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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서진석의 코멘터리 ⑪] 제품에 ESG 가치를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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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에 대한 관심이 초반에는 “도대체 ESG가 무엇인가”, “회사 규모에 따라 어떻게 ESG를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보다 집중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ESG 경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습니다. 문제는 ‘ESG를 실제로 기업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만약 ESG 평가 대응 중심으로 추진하거나, 사회 공헌 등 당장 ‘ESG 이미지’를 만들기 쉬운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ESG를 기업 내부에 정착시키기 위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사 차원만이 아니라, 각 조직 단위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이 중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가 제품·서비스에 ESG 가치를 담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제품·서비스의 경제적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만 주로 발전해 왔습니다. ESG 경영 시대에는 제품·서비스 안에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를 통합시켜야만 합니다. 앞서 고민한 기업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는지,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사례를 단계별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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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1] 브랜드와 결합해 사회·환경 마케팅을 전개, ‘라이프보이 비누, 인도 손 씻기 캠페인’

유니레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품 안에 사회, 환경적 가치를 담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브랜드와 결합한 사회·환경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인도에서 시작한 라이프보이(Lifebuoy) 비누입니다. 당시 인도는 10초마다 설사로 어린이 1명이 사망하고 있었습니다. 전체 아동 사망의 33%를 차지했는데,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설사병의 47%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출처: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이에 유니레버는 지방정부, 학교 등과 함께 인도 시골마을을 돌며 ‘손 씻기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광선 세균 데모(Glow germ demo) 키트를 활용해 깨끗해 보이지만 비누로 씻지 않은 손의 세균을 보여주면서, 어린이와 부모 대상으로 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유니레버는 2019년까지 10억 명에게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덩달아 라이프보이 매출은 전 세계 기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9.6%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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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결합한 브랜드 마케팅은 사업 부서의 참여를 쉽게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점입니다. 특히 라이프보이 성공 사례는 다른 브랜드 부서의 참여를 용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판매-사용 단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결합시킨 것이지, 아직 제품 자체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통합하여 개선하지는 못했습니다.

[단계 2] 브랜드 개발 단계부터 사회·환경적 가치 고려

두 번째 단계로 유니레버는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를 브랜드 개발 및 혁신 계획에 더 깊이 통합시키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6년부터 ‘브랜드 각인(brand imprint)’ 워크숍을 전개했습니다. 이는 유니레버 사업 부서에서 브랜드 개발 시 각각의 브랜드가 세계에 미치는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영향을 360도 스캔하도록 돕는 접근법입니다.*

* 출처: Sustainable Development 2007 : An Overview (Unilever)

워크숍을 통해 고객, NGO 등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파악하고, 브랜드-공급망-소비자 사이의 더 큰 연결을 만들어내고, 온실가스, 물, 포장, 지속 가능한 농업을 브랜드 개발 과정에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찻잎·차 음료 브랜드 ‘립톤’의 경우 차 농장의 작업 조건, 환경 관행 등을 검토하고 열대우림연합 관계자를 초대하여 차 원재료의 지속가능한 공급 과정 및 개선방안을 파악했습니다.
이전의 ‘손 씻기 캠페인’이 제품의 변화보다는 브랜드 캠페인에 가까웠다면, 브랜드 각인 프로그램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 환경적 가치를 제품 안에 담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제품 안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담는 것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해당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야 하며, 솔루션도 가장 잘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워크숍만으로는 제품 안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통합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계 3] 제품 가치사슬 재설계(redesign)를 추구, 유니레버의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

세 번째 단계로 유니레버는 2013년부터 ‘USLP 리프레시’를 추진합니다. USLP는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의 약자로, 2010년에 유니레버가 사회·환경 목표를 담아 내놓은 경영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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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사회·환경적 가치를 담아 제품 개선에 나섰습니다.
첫째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중요시 해야 하는 과제를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 트렌드에 비추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제품의 지방, 설탕, 소금 함량을 낮추는 것입니다.
둘째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성장 기회나 비용 절감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개발도상국에서 물 사용을 줄이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셋째는 유니레버가 사회, 환경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과제를 찾는 것입니다. 공급망 인권 개선 과제 발굴 등입니다.

USLP 리프레시 사례 중 하나는 소스·시즈닝 브랜드 ‘크노르’입니다. ‘크노르’의 수프·소스팀은 대표적인 재료인 토마토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받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생산 과정을 추적한 결과, 농장에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방식을 도입하면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농장을 지원했습니다.

* 파이프로 해당 작물에만 물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살수 관개 방식보다 물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음. 그 외에도 탄소 배출 감소, 수확량 향상, 토양 침식 감소, 비료와 농약 사용 저감, 지하수 보호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음

[단계 4] 평가도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개선 추진

네 번째 단계로 유니레버는 2014년에 기업 경영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정착시키고자 두 가지 평가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첫째,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실제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량화했습니다. 정량화는 크게 ‘성장, 낮은 비용, 위험 감소, 신뢰’ 등 네 가지 가치 동인으로 구분해서 추진했습니다.

둘째,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 인증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유니레버는 자체적으로 환경적, 사회적 목적을 전달하는 브랜드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목적이 있는 브랜드가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총 28개의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 인증을 받았습니다. 유니레버 10대 브랜드 중 7개(Dove, Knorr, Omo/Persil, Rexona/Sure, Lipton, Hellmann’s, Wall’s ice cream)가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에 포함됐습니다. 2018년 기준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들은 다른 브랜드보다 69% 더 성장했으며, 회사 매출의 75%를 담당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ESG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낮게 열린 과일’을 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제품·서비스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 그동안 많이 사용해온 사회 공헌 근육을 넘어서 비즈니스 근육을 사용하기 위한 접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유니레버 사례를 보면 브랜드의 외피에 사회·환경적 가치를 씌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처음에는 신규 브랜드에 적용하고, 나아가서는 브랜드 제품 가치 사슬 단계의 일부분을 재설계하고, 평가 시스템에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갔습니다. 유니레버 사례는 그 외에도 ESG 추진 부서와 사업 부서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이제 사회 공헌을 넘어 제품·서비스 개선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간다면 ESG 경영이 한층 심도 깊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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