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모정훈 교수와 함께 AI 시대에 소버린 AI가 필요한 이유를 짚어보고, 국내 독자 AI 모델의 현주소와 A.X K2를 중심으로 한 SKT의 전략을 살펴봤다.
국가의 주권을 이야기하던 시대를 넘어서 디지털 주권을, 그리고 이제는 AI 주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바로 인공지능 주권, ‘소버린 AI(Sovereign AI)’다. 누군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AI 시대에도 지킬 수 있을까? 그 답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AI 경쟁의 지형에서 찾을 수 있다.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텔레콤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 치열해진 글로벌 AI 경쟁, 한국에 남은 과제
올해 3월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2026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중 최상위 AI 모델 간 성능 격차는 3% 이내로 좁혀졌다. 최근 두 달 사이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딥시크 등이 잇달아 신형 모델을 내놓으며 이른바 ‘8주 5모델’ 현상이 나타났다. 저가·개방형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실사용량에서도 최근 10여 주 연속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은 여전히 프런티어 모델 수와 투자 규모에서 앞서 있다. 반면 2위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기술 발전 속도보다 중국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에 의존하는 소비자로 남을지, 독자 모델을 보유한 생산국으로 나아갈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왜 지금 ‘소버린 AI’인가
소버린 AI란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모든 기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만들자는 의미가 아니다. 외부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AI를 스스로 선택해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AI가 제조 현장의 판단부터 국방 시스템의 의사결정, 신약 개발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상황에서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면 요금 정책이나 서비스 제공 여부, 접근 제한까지 우리 뜻과 무관하게 결정될 수 있다. 범용 해외 모델이 한국어의 미묘한 어감이나 국내 법령, 산업 현장의 용어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독자 AI 역량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순간 남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자주권의 문제다.
이러한 위험은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 바 있다.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기업의 전략 판단과 국가의 정책 결정, 나아가 안보와 직결된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그 판단의 도구가 우리 손에 있지 않은 해외 종속 모델일 때 발생한다. AI 플랫폼에 전송된 질의와 데이터는 그 자체로 기업과 국가의 기밀이 될 수 있고, 외부 서버에 저장되는 특성상 회수와 삭제가 어려워 정보 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소스코드와 회의 내용도 외부 AI에 입력되는 순간 정보 주권의 문제가 된다. 하물며 국방 전략이나 외교 협상, 국가 기간 인프라 운영처럼 주권과 직결된 의사결정이라면 문제의 무게는 훨씬 커진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를 넘어, 중요한 판단에 사용되는 AI와 그 안에 입력되는 정보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AI 주권의 핵심인 이유다.
한편 한국의 독자 AI 모델 개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독자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의 SKT,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4개팀 모델 전부가 에포크AI의 ‘주목할 만한 모델’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 명단에 오른 국가는 미국(59개), 중국(35개), 한국(8개) 뿐이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한국이 미국, 중국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셈이다.
A.X K2가 보여주는 한국형 AI의 가능성

SKT는 최근 519B-A33B 규모의 기존 독자 모델 A.X K1에 이어, 688B 규모의 A.X K2를 출시했다. A.X K2는 이전 모델 대비 국내외 14개 벤치마크 평균 성능이 32.2% 포인트 향상됐으며, 특히 장문 이해와 에이전트 관련 평가에서는 83.9% 포인트 개선됐다. SKT가 자체 개발한 ‘SGA(Sparse Gated Attention)’ 구조를 적용해 AI가 긴 문맥 속에서 관련성 높은 정보만 선별해 참조하도록 설계한 결과다. 벤치마크 평가에서는 큐원(Qwen), 딥시크(DeepSeek-V4-Flash), 지엘엠(GLM-5.1) 등 해외 최신 프런티어 오픈소스 모델들과 대등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A.X K2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실제 활용을 위한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SKT는 양자화 기술을 적용한 ‘A.X K2 NVFP4’를 공개해 필요한 메모리를 약 646GB에서 370GB로 줄였다. 여기에 EAGLE3·DSpark 등 추론 가속 기술과 GGUF* 형식을 제공해 기업과 기관이 각자의 인프라 환경에 맞춰 A.X K2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GGUF: 대규모 AI 모델 실행에 활용되는 파일 형식.

‘과기정통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국방 분야 활용’ MOU 체결 사진.
SKT의 독자 AI 모델은 제조와 국방, 바이오 등 여러 산업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KG스틸 당진공장의 냉간 압연 라인과 자동차부품 기업 코넥의 주조·가공 공정에는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가 적용된다. 국방부와는 A.X K1 기반 경량화 모델 3종을 공동 개발해 육·해·공군과 해병대 산하 부대에 보급할 계획이다. 높은 보안성과 데이터 주권이 요구되는 국방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다.
SK바이오팜과의 협업에서는 통상 1~2년이 걸리던 난치성 암 표적 치료제의 초기 연구 기간을 5개월로 단축했다.

A.X K2는 오픈웨이트로 공개돼 기업과 개발자가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SKT는 API를 통해 ‘전국민 AI 경진대회’ 참가자와 ‘모두의 챌린지 AX-LLM’에 선정된 스타트업에도 모델을 지원한다. 이미지와 문서를 함께 이해하는 비전언어모델, 상담과 회의 음성을 분석하는 오디오모델 등 파생 모델도 개발하며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향후 A.X 후속 모델이 조(兆) 단위 매개변수 규모로 확장될지도 주목된다. 만약 확장에 도전한다면 미국, 중국의 글로벌 선도 사업자 수준에 근접한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로 보인다. 성능을 갖추고, 산업에 적용하고, 다시 개방하는 이 흐름이야말로 ‘필요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자’는 AI 주권의 정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선택은 계속되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조(兆) 단위 매개변수 경쟁에 돌입했다. 그 격차를 좁히려면 국내 기업의 투자와 정부 차원의 생태계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81년 전 선열들이 되찾고자 했던 것은 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였다. AI 시대에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모든 기술을 우리 힘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만큼은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자립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또 하나의 광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