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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칼럼] 디지털 휴먼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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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견해는 SK텔레콤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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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열린 가트너 IT 심포지엄에서 기술 조사회사 가트너는 ‘CIO는 예측 못하는 7가지 파괴적 혁신’을 소개했다. 비행 차량, DAO, 전기차 무선 충전, 실리콘 대체재로서의 그래핀, 쓰고 버리는 테크 등 그럴듯한 종목 이외에 “디지털 휴먼 이코노미”와 “메타버스 워크 익스피어런스”가 거론된 점이 눈에 띄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화제가 된 이래 일반 기업들도 디지털 휴먼(혹은 AI 휴먼이라고도 업계에선 불리기도 한다)을 대고객 업무에 활용할 가능성을 재보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메타버스 키워드가 대유행하면서 각 기업은 직원간 혹은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에 차세대의 몰입형 인터페이스를 고민하기 시작했으니, 이 두 트렌드는 확실히 세태를 반영하고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기업 고객을 위한 인사이트에 치중하고 있는 조사회사인 만큼 가트너는 완전 버츄얼 작업 공간 분야가 2027년까지 메타버스 투자 성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2035년까지 디지털 휴먼 이코노미는 125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도대체 시장의 어떤 갈증이 이런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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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가 만들어낸 새로운 디지털 상거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통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2020년 도쿄 하라주쿠의 이케아에서 일본의 CG회사가 만든 버추얼 모델 Imma가 등장하는 버추얼 쇼룸이 전시되었다. 길거리로 나 있는 큰 통창에 Imma가 생활하는 (그리고 이케아 가구 및 소품으로 꾸며진) 공간을 LED 화면으로 재현하고 엿보게 한 기획이었다. Imma는 별일 없이 자신의 방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9시간의 논스톱 일상.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실험적 기획에는 상업적 성공 여부를 떠나 재현하고 싶었던 의도가 엿보인다. 그것은 인플루언서의 자동화다.

인플루언서는 타인의 선망을 부르는 생활 양식을 제안한다.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기에 그들은 새로운 디지털 상거래의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일정량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그 캐릭터의 매력도가 있었음을, 닮고 싶어서였든 궁금해서였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만약 그중 일부를 기업의 상품으로 돌릴 수 있다면 효과적인 광고가 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와의 관계는 어차피 화면을 사이에 두는 디지털의 관계다. 그렇다면 그 인플루언서조차 만들어낼 수 있지는 않을까 자연스레 생각되게 마련이다.

 

사건 사고 없는 전속 모델

기업에게는 얼굴이 필요하다. 기업이라는 차갑고 기계적인 조직 대신, 사람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소비자는 마음을 연다. 상품도 그 상품을 파는 기업도 매 마찬가지다. 상품은 사람이 들고 있어야 기억에 남고, 기업도 누군가가 떠오를 때 친근감이 생긴다. 그래서 광고 모델 한 명 고르는 데도 신경이 쓰인다. 특정 모델이 기업과 함께 성장해 유명해져도 문제가 생긴다. 예측하기 힘든 구설에 휘말려 기업에 동반 추락의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변동성이 큰 재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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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전속모델 장원영과 버추얼 휴먼 나수아가 친구 사이로 등장하는 SKT의 ‘에이닷티비(A. tv)’ 광고 컷

그런데 바로 이 불안정한 자재를 디지털로 ‘안정화’할 수 있다면 마케팅을 포함한 각종 기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이 주목받게 된 작금에는 바로 ‘하이퍼 리얼리스틱’, 그러니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현실적인” 결과물을 빚어낼 수 있게 된 정도의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얼핏 보면, 아니 자세히 뚫어져라 봐도 흠을 애써 찾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인간과 구분하기 힘든 퀄리티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디지털 휴먼 트렌드의 비결로 여겨지고 있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체형이나 피부가 달라질 일도 없고, 성형도 (최적화도) 회복 기간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과로에 피곤해하지도 않는다. 완벽한 노동 통제가 가능하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데, 무한 복제 가능한 노동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은 기업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클라우드에 존재하고 있는 디지털 휴먼이기에, 동시에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다. 스케줄을 관리할 필요도 없고, 매니저를 둘 필요도 없다. 컷 앤 페이스트로 새로운 안건에 즉시 투입될 수 있다.

물론 현재 기술 수준은 여전히 껍데기만 디지털일 뿐, 그 움직임의 주체는 아날로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얼굴만 뺀 몸 전체가 아날로그로 촬영한 대역이기도 하다. 결국 디지털 휴먼에게는 리얼 휴먼팀이 필요하고, 그 팀의 구성은 유동적이다. 리얼 휴먼팀의 고용을 마치 클라우드의 인스턴스를 조절하듯 신축성 있게 조정하면 디지털 휴먼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미 크라프톤 등 3D 모델링 기술을 구사하는데 익숙한 게임 회사들이 디지털 휴먼 분야에 참전을 선언했다. 게임 산업은 블록체인, NFT 등 저작권을 내재화해 마음껏 팔 수 있는 콘텐츠 양산 사업에 적합해서일테다. 게임회사가 지닌 인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디지털 휴먼이란 실은 NFT보다도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내 프로그램된 봇)를 현실 세계에 투하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더 의미가 있다.

지금은 디지털 휴먼이라도 대본이 있고, 성우나 모션 등 협업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그 배후의 주체는 감추고 싶어 한다. 앞서 이야기한 인간의 불안정성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정말 현실 속에 NPC를 만들 수 있다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면, 이 NPC는 모든 플레이어의 시간과 입장에 맞춰 맞춤형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몇 년 뒤, 피곤함에 절어 귀가한 뒤 퍼져버린 밤. 흠모하는 아이돌이 맞춤 자장가를 불러 주기도 하고, 나만의 생일 파티를 열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월 구독료 9,900원에.

