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열린 ‘서울 모빌리티쇼 2023’은 2021년부터 ‘서울모터쇼’에서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다.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보는 과거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는 서비스까지 포함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전시 모습도 상당히 달라졌다. 기존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자동차뿐 아니라 드론, 에어택시, 개인용 마이크로 모빌리티, 카셰어링 서비스, 승차 공유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등도 서울 모빌리티쇼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곳이 있는데 바로 SK텔레콤이다.

SKT는 올해 서울 모빌리티쇼에 로봇팔과 VR HMD를 활용한 VR 시뮬레이터, 그리고 별도의 조작 없이 오직 음성 명령을 통해 차량 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차량용 AI 플랫폼 ‘NUGU auto(누구 오토)’ 등을 선보였다. 특히 NUGU auto를 위해서 볼보의 주력 모델인 XC90과 S90, C40 리차지를 함께 전시했다. 볼보와 NUGU auto와의 인연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볼보가 XC60를 출시하면서 NUGU auto를 얹었는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볼보의 후속 모델에도 NUGU auto를 적용한다. SKT 부스에 방문한 사람들은 볼보차에 적용된 NUGU auto를 직접 경험해 보고 NUGU auto의 놀라운 자연어 인식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놀라워 직접 NUGU auto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볼보 S90를 타면서.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은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실내, 뛰어난 가성비로 40, 50대 아빠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델이다. 시승차는 S90 중에서도 가장 상위 모델인 B6로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플래그십 세단답게 실내는 고급스럽다. 실내 전반에 촉감이 좋은 가죽과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나파 가죽, 나뭇결을 그대로 재현한 오크 우드 인레이 등이 만들어내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미래적인 분위기도 겸비했다. 12.3인치짜리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했고, 다른 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마치 스마트폰을 보는 듯 이질감이 전혀 없고 기능을 쉽게 실행할 수 있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누구 오토’

하지만 무엇보다 기능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건 바로 NUGU auto 덕분이다. 사실 2021년 처음 볼보에 NUGU auto가 적용된다고 했을 때 의문점이 가득했다. 이전에도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음성 인식 시스템 적용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이기 때문에 영어 인식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어를 인식한다고 해도 인식률이 현저하게 떨어져 제대로 기능을 실행할 수 없었다. 이런 걱정들을 뒤로하고 NUGU auto를 실행했는데 그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실제 사람이 인식하는 것처럼 자연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약 발음이 좋지 않아 다른 단어로 인식했을 때도 문맥을 읽어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기능을 실행한다. 또 신기했던 점은 자동차 소음이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 가운데에서도 “아리아”를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NUGU auto의 활약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켰을 때부터 시작된다. 먼저 스마트폰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사실 스마트폰을 차에 연결하는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내비게이션과 음악 때문일 거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운전하는 현대인의 필수 아이템이다. 보통의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 앱을 활용, 내비게이션을 실행하지만 NUGU auto가 적용된 S90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심지어 따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리아”를 불러 “XX로 안내해 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알아서 경로를 찾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목적지를 변경하거나 경유지를 설정하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NUGU auto가 진짜 빛을 발할 땐 운전 중일 때다. ‘손은 운전대에, 눈은 전방에’, 안전 운전을 위한 기본 자세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이 자세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운전의 지루함을 떼어내거나 에어컨 온도 조절과 같은 주행 환경을 바꾸기 위해 인포테인먼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전방에 있던 시선을 센터 디스플레이 쪽으로 가져가 손으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잠시의 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고는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NUGU auto는 화면을 보거나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등 그 어떠한 행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단순히 “아리아”만 부르면 된다. 그리고 나서 음악을 틀든, 볼륨을 조절하든, 에어컨 온도나 시트 열선을 조절하든 그 어떤 것도 음성으로 실행 가능하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활용해봤는데 한 순간도 눈을 앞에서 떼지 않으니 한껏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게다가 축약어나 신조어들도 학습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열선 시트 기능을 ‘엉따(엉덩이 따뜻하게 하는 기능)’로 부르기도 하는데 “엉따 켜줘”라는 말까지 알아듣는다. AI 딥러닝 기술의 발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NUGU auto는 오직 차와 관련된 기능만을 실행하진 않는다. 운전자의 관심 날씨나 환율, 주가지수, 뉴스와 같은 외부 정보도 제공한다. 운전 중에 굳이 스마트폰을 손에 쥘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NUGU auto는 사용하기가 정말 용이하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분명 있을 터. 그래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 NUGU 서비스 도움말을 넣었다. 16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 해당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 부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법을 아주 친절하게 알려준다. 현재 자동차에서만 NUGU 음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NUGU 스마트홈 22종 기기에서도 음성 지원이 가능하다.

NUGU auto와 함께한 주행은 편의적으로도 뛰어났지만, 그 편의성을 기반으로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이다. 최근 터치식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전방 주시가 소홀해졌다는 리서치 조사가 있었다. 물리적인 버튼은 모양과 촉각으로 기능을 실행할 수 있지만 터치식은 그렇지 않아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 심지어 터치스크린 오작동 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도 많았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운전자의 주행 환경은 더 불안해진 셈이다. 그래서 터치스크린 이후에 등장한 NUGU auto는 운전자의 주행 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 볼보 전차량과 폴스타2에 적용되어 있고, 후속 모델에도 계속 적용한다. 과연 어떤 기능이 들어갈지, 또 얼마나 음성 인식률이 높아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