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그 속에서 승자는 자리를 차지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항상 앉는 사람만 앉는다는 지하철 자리 차지는 운일까요, 과학일까요?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내 옆에 함께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앉을 자리를 빼앗아 갈 경쟁자입니다. 줄이 긴 쪽보다는 짧은 쪽에 서고, 노약자석과 가까운 칸보다는 중앙 칸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같은 줄에 선 사람들과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하차하자마자 맨 앞 사람이 바로 안으로 들어가 줘야 하죠. 만약 앞사람이 딴짓하다가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놓친다면, ‘우리 줄’의 지하철 자리 잡기는 수포가 됩니다.
T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열차의 중앙 지점인 4번 칸 ~ 6번 칸은 순환율이 높지만 복잡하고, 양쪽 끝 칸은 순환율이 낮지만, 승객이 비교적 적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데에도 재미있는 규칙이 있었는데요. 7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A씨와 B씨의 사례를 만나보겠습니다.
청담역에 하차하는 A씨가 1번 칸만 타는 이유
부평구청역에서 청담역으로 출퇴근하는 A씨의 사례입니다. 부평구청역은 7호선의 출발역입니다. 이곳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늘 붐비죠. A씨는 자리에 앉아 가기 위해 10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합니다. 열차 한두 대 정도 보내고, 원하는 자리를 골라서 앉죠. 이때 A씨가 늘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열차 1번 칸을 이용하는 것이죠.
A씨가 하차하는 청담역 특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청담역은 수도권 전철 단일 역으로는 가장 많은 14개의 출구가 있습니다. 1, 14번 출구 쪽에서 반대편 출구인 7, 8번 출구 쪽까지의 거리가 무려 655m나 됩니다. 회사가 1번 출구 쪽인 A씨. 왜 열차 1번 칸만 고수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수락산역에도 인기 하차 칸이 따로 있다
등산이 취미인 B씨. B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수락산을 등반합니다. 건대입구역에서 수락산역까지 30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입니다. 평일에도 수락산역 열차 끝 칸에는 B씨처럼 등산하기 위해 하차하는 승객이 많습니다. 수락산역도 청담역과 마찬가지로 승강장 양쪽 끝에 출구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출구가 양쪽 끝으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엔, 출구도 양쪽 끝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나가야 할 출구 번호를 확인하고, 열차 맨 앞칸과 맨 뒤 칸 중 선택하여 탑승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광명사거리역, 청담역, 수락산역의 비밀
지하철 7호선 승하차 승객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전반적으로 4, 5번째 칸에서 승하차가 많이 발생했지만, 청담역, 수락산역, 광명사거리역 등 특정 승강장에서는 양쪽 끝 칸에서 하차 승객이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차 고객이 양쪽 끝으로 몰리는 것은 역사의 구조와도 연관이 깊었습니다. 하차 후 목적지로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 똑같나 봅니다.
SKT 인사이트에서는 매주 슬기로운 지하철 이용법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내용으로 여러분의 지하철 라이프가 한층 더 풍요로워지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환승 1번 vs 10분 천천히. 환승 2번 해야 한다면?’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