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었다. 챗GPT가 촉발한 AI 광풍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전시품을 내놨다.

MS · 퀄컴 · 글로벌 통신사 AI ‘올인’

글로벌 ICT 기업 중 챗GPT와 가장 가까운 곳은 누가 뭐래도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수년에 걸쳐 총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해왔다. MS는 이번 전시에서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적용한 ‘빙 챗봇’ 서비스 시연 공간을 마련했다. 음성 · 생체정보와 AI 대화 기술을 결합한 ‘뉘앙스’, 화상회의 플랫폼 ‘팀즈’에 AI를 적용한 사례 등도 소개했다.

모바일 기기 ‘두뇌’를 맡는 퀄컴도 AI 이미지 생성을 스마트폰에서 가능토록 한 ‘스테이블 디퓨전’ 모바일 버전을 시연했다. 네트워크 장비사들도 AI를 강조하기 바빴다. 155년 역사의 네트워크 장비 강자 노키아는 5G 등 네트워크 장비뿐만 아니라 지능형 로봇과 스마트 공장 자동화, 버추얼 트윈 등 AI·로봇 관련 기술을 전면 배치했다. MWC 2023에서 역대 최대 규모 부스를 연 화웨이도 ‘지능형 세상’을 강조하며 에너지 · 운송 · 제조 영역과 AI의 접목 사례를 소개했다.

전시가 열리는 유럽의 대표 통신사들도 일제히 스마트 공장 · 로봇 · XR · 사물인터넷(IoT) 등을 소개했다. 스페인 · 남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스마트 농업 시스템을,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는 스마트 공장 로봇의 제어를 시연했다. 중국 차이나텔레콤도 AI와 5G를 활용한 스마트 광산을 선보이며 AI에 숟가락을 얹었다.

글로벌 ‘통신사’ AI, 급조 티 나네

글로벌 ICT 기업들의 AI 기술 전시 사례를 소개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국 기업과 MS, 퀄컴을 제외한 글로벌 ‘통신사’들의 AI 전시물은 챗GPT 열풍에 급조한 티가 났다. 국뽕(?)이 아니다. 지난해 MWC 2022에서 미국 · 유럽 통신사들은 5세대 이동통신(5G) 활용 방안에 집중했다. 작년 전시의 화두로 메타버스가 꼽힌 이유다.

피라 그란 비아 제3관에 마련된 SK텔레콤 부스 전경

반면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는 지난해부터 AI · DX를 소개했고, 올해 전시에서는 더욱 규모를 키워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 대표 통신사들이 글로벌 통신 대전 한복판에서 전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장점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SK텔레콤은 올해 MWC 2023에서 ‘K-AI 얼라이언스’와 함께 글로벌 통신사 중 최대 규모 AI 전시관을 꾸렸다. K-AI 얼라이언스는 전시 개막 전날인 2월 26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결성을 알린 연합체다. 유 사장은 SK텔레콤과 팬텀 AI(Phantom AI), 베스핀글로벌(BESPIN GLOBAL), 몰로코(MOLOCO), 코난테크놀로지(Konan Technology), 스윗(Swit), 투아트(TUAT) 등 스타트업이 함께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의 핵심 전시관은 제3관이다. SK텔레콤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3관의 정 중앙에 대형 전시관을 열었다. SK텔레콤은 전시관 절반을 조비 에비에이션의 도심형 항공교통(UAM) 기체 체험으로, 나머지 절반은 AI 관련 기술 소개로 채웠다. 타 전시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UAM 체험으로 놀이동산에 온 듯한 경험을 준 뒤 AI 섹션으로 유인(?)하는 구조다. 전략은 대 성공. 올해 SK텔레콤 전시관에는 총 5만여 명의 인파가 찾았다. MWC 2023의 총 방문객이 8만 5,000여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방문객의 60% 가량이 SK텔레콤 부스를 찾은 셈이다.

K-AI 얼라이언스 성과 거둔 SKT의 MWC 2023

SK텔레콤과 함께한 ESG 스타트업들의 전시가 진행된 4YFN 부스 모습. ⓒ윤민혁 기자

SK텔레콤이 내세운 주요 AI 전시물은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A.)’ ▲로봇·보안·미디어·의료 등에 적용된 ‘비전 AI’ ▲AI 반도체 ‘사피온’ ▲로케이션 AI 솔루션 ‘리트머스’ 등이다. K-AI 얼라이언스 소속 스타트업도 SK텔레콤 부스에 함께 자리잡고 글로벌 시장에 AI 기술력을 선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MWC에 첫 방문해 SK텔레콤을 응원했다.

SK텔레콤과 함께한 ESG 스타트업들은 수상 성과도 거뒀다. SK텔레콤은 MWC 2023 내 스타트업 전시관 4YFN에서 AI 시각 보조 안내 서비스 ‘설리번 플러스’, AI 스피커 어르신 돌봄 서비스 · 시각장애인용 도보 내비게이션 ‘지아이(G-EYE) 위드 VLAM’ 등 14개 ESG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이 중 G-EYE와 리트머스는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에서 각각 ‘접근성 · 포용성을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용 사례’, ‘도시를 위한 최고의 모바일 혁신 사례’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