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기술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좋은 회사로 옮겨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반대로 회사는 개발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죠. 회사의 입장에서는 위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생태계는 물론 일하는 환경, 업무 문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A. 도승용 담당: 코로나는 기존의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도체 제조업은 현장에 대한 밀착 대응과 기술 보안이 중요해서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비대면 업무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고, 저는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에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기반의 협업과 소통 플랫폼이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지만, DT를 잘 준비하고 대응했기에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Q. 김경헌 이사: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 및 미래를 위해서 AI/DT 중심의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텐데요. SKT는 B2C, C&C는 B2B, 하이닉스는 제조 인프라 산업인 만큼 다양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별 방향성과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도승용 담당: AI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이닉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를 만드는 것이 AI를 가속화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인데요. 최근 SK하이닉스에서 풀HD급 영화(5GB) 163편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광대역 메모리인 ‘HBM3’ D램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AI를 가속화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죠.
‘AI 기술을 제조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반도체 공장은 수많은 장비와 설비로부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느냐가 결국 SK하이닉스의 제조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요소일 텐데요.
SK하이닉스는 SKT와 SK㈜ C&C와 협업해 빅데이터 저장 및 분석은 물론 지능화된 제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SK CTO 패널 토의에 참석한 SK㈜ C&C 차지원 그룹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A. 차지원 그룹장: SK㈜ C&C의 업(業)은 다른 회사의 DT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말이죠. AI 기술이 가파르게 발달하고 있고, 확산 속도도 무척 빠릅니다. 고객들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고요.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쉽게’ ‘싸게’ 할 수 있느냐를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SK㈜ C&C는 ‘자동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AI와 DT에 대한 인프라가 없거나 예산이 적은 회사들도 이전보다 더 쉽게 활용하는 등의 변화가 곧 시작될 것입니다.
A. 김윤 CTO: SK텔레콤은 고객의 최접점에서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SKT 신임 유영상 CEO께서 ‘AI & Digital Infra 서비스 컴퍼니’ 비전을 발표하셨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연결을 넘어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삶을 훨씬 잘 이해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술들이 필요할까요? 실시간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초연결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모바일 엣지 컴퓨팅이나 5G 기반의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이렇게 ‘고속도로’가 깔리고 난 다음부터는 크고 작은 AI를 연결하는 ‘지능형 서비스’가 나와야 하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고객을 알기 위한 기술입니다.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마음을 잘 예측하고, 액션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이해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고객 데이터 ▲네트워크 데이터 ▲서비스 데이터에서 추출한 인공지능 기반 사용자 이해 기술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앞으로 AI 에이전트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시스템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함께 이해하는 기술입니다. 텍스트, 혹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혼합되어 있을 때 AI가 이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 제로(Net-Zero)에 먼저 도달하는 자가 ‘포스트 넷 제로’ 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
ESG는 경영 전반은 물론 기술 관점에서도 주요한 키워드다. 하지만 그린플레이션* 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현실은 만만치 않다. ESG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SK ICT 테크 서밋에서 모인 세 CTO는 ESG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나갔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 친환경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의미
Q. 김경헌 이사: ESG를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며, 사업에 어떻게 적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SK CTO 패널 토의에 참석한 SK하이닉스 도승용 담당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A. 도승용 담당: SK하이닉스는 친환경 제조시스템을 구축해 탄소 배출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요. 이때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거시적인 이야기이지만, 향후에는 초고속 저전력 메모리를 개발해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사례를 소개해드릴게요.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만드는 제주 공장에는 OHT(Over Head Transport, 웨이퍼 이송 장비)가 천장 레일 따라 웨이퍼를 반송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장비가 1년에 움직이는 거리를 계산해보니 지구를 15,000바퀴를 도는 수준이더라고요. 우리는 이 OHT의 최적•최단 경로로 움직일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전력 최소화는 물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조 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ESG가 아닐까요?
