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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냉전의 시대, 경쟁을 넘어 신뢰로 가는 열쇠 ‘AI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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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산업과 사회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요소로, 각국은 AI 주권을 확보하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체 기술 개발과 확산, 외부 의존 최소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AI 관련 규제가 다르게 형성되면서 오히려 글로벌 AI 생태계의 분절 위험이 커지고 있다. AI는 정말 냉전으로 향하고 있을까? SKT AI정책연구원 황주성 연구원과 해결법을 함께 살펴봤다.

기술의 혁명은 늘 이어진다. 과거의 혁명을 촉발한 전기는 현대 산업의 토대가 되었고, 인터넷은 사람과 정보를 연결했다. 오늘날의 혁명을 주도하는 AI는 판단과 실행의 능력을 더한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AI를 전기보다 더 심오한 기술이라고 평가한 것도 AI가 가져올 변화가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AI는 산업의 판을 바꾸는 새로운 범용 기술이다

산업혁명기의 영국과 기계·전기·화학 기술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킨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범용 기술을 빠르고 넓게 내재화한 국가가 경제와 안보 질서를 주도해 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제프리 딩(Jeffrey Ding) 교수가 강대국의 부상을 가른 요인으로 기술의 ‘발명’보다 ‘확산’ 역량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주요국은 AI를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 뿐 아니라, 누가 자국 산업과 사회 전반에 더 빠르고 폭넓게 확산시키느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AI 기술과 이를 확산할 기반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이를 외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버린 AI’라는 이름으로 AI 주권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공급망 경쟁, EU와 미국의 서로 다른 AI 규율 방식은 ‘분절의 압력’을 키운다. 기술과 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공급망과 안보 문제로 확산하면서 ‘AI 냉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6년 3월 MWC26에서 ‘우리는 AI 거버넌스 냉전으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세션이 열린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AI는 정말 냉전으로 향하고 있을까? 각국이 AI 주권을 앞세워 경쟁하고 서로 다른 규칙을 만든다면, 글로벌 AI 생태계는 결국 여러 조각으로 나뉠 수밖에 없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 주권 경쟁과 규칙의 분화, 국제 협력의 흐름을 차례로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SKT 사례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각국은 왜 AI 주권 확보에 나섰나: 전략적 우위 확보와 의존 위험 관리

AI 주권이 중요해진 배경에는 성장과 안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 그리고 외부 의존에 따른 위험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AI 기술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AI 기술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AI를 선도하는 국가는 제조·금융·통신 등 다양한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방·사이버보안·정보 분석 분야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즉, 지금 벌어지는 AI 경쟁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경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중국은 AI 칩과 모델·소프트웨어 생태계 육성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외부 의존에 따른 위험이다. 대안 없이 특정 국가나 기업의 인프라에 의존하면 공급이 중단되거나 이용 조건이 바뀔 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각국은 연산 인프라와 자국어 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와 인재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I 주권은 성장과 안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외부 의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자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력과 연대’다. 내부적으로는 연산 인프라·모델·데이터·인재를 키워 스스로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국내외 기술과 공급자를 연결해 기술과 시장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 고립도 종속도 아닌 이 조합이 현실적인 AI 주권의 방향이다.

AI 주권의 역설: 규칙의 차이와 중복이 선택권을 좁힌다

2026년 1월 22일 한국은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했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본격 가동한 셈이다.

2026년 1월 22일 한국은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했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본격 가동한 셈이다.

각국은 AI 주권의 기치 아래 서로 다른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EU는 위험 수준에 따라 AI Act 의무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한국은 2026년 1월 22일 AI 기본법을 시행했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별 규제가 병존한다.

AI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칙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마다 안전성을 입증하는 방식이 다르면 AI 서비스가 국경을 넘을 때 비용이 커진다. 예를 들어 같은 AI 상담 서비스라도 어떤 국가는 자국 기관의 시험 결과를 요구하고, 다른 국가는 별도 형식의 안전성 보고서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유사한 시험과 서류 작업을 반복해야 하므로 일종의 ‘비관세 장벽’이다.

문제는 규칙 자체가 아니라 국가별로 불필요한 차이와 중복이다. 동일한 위험에 대해 국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복해서 입증해야 한다면, 안전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채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전담 인력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대형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반면 신생·중견 기업에는 진입 장벽이 된다.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술도 소수의 대형 사업자로 좁혀진다. 주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규칙이 오히려 특정 체계에 대한 의존을 높이고, AI 이용자의 선택권까지 좁히는 것이다. 이것이 ‘AI 주권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국가마다 규칙이 다른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무엇을 함께 만들어야 할까? 글로벌 AI 거버넌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출발점은 AI의 위험을 어떻게 시험하고, 어떤 근거로 안전성을 판단할지에 대한 공통의 접근법을 마련하는 데 있다.

실행 가능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출발점, ‘검증의 상호운용성’

AI가 초래하는 위험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 AI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은 촘촘하게 연결된 인터넷망을 통해 국가 간 경계를 넘을 수 있다. 이용자를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도 등장하고 있다. 에이전트가 민감정보와 외부 서비스에 접근하는 만큼, 정보 유출이나 잘못된 거래, 권한을 벗어난 실행을 막기 위한 점검이 중요해진다.

2023년 10월, 주요 7개국(G7)은 AI 기술의 위험과 잠재적 오용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을 위한 행동 강령을 발표했다.

