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업의 생존 방식과 개인의 역할까지 빠르게 바꾸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재헌 SKT CEO가 약 40년 만에 모교인 서울대학교 강단에 올라 학생들과 이 질문을 나눴다. SKT의 AI 전환을 이끌며 마주한 고민과 현장에서 확인한 변화, AI 시대를 살아갈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미래의 인재들에게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특강은 SKT와 서울대학교가 10년째 이어온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마련됐다. 올해 2학기에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SKT AI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사례’를 15주간 운영한다. 뉴스룸이 9월 1일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진행된 정 CEO의 강연과 현장의 반응을 담았다.
서울대 강단에 선 정재헌 CEO, 미래 AI 리더들과 ‘선택과 기회’를 이야기하다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 대강의실.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첫 수업에 정재헌 CEO가 강연자로 섰다. 약 300명의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자리를 채운 이날, 정 CEO는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약 한 시간 동안 강연을 이어갔다.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정재헌 CEO 강연 현장.
SKT-서울대 AI 공동과정 정재헌 CEO 강연 현장.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정 CEO는 강연의 문을 열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만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는 다른 밀도로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하루가 24시간이라면, AI를 활용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는 240시간, 2,400시간의 밀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속도를 ‘놀라움의 반감기’라고 표현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세상을 놀라게 한 뒤 ChatGPT 등장까지 80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Sora, Claude Cowork 등 새로운 기술이 불과 몇 개월 간격으로 등장하며 놀라움의 간격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CEO가 AI로 인한 생산성 공식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정 CEO는 AI를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대체하는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봤다.
정 CEO는 글로벌 빅테크의 사례를 들어 심화되는 AI 투자 경쟁을 설명했다.
정 CEO는 AI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시간, 규모의 원칙을 모두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 생산 원가는 2,000분의 1로 줄었지만 앤트로픽의 매출은 3,000배 늘었고, 이용자 5,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자동차는 62년이 걸린 반면 ChatGPT는 출시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 역시 IT 혁명 당시의 750조 원에서 1경 원 이상으로 커졌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숫자의 원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며 “AI를 만든 사람들조차 자신의 예측을 번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경제학의 생산성 공식에 AI 노동이 새롭게 추가되는 변화를 소개했다. 200년간 ‘노동’은 곧 ‘사람’이었지만, 이제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일을 완성하는 새로운 노동 주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이 200년간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는 도구 진화의 시대였다면, AI 혁명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대체하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단과 결정의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넘어가면서 인간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가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CEO는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게 ‘기회가 아닌 생존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한 기업 간 AI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자국의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개발·운영하는 ‘소버린 AI’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SKT가 택한 변화의 방식
AI 시대의 기업에는 기존 사업과 일하는 방식을 AI 관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일이 과제가 됐다. 정 CEO는 데이터센터·모델·에이전트로 이어지는 SKT의 풀스택 AI 전략을 소개하며 “통신 1등의 DNA를 AI DNA로 재설계해 AI NATIVE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경제의 핵심은 지능의 단위인 ‘토큰’이 될 것”이라며 “SKT가 토큰을 만드는 AI 데이터센터와 토큰을 쓰게 하는 AI를 동시에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 CEO가 SKT의 풀스택 AI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정 CEO가 SKT의 풀스택 AI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정 CEO가 SKT의 풀스택 AI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기업이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정 CEO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익숙한 업무 방식과 전제를 의심하는 ‘낯설게 보기’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극한 마주하기’ ▲AI 전환 과정의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불편해지기’를 제시했다.
AX의 J-커브 개념을 소개하는 정 CEO의 모습.
정 CEO는 AI 혁신을 위해서는 불편함의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CEO는 AI 혁신을 위해서는 불편함의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CEO는 이 가운데 ‘불편해지기’를 가장 강조했다. AI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곧바로 오를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먼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업무를 AI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관련 도구를 개발하고, 흩어진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도록 정비한 뒤 결과까지 다시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CEO는 이러한 과정을 ‘불편함의 골짜기’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넘어 변곡점을 지나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AX의 J-커브’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불편함의 골짜기를 견뎌야 AI 혁신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며 “SKT는 지금 그 골짜기를 겨우 넘어가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조금씩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강연 후반부에는 AI 시대에 개인이 마주할 변화와 이에 필요한 준비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정 CEO는 일자리의 변화와 새로운 인재상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앞으로 갖춰야 할 역량을 설명했다.
AI 시대의 채용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정 CEO의 모습.
AI 시대의 채용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정 CEO의 모습.
그는 먼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를 짚었다. AI가 일부 직업을 대체하더라도 일자리 전체가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 때마다 많은 직업이 사라졌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 왔다. AI로 노동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이를 일자리 감소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AI가 불러온 ‘주니어의 역설’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AI가 자료 찾기와 초안 작성, 기초 정리 등 신입의 업무부터 대체하면서 주니어가 일을 배우던 통로와 선배들의 암묵지를 익힐 기회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CEO는 “신입을 채용하지 않으면 당장은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이는 5~10년 뒤 중간 관리자와 차세대 리더의 공백이라는 ‘인재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KBS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에서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네 가지 역량을 소개했다. ▲문제의 근본을 파고드는 ‘본질을 통찰하는 힘’ ▲급격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초적응력’ ▲사람의 마음을 읽고 관계를 만드는 ‘공감하는 근육’ ▲인간 고유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신체지능’이다.
