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많은 기업에 ESG 열풍이 불었습니다. 기업들은 ▲ESG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성원 대상으로 ESG를 교육하고 ▲ESG 위원회 및 ESG 추진 조직을 설립하는 등 내부 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이제 2022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구체적인 ESG 경영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에 나설 것입니다.
2022년 환경 분야 ESG 키워드는 ‘탄소중립’
2022년 환경 분야에서는 탄소 중립이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입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 이상으로 정했습니다. 정부는 2022년 3월경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정을 목표로 하는 등 2022년을 ‘탄소 중립 목표 이행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에너지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등 부문별 감축 목표는 나왔지만, 앞으로는 좀 더 세부적인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회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발효될 예정이고 인권정책기본법이 입법 예고된 상황입니다. 이에 ‘안전’, ‘인권’ 등도 주요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현재는 리스크 관리 중심이지만 향후에는 정의, 공평, 다양성, 포용성 이슈로 점차 확산되어 갈 것입니다.
이렇게 ESG는 2022년에도 계속 강화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ESG 평가지표가 대기업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중소기업, 스타트업, 사회적 경제 조직 등에서는 어떻게 ESG 경영을 도입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관리 및 탄소중립 관련하여 ‘시기상조 아닌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측정 및 관리가 어렵지 않은가?’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SG는 대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이 실천해야 할 기업경영 방향입니다. ESG를 통해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거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ESG를 잘 적용하고 때로는 더 높은 목표를 내걸고 실천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ESG 적용은 기업의 규모와 무관합니다. 해당 기업에 맞는 ESG 경영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점에서 친환경 신발 올버즈(Allbirds)가 탄소 중립을 어떻게 실현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습니다.
올버즈의 탄소중립 실천 네 단계
2015년 설립된 올버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한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올버즈는 신발이 석유 기반의 합성소재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천연 원재료로 신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에 메리노 울(2016년)과 유칼립투스 나무(2018년)로 만든 신발을 론칭한 데 이어, 브라질 석유화학회사 브라스켐(Braskem)과 2년에 걸친 협업 끝에 신발의 발포고무마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로 만들어 신발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일반 신발의 경우, 밑창에 들어가는 발포 고무 1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1.8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킵니다. 반면 올버즈의 경우 발포고무 1톤을 생산하면 사탕수수를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2.5톤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신발을 구현한 올버즈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9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크게 네 단계로 추진했습니다.
첫 단계로 올버즈는 각 신발 제품별로 온실가스를 측정했습니다. 원재료, 생산, 운송, 사용, 폐기 등 제품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를 측정했습니다. 이를 완성하자 2020년 4월부터는 고객들도 상품 검색 시 해당 상품이 발생시키고 있는 온실가스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떤 개선을 하고자 하면 우선 자신의 영향부터 인식해야 하고, 그 차원에서 측정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크게 세 방향에서 전개했는데요. 첫 번째 방향은 원재료 생산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입니다. 이미 양모, 나무, 사탕수수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프로세스를 점검하여 원재료 생산 단계에서부터 물을 더 절약하고 이산화탄소를 보다 많이 감축시키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두 번째 방향은 되살림 농업(regeneration agriculture)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시키는 것입니다. 목장과 농장에서 땅을 파헤치지 않는 무경운(無耕耘)을 시행하고 덮개 식물을 심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땅속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방향은 2025년까지 해상 운송 비중을 95%로 늘리고, 찬물 세탁이 가능한 제품을 100%로 늘리겠다는 등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축 정책을 통해 올버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5년까지 50%, 2030년까지 95%로 세웠습니다. 즉, 현재 14kg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있는 제품의 경우 2030년까지 1kg 이하로 발생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온실가스를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탄소중립을 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최대한 ‘감축 우선’ 정책을 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하는 일부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나무를 심는 등의 방법으로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올버즈 역시 감축을 우선하되, 마지막에는 상쇄 정책을 결합시켰습니다. 올버즈는 신생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4월부터 스스로 탄소세를 부과하여 탄소중립 기업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공유입니다. 올버즈는 2021년 4월에 자신이 구축한 탄소발자국 계산 도구를 공개하여 경쟁사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이 이를 널리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모든 기업의 제품에 탄소발자국이 표시되는 세상이 되어야 기후 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개한 것이지요. 이미 올버즈는 지난 2018년에도 사탕수수 당밀로 발포고무를 만드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자마자 곧바로 이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변화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규칙을 언급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며, 둘째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며, 셋째는 알고 있는 것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올버즈의 ESG 경영은 이 세 가지 규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ESG 경영 뿌리내리는 해가 되길
올버즈 사례는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ESG 경영은 대기업이어야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초기 기업일지라도 탄소발자국 관리 등 ESG 경영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올버즈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초기 기업들 중에서 대기업보다 앞선 방향과 정책을 실현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 실천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내고 내·외부에 알리고자 하면 우선 ‘낮게 열린 과일’을 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높게 열린 과일을 따기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올버즈처럼 대니얼 골먼의 규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이 ESG를 알리는 해였다면 2022년에는 ESG가 뿌리내리는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