2023년 10월, 주요 7개국(G7)은 AI 기술의 위험과 잠재적 오용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을 위한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을 한 국가의 규제만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이에 국제사회는 OECD AI 원칙과 G7 행동강령 등 협력을 위한 틀을 마련해 왔다. 최근에는 원칙을 넘어 평가 방법도 함께 다듬고 있다. 2024년 출범한 국제 AI 안전연구소 네트워크는 2025년 민감정보 유출·사기·사이버보안 위험 등을 다루는 공동 시험을 진행해 평가 방법을 비교·개선했다. 아직 국가 간 인증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비교 가능한 평가 방법을 만드는 실험이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하나의 국제기구에 모든 판단을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기준은 달라도, ‘어떤 위험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시험했는지’를 서로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하는 방식은 함께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검증의 상호운용성’이다.

쉽게 말해 각국이 공통 항목에 따라 시험 조건과 결과를 기록하면, 다른 국가에서 이미 한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고도 그 의미를 읽고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 모델의 버전과 시험한 위험, 사용한 도구와 조건, 결과의 한계를 함께 기록한다면 다른 기관도 해당 시험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평가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복 시험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시험 결과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국가 간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은 외부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각국이 자체적인 평가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검증 결과를 공유하고, 국제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구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2026년 2월 뉴델리 AI Impact Summit 선언 역시 국가 주권을 존중하면서 국제 협력을 확대하자는 방향을 담고 있다.

따라서 다음 과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원칙을 실제 시험과 표준, 서비스 운영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AI 인프라와 모델을 개발하고 여러 파트너와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이 연결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핵심 주체다.

SKT의 접근: 자체 역량을 키우고, 공동 검증으로 신뢰를 넓히다

‘AI 주권’과 ‘검증의 상호운용성’은 기업에도 두 가지 과제를 요구한다. 안으로는 스스로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키우고, 밖으로는 AI의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시험했는지 파트너와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 SKT의 사례를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자체 AI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SKT는 AWS·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면서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 운영 역량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실력과 연대’를 기업 차원에서 구현하는 방식이다.

AWS와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는 AI 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클라우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는 A.X K2를 공개했으며, 정부의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자체 모델 개발, 정부 사업 참여는 국내 연산 기반과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이는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국내 AI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둘째, AI의 위험을 사내에서 먼저 점검하고, 이를 파트너와 함께하는 검증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사내 AI 거버넌스 체계다. SKT는 ESG 경영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비전인 ‘DO THE GOOD AI’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T.H.E. AI’는 통신기술 기반(by Telco)·사람 중심(for Humanity)·윤리적 가치(with Ethics)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관리하는 축이다.

이러한 기조 아래 SKT는 사내 AI 거버넌스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팀의 자가 진단에 AI 거버넌스팀과 레드팀의 전문 검토를 더 해 위험을 이중으로 점검하고,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위험을 관리한다.

또 AI가 AI의 답변을 채점하는 품질평가 플랫폼 ‘스펙트라(SPeCTRA)’를 활용해 서비스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2024년에는 국내 통신사 최초로 AI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IEC 42001 인증을 취득해 내부 관리 체계가 국제표준에 부합함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AI 거버넌스 원칙과 책임체계, 구체적인 실행 방안 및 주요 성과를 정리한 「AI 거버넌스 리포트」를 발행해 그간 축적해 온 AI 거버넌스 운영 경험과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AI 기술과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실행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모두의 AI’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기업과 기관의 기술·서비스를 연결하고, A.X K2를 중심으로 공공 서비스 탐색·신청부터 진료 예약까지 이용자를 대신해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생태계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기업의 기술이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맞물리는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도 중요하다. 이에 컨소시엄에는 AI 데이터 구축과 품질 검증을 담당하는 셀렉트스타, 공격자 관점에서 취약점을 찾는 레드티밍과 AI의 위험한 응답·행동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에임인텔리전스 등 전문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SKT는 업스테이지, 국내 대표 보안 기업·대학과 독자 AI 사이버보안 협의체 출범했다. 사진은 출범식 기념 촬영 모습.

SKT는 업스테이지, 국내 대표 보안 기업·대학과 독자 AI 사이버보안 협의체 출범했다. 사진은 출범식 기념 촬영 모습.

지난 10월에는 정보보호 기업 6곳, 대학 3곳 등 다수 기관이 참여하는 ‘독자 AI 사이버보안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SKT의 A.X K 모델과 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가 서로를 공격해 취약점을 찾아내는 ‘상호 레드티밍’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은 제3자의 입장에서 시험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AI의 위험을 기업 내부에서 점검하는 단계를 넘어 여러 기업과 기관이 함께 검증하는 체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SKT는 사내 이중 점검 체계를 기반으로, AI 보안 전문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기업·대학 간 공동 검증을 통해 점검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SKT의 검증 역량을 높이고, 파트너와 고객의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서로 다른 기관이 검증 방법과 결과를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검증의 상호운용성’으로 발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AI 냉전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국가 간 경쟁과 규제의 분화는 AI 냉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의 경쟁이 계속된다고 해서 글로벌 AI 생태계가 반드시 분열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방법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중복을 줄이면서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이 유지될 때 우리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자체 역량을 키우고 검증을 기업 간 협력으로 넓히는 SKT의 시도는 국내 AI 생태계와 국제 협력의 접점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I 냉전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다. 주권을 지키려면 세계에 등을 돌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역량을 갖추고 검증을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와 연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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