A. 김윤 CTO: 넷 제로는 미래의 ESG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관문입니다. 넷 제로에 도달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ESG와 관련한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넷 제로에 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포스트 넷 제로에 대한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넷 제로에 먼저 도달하는 기업이 그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 SK는 이러한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Q. 김경헌 이사: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ICT 기업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고, 기업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반면 AI 윤리, 대규모 ICT 인프라로 인한 탄소배출 증가 등 ‘AI가 세상을 구하려다 세상을 망친다’ 는 이야기도 있고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이슈 또한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좋은 기술’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김윤 CTO: SKT는 지난 5월 AI 추구 가치를 정립해 공표했습니다. 7대 AI 추구 가치는 SKT가 주요 가치로 추진해온 사회적 가치와 무해성, 기술 안정성, 공정성, 투명성, 사생활 보호, 지속혁신 등입니다.
SKT는 통신 기반의 인프라 회사이자 AI 회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AI가 발전하기 때문에 우리도 역시 지속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추구 가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목적 함수’ 입니다. 어떠한 사업을 시작하거나 제품, 서비스를 만들 때 ‘이 기술과 서비스가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세상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해롭지는 않은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SK ICT 테크 서밋 2일 차에는 AI 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세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함께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SK ICT 테크 서밋 바로가기]
■ SK CTO에게 물어보세요
CTO 패널과 온라인 참가자의 소통을 위해 ‘SK CTO에게 물어보세요’ 코너가 진행됐다. 이 코너는 보드에 적힌 5개의 도형 중 CTO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참가자의 질문이 공개됐고, 이를 각각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질문과 세 CTO의 답변을 공개한다.
참가자 사전 질문1. 기술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AI/블록체인/Cloud/메타버스 이렇게 해마다 기업에서 앞세우는 기술이 계속 변경되고 있는데, 내년에 화두가 될 기술 또는 이 분야만큼은 ‘트렌드’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 분야는 무엇이신지요?
A. 차지원 그룹장: 현재 언어, 음성 기술을 이용한 AI의 발달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객센터 등에서 사람이 전화 받는 일을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메타버스 및 자동차에 적용되는 AR/VR 기술도 더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질문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앞으로 어느 길로 나가야 좋을까?”란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기계를 이해하는 개발자의 능력, 이것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메타버스 시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계를 이해하고, 개발하는 능력 자체는 정말 고유하고 절대 불변의 가치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개발자가 계시다면, 먼저 본인의 핵심 능력을 잘 키우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사전 질문2.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의 적용/활용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실효성, 효과성, ROI 측면에서의 AI 기술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ICT 융합이나 On/Off 통합 등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궁금합니다.
A. 도승용 담당: AI나 머신러닝은 성공 사례가 많이 있긴 하지만, 제조 분야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AI를 학습시켜 예측했을 때, ‘자연성’이라는 문제가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 자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많은 리소스를 들여 AI 모델을 학습했지만,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예측 문제인데 단순한 리그레션이 AI 모델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우리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도 중요하지만, AI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AI 전문가, 도메인 전문가 등 각각의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문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AI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사전 질문3. 최근 GPT-3와 같은 대규모 AI 언어 모델이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결국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통계적 모델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AI 기술은 계속 AI 모델을 키우는 쪽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나오는 것으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윤 CTO: GPT-3는 파라미터가 1,750억 개이며, 256년의 GPU 시간이 필요한 엄청나게 큰 모델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21년 11월인 지금, GPT-3의 10배, 20배의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SK텔레콤은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지금보다 100배, 1,000배나 큰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폐단이 생깁니다. ESG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크기에 집착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2~3년 뒤에는 스몰데이터로 갈 것 같습니다. 사람은 ‘직관’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AI도 이런 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GPT-3는 언어를 이해하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생성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생성만 잘하고 무슨 뜻인지 파악을 못 하는 것이 현재 GPT-3의 수준입니다. 앞으로는 언어의 의미까지 AI가 이해를 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SK 22개사가 참여해 AI와 메타버스∙클라우드∙모빌리티 등 9개 분야, 총 114개의 기술을 선보이는 ‘SK ICT 테크 서밋 2021(SK ICT Tech Summit 2021)’은 4일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kicttechsummit.com)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