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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서진석의 코멘터리 ⑦] ESG 규제 파도가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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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ESG는 일시적 유행일 수 있다는 일부 시선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달아올랐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열풍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연말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에서도 ESG는 여전히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공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CSV(공유가치창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사회적 가치, 사회적 경제 등 여러 개념이 밀려왔지만, ESG만큼 오랫동안 높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ESG에 대한 관심 내용은 조금씩 변했습니다. 2021년 1사분기에 ‘투자자’, ‘ESG채권’, ‘녹색채권’ 등 투자 관련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면, 3사분기에는 ‘중소기업’,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의 연관어가 새롭게 부상했습니다.

또, 상반기만 해도 ESG는 대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ESG 적용 방법에 대한 논의로 확대됐습니다. ESG 이슈도 ESG 투자 중심에서 ESG를 기업 내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이동했습니다.

규제 건수 7년 만에 27건 → 203건, 거세지는 유럽발 ESG 규제

그렇다면 ESG는 언제까지, 어떤 내용으로 지속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ESG는 한두 해의 짧은 유행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ESG를 어떻게 내재화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SG를 보다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투자자입니다. 기업 경영을 가장 크게 압박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투자자와 소비자, 규제 기관입니다. 투자자들은 한 손에 자본을, 다른 한 손에 ESG 평가도구를 가지고 기업을 압박합니다. ESG 펀드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둘째는 규제 기관입니다. 2015년 파리협약 전후로 ESG 규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ESG 평가기관 MSCI 자료에 의하면, ESG 규제 건수는 2017년부터 폭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기관의 규제가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ESG 규제는 당분간 더 거세게 확대될 것입니다. 2018년과 2019년 ESG 규제 총건수는 각 210건, 203건으로 나타납니다. 이중 유럽 주요 15개국에서 각각 145건(69%), 112건(55%)의 규제가 발생했습니다. 유럽발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ESG의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연차 판매금지, 탄소국경조정제도… ESG 재촉하는 글로벌 법안

세 번째는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순위를 보면 2010년 초반만 하더라도 경제 관련 내용이 1위였으나, 2017년부터는 줄곧 환경 관련 내용이 1위 및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IPCC*는 지난 8월 제1 실무그룹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가 지속될 경우 1.5℃의 기온 상승이 2040년으로 당겨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IPCC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45%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0%,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공급해야만 합니다.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이에 각 나라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세계 경제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137개국(2021년 8월 기준)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또 EU는 지난 6월 EU기후법을 합의했습니다. EU기후법에는 2050 탄소중립과 1990년 대비 2030년 NDC*를 5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30년까지 65%로 올려야 합니다.

7월에는 EU집행위에서 CBAM** 도입 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탄소 누출 우려가 높은 품목부터 우선 적용할 계획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 및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도 잇따릅니다. 네덜란드(25년부터), 영국(30년부터), 프랑스(40년부터) 등 여러 국가가 내연차 판매금지를 선언하며 자동차,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파리협약에 따라 각 나라는 매 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있다.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탄소국경조정제도). 목적지 시장의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여, 목적지 시장에서 교역 상품의 가격을 조정하는 조치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있고, 또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험난하고 광범위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환경 위기는 ESG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韓기업에 떨어진 발등의 불, ESG 서둘러 준비해야

ESG 열풍에는 전 세계의 사회, 환경 회복력(resilience)이 매우 취약해졌다는 위기가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심각성에 비추어 본다면 현재 불고 있는 ESG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부족해 보일 정도입니다. 특히 위기 대응이 유럽보다 부족한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11위로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합니다.

감축 기준을 2018년으로 잡은 것은 2018년을 이산화탄소 발생 정점 연도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점 연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영국(1973년), 프랑스(1979년), 미국(2005년)보다 많게는 45년이나 느립니다.

그만큼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버거울 수 있습니다. 실제, 넷제로를 위해서는 위의 그림처럼 가파른 하강 곡선을 만들어야만 합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이 발효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GDP의 30% 이상)의 경우 ESG는 국가 경쟁력과 기업 생존 문제로 직결됩니다.

세계는 새로운 경제, 새로운 국제질서로 나아가고 있고, 또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ESG는 열풍이라 하기에는 아직 뜨겁지 않습니다. ESG 시계태엽을 더욱 열심히 감아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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