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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전하는 희망, 시각장애인 예술가들 <에이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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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희주 작가, 박환 작가, 허은빈 작가. 시각장애인도 손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본인 작품을 들고 있는 모습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들의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세상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2월 SKT 사옥 미디어월(COMO) 전시는 신체적 한계를 넘어 예술혼을 이어가는 ‘에이블라인드(ablind)’ 소속 시각장애 예술가 5명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에이블라인드는 시각장애 예술가 에이전시로 아트 페어,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 판매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에이블라인드 양드림 대표와 박환, 허은빈, 한희주 작가를 만나 그들이 그려낸 따뜻하고 아름다운 전시 풍경을 전합니다.

절망스러운 시간을 극복하게 해준 것… 결국,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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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 <복숭아꽃>

박환 작가는 다섯 차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선했고,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초청되는 등 화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빛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 박환 작가는 피나는 노력 끝에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로 탄생한 박환 작가의 <복숭아꽃>은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춘천의 봄 풍경을 담은 작품입니다.
“문득 제가 시력을 잃기 전에 보았던 복숭아꽃이 떠올랐어요. 춘천은 봄이 되면 분홍색의 복숭아꽃이 활짝 물이 들어요. 꽃이 정말 아름답고 향기도 마음을 적십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이기도 해요.”

박환 작가는 붓 대신 손끝의 감각으로 작품을 만듭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붓을 사용하면 어디에 얼마만큼 표현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연필 대신 실을 이용해서 손의 촉감으로 캔버스에 스케치 작업을 합니다. 다시 두꺼운 실을 붙여서 입체감을 준 후, 수많은 구슬 핀을 꽂아 위치와 방향, 두께, 색채 등을 표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위에 청바지를 붙이기도 하고, 땅과 바위를 실감 나게 표현하고자 나무껍질, 흙을 사용하고,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세밀한 곳은 붓으로 색을 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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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빈 <행운을 전해주는 클로버 토끼>

허은빈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 눈의 내벽에서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를 앓은 후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좋아하던 미술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문학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미술에 대한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고, 조형학을 공부하며 다시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허은빈 작가는 <행운을 전해주는 클로버 토끼>를 전시합니다. 클로버에는 ‘행복’과 ‘약속’이라는 꽃말이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일상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는 토끼를 그렸습니다.
“2023년이 토끼의 해이다 보니 그에 맞추어 새해의 기분 좋은 시작을 기원하는 의미로 선정했습니다. 원래 토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를 대표하는 ‘우산토끼’라는 캐릭터 역시 토끼입니다.”

허은빈 작가는 비장애인에 비해 시야가 매우 좁지만 그래서 사물을 한 번 볼 때 정말 자세히 보고 섬세히 표현합니다.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윤곽을 잡은 다음 큰 배율로 확대해가면서 세부 묘사를 하는 작업 과정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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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쉼>

한희주 작가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입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수채화 수업을 듣다 그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희주 작가의 전시 작품 <쉼>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내어주는 나무 아래에서 파란 하늘을 보고, 나무가 주는 따뜻함과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지친 마음을 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노란색을 좋아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어요. 노란색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밝아지고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한희주 작가는 확대경을 사용해 그림을 그립니다. 중심 시력이 없어 아주 가까이 봐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크릴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그림을 그립니다.

“어떤 일이든 희망을 갖고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계기 됐으면…

사전 정보 없이 접했다면 시각장애를 가진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를 만큼 멋진 작품들입니다.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림으로 소통하고 있는 3명의 작가들과 직접 이야기 나눴습니다.

Q. 창작의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나요?

박환: 그림은 시각적 예술인데 저는 빛조차 감지할 수 없는 전맹이기 때문에 어떤 것도 참고할 수가 없어요. 많이 답답하죠. 그런데 작품이 하나 끝나갈 때쯤에 제 자신도 모르게 꿈처럼 머릿속에서 어떤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써요.
허은빈: 평소 기록을 많이 해둡니다. 소설이나 영화, 전시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한희주: 시력을 잃기 전 보았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Q.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박환: 제 마음속에서 나오는 거예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며 이 세상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 작은 것, 하나의 희망을 꼭 남기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그게 원동력 같아요.
허은빈: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시력을 잃을까 두려워 미술을 포기했는데 짧더라도 원하는 삶을 사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희주: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계속 생각이 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너무 행복하고 제가 시각장애인인 것을 잊게 됩니다. 시각 장애를 앓기 전, 사진에 미쳐 있었던 열정이 다시 생기는 것 같아요.

Q.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재탄생 되었습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박환: 제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가족이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제 작품의 복숭아꽃이 미디어로 활짝 피어서 많은 향기를 내뿜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더라고요. 신선했어요.
허은빈: 난생처음 제 그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희주: 정적인 그림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요. 날리는 노란 나뭇잎을 잡으면 노란색이 묻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작품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또는 작품 감상 팁을 전해주세요.

박환: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일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좌절과 절망을 딛고 다시 복숭아꽃의 향기를 그렸 듯이 많은 관람객분들도 어떤 일이든 희망을 갖고 일어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복숭아꽃> 작품이 단순히 풍경을 그린 작품이 아닌 한 명의 시각장애를 가진 작가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고 싶은 애절한 바람과 희망을 표현한 거라는 걸 알고 작품을 감상하신다면 더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허은빈: 보통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전맹 시각장애인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과 얄궂게도 그러한 장애를 가졌음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알고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한희주: 어릴 적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려보세요. 다 내어주고 의자가 된 나무 위에 앉아있는 소년이 이제 어른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나무 의자가 되어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시각장애 예술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다 ‘에이블라인드’

SKT와 이번 미디어아트전을 기획한 ‘에이블라인드(ablind)’는 시각장애 예술 크리에이터 에이전시입니다. 에이블라인드는 할 수 있다는 뜻의 ‘able’과 시각장애인을 뜻하는 ‘blind’의 합성어입니다. 시각장애 예술인과 협업하여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 제작/판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지향 전시회, 크라우드펀딩,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장애 예술가를 대중에게 소개하며 사회적 · 경제적 자립을 돕고,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예술 협업

** 장애물을 뜻하는 배리어(Barrier)와 벗어나는 뜻의 프리(Free)의 합성어로,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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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라인드 양드림 대표

에이블라인드를 이끌고 있는 양드림 대표는 어릴 적부터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장애인, 노숙자, 본드 중독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편견과 차별로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시각장애 유튜버이신 허우령님께서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봤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시각적 예술을 한다니…?’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죠. 시각장애인 화가를 검색하니 바로 박환 선생님이 나오셨고요. 이분들의 작품이 너무 멋져서 저 혼자만 아는 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 예술인을 알리고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 대표는 미디어아트로 재탄생된 작가들의 작품이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멋져서 신기했다”며, “전시회와 에이블라인드 SNS 채널을 통해서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지만, 이번 SKT 미디어아트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님 그리고 제가 전하고 싶은 가치를 더 크게, 더 많이 퍼트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는 배리어 프리 전시 차원에서 만질 수 있는 3D 프린팅 작품을 함께 전시해 관람객들이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터뷰이로 참여한 박환, 허은빈, 한희주 작가 이외에 강금영 작가의 <하늘봄>과 박정인 작가의 <Frozen>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봄(seeing)’은 느리고 더디지만, 오롯이 눈에만 의지하지 않는 더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이 전시가 다양한 유형의 증상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시각 미술 작품을 보는 방법을 이해하고, 모든 사람이 장벽 없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해당 전시는 2월 한 달 동안 SKT 을지로 T타워 1층에서 전시되며, 자유롭게 관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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