외모의 모방을 넘어 두뇌의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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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상의 인간과 친해질 수 있는 것은 믿기로 한 대상을 그대로 추상화하여 받아들이는 우리의 유연함 덕분이다.

디지털 휴먼은 이미 우리 주위에 있었다. 한국에서는 크게 흥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캐릭터를 분해 연기하는 버추얼 유튜버들도 그들 중 하나다. 10년이 되어 가는 보컬로이드 문화는 일본과 중국에서 여전히 활황이다. 보컬로이드란 성우의 목소리를 입력받아 이를 보컬의 노래로 합성하는 야마하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들이 인기다. 중국만 해도 뤄톈이(洛天依)라는 음원 및 캐릭터가 홀로그램 콘서트를 하는 것은 물론 은행의 캐릭터가 되거나 신용 카드에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중국의 디지털 휴먼 열풍은 특히 거세다. 일본의 Imma와 흡사한 중국의 Ayayi는 아예 알리바바의 첫 디지털 휴먼 직원으로 입사해 사원증까지 자랑했다. 본격적인 메타버스인 바이두의 시랑(希壤) 등이 등장하면서 지난 8월 개진된 중국 베이징 시정부의 4개년 실행 계획에 디지털 휴먼 산업의 진흥 및 규제책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모두 기획된 연출, 결국 녹화 방송이라는 한계를 벗지 못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영화산업은 CG 없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CG기술이 일상화됐다. 영화에 몰입 중인 관객은 무엇이 CG 기술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게임과 메타버스의 CG는 상황이 다르다. 그 차이는 렌더링 실시간화의 어려움 때문이다. 영화는 10초의 장면을 위해 하루를 소비해도 상관없다. 한 땀 한 땀 수작업을 가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도 메타버스도 모두 화면을 보고있는 사람을 위해 기계가(혹은 클라우드가) 맞춤으로 렌더링해 준 결과물이다. 사용자 대사에 따라, 사용자 시선을 따라 NPC는 변해야 한다. 만약 이를 정말 극복한 수준높은 디지털 휴먼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모두 그에 매료될 지도 모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채굴 덕에 품귀 현상이 벌어진 GPU 시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적정 수준의 하드웨어를 모두의 품에 가져다 주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의 거대한 두뇌는 스스로를 해킹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인간은 인간에 끌릴 준비가 되어 있다. 동물이나 무생물도 사람으로 여기는 의인화가 그 트릭 중 하나다. 명백히 인간이 아닌 것도 인간이라고 치며 받아들인다. 우리가 가상의 인간을 만들어 친해질 수 있는 것은 그 퀄리티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니라, 믿기로 한 대상을 그대로 추상화하여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의 유연함에 있다. 이미 10년 전 사회현상이 되었던 러브 플러스 등의 2D 애인 열풍도, 각종 2D 캐릭터를 탐닉하는 덕질도 소통의 대상, 즉 같은 종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특이체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시각 정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때로는 영화화 전의 원작 소설에 더 감동하듯 상상력은 감각을 벌충한다. 영화 그녀(Her)에서 음성 비서와 사랑에 빠지는 감정이입처럼 억제된 감각은 마음껏 보완된다. 한가지 감각만 있어도 된다. 연예인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전자책을 읽어 주는 서비스도 청각형 디지털 휴먼의 좋은 예다.

인간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인간이라는 착각에 언제든 빠질 수 있기에, 이제 오히려 중요해지는 것은 과연 우리가 기꺼이 빠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설정에 있을 터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외모의 모방보다 두뇌의 모방, 인간 본질의 모방일지도 모른다.

OpenAI의 GPT-3나 구글의 LaMDA와 같은 초거대 AI의 언어 처리 능력은 적절한 상황과 맥락에서는 놀랄 만 하다. 심지어 어떤 기분 나쁜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이기도 해, 실제로 LaMDA의 연구원이 그 기계에 자아가 있다고 주장하다가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발화하는 말도 어떤 대단한 영혼이 있어서라기보다도 잡다하게 늘어놓은 기억의 편린들이 우연히 조합된 것일지도 모른다면, 우리나 기계나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어설프게 말하는 AI를 기계적으로 따라 했다가는 이루다 사건과 같은 ‘아무말 대잔치’로 개인과 사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기계는 여전히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상징과 우상은 인간미를 복제할 수만 있다면 꼭 실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그에게 투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내가 확신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모두 그것이 허상임을 알더라도 꼭 한 번 곁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서다. VR 휴먼 다큐 ‘너를 만났다.’는 이를 잘 드러낸 기획이었다. 먼저 떠나간 가족의 외모, 그리고 그들이 했던 말을 힘든 일상에서 가끔 다시 재생할 수만 있더라도 기운이 날지도 모른다. 가끔 나에게도 디지털 외할머니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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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SKT, 통신사 최초 ‘버추얼 휴먼’ 광고 모델로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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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자체 AI 음성 기술을 적용한 버추얼 휴먼을 AI 서비스 ‘A.’(에이닷) 메인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SKT가 이번에 메인 광고 모델로 발탁된 버추얼 휴먼 ‘나수아’(SUA)는 SKT에서 분할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가 첫 투자처로 선택한 3D 버추얼 휴먼 개발기업 ‘온마인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AI형 가상인간이다. SKT는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나수아의 AI 목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음성합성기술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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