정 CEO는 “기술 자체는 AI가 더 잘하게 될수록,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는 말로 네 가지 역량의 공통점을 짚었다. AI 시대에는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을 이해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정 CEO는 “앞으로의 10년은 여러분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정 CEO는 “앞으로의 10년은 여러분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후 그는 다음 10년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맺었다. 지금부터 10년 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미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누구도 더 나은 선택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의 10년, 여러분의 선택이 곧 여러분의 기회가 된다”며 “질문하는 인재, 개성을 가진 인재, 공감하고 소통하는 인재로 성장해 혁신의 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CEO가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
강연 후에는 T1 선수단 사인 유니폼 럭키드로우가 진행됐다.
강연 후에는 T1 선수단 사인 유니폼 럭키드로우가 진행됐다.
강연 후에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AI가 채용 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대한 질문에 정 CEO는 AI의 도입으로 새롭게 확보한 자원을 어디에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와 직업도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역량에 대해서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사람의 세밀한 요구를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공감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T1 선수들의 사인 유니폼을 경품으로 한 럭키드로우가 진행됐으며, 정 CEO가 직접 당첨자를 추첨하고 경품을 전달하며 이날 특강을 마무리했다.
현장의 경험을 대학 강의실로… SKT가 이어온 AI 산학협력
정재헌 CEO의 특강으로 문을 연 이번 과정에는 오는 12월까지 SKT AI 조직의 임원, 팀장, 박사급 구성원들이 15주간 릴레이로 강단에 오른다. 커리큘럼은 SKT가 보유한 풀스택 AI 역량에 맞춰 AI 앱·서비스, AI 모델링, AI 인프라 세 영역으로 구성됐다. 음성 인식·합성 기술부터 거대언어모델(LLM) 학습과 경량화, AI DC 서비스 개발, 산업용 디지털 트윈, AI 에이전트 상용화까지 최신 AI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전 과정을 다룬다.

SKT-서울대학교 AI 공동과정은 2017년 시작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완성된 기술이나 성공 사례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시행착오, 주요 판단 등을 함께 다루는 것이 이 과정의 특징이다. 해당 강좌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생들에게 매년 우수한 강의 평점을 받으며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교육 과정으로 꾸준한 호응을 얻어왔다.
■ 미니 인터뷰 |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이동욱 학생
Q. 현재 연구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AI 분야는 무엇이며, 이번 SKT-서울대학교 AI 공동과정을 신청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현재 윤성로 교수님 연구실에서 음성 언어 모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AI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AI에 대해 SKT가 어떤 관점과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 연구와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싶어 이번 공동과정을 신청했습니다.
Q. 오늘 정재헌 CEO의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A. AI가 일자리에 가져올 변화에 관한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AI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업무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AI로 인한 변화를 미리 걱정하기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남은 강의에서 가장 기대하는 주제는 무엇이며, 본인의 연구와 어떻게 연결해 보고 싶나요?
A. SKT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과정에 대한 강의가 가장 기대됩니다. 기업에서는 모델을 어떻게 사전학습하고 후속학습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과 서비스를 고려한 모델을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경험을 들으며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 싶습니다.
■ 미니 인터뷰 |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
Q. 서울대학교와 SKT의 AI 공동과정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10년간 협력을 이어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A. 강좌를 준비하기 시작한 2016년 말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SKT가 AI를 미래의 핵심 기술로 내다보고 공동 강좌를 먼저 제안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AI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고, 학생들이 기업의 실전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 뜻을 모아 2017년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학교의 이론 교육과 기업의 현장 경험을 함께 전달한다는 취지가 꾸준한 협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 정재헌 CEO의 강연이 학생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졌다고 보시나요? 특히 기억에 남은 메시지나 학생들의 반응이 있었다면 함께 말씀해 주세요.
A. AI의 흐름과 중요한 변곡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강연이었습니다. 함께 참석한 교수님과 학장님도 일부 내용을 직접 적으며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 수준도 매우 깊었는데, 강연이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Q. 기업 현직자가 참여하는 이번 강좌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학생들은 학교에서 AI의 기반 기술과 이론을 배울 기회는 많지만, 기술이 실제 기업에서 어떻게 개발되고 서비스로 구현되는지는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연구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대규모 AI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큽니다. 기업 현직자들이 이러한 경험을 직접 전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학교와 기업이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온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강좌가 학생들의 연구와 진로에 어떤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시나요?
A. 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현재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무엇을 깊이 공부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이번 강좌가 학생들이 주요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커리어 초기에 자신의 연구와 진로 방향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 CEO가 이날 강조한 것은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더라도 결국 세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AI 전환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선택, 자신만의 전문성에 AI를 결합하는 역량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그 기회를 만들어갈 사람으로 이날 강의실을 채운 학생들을 꼽으며, “각자의 질문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혁신의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함께 전했다. SKT는 앞으로도 AI 전환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미래 인재들과 나누고, 대학과의 지속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이끌 인재들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