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SK텔레콤은 고객 신뢰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섰습니다. SKT는 고객 피해 예방을 위한 모든 정보보호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고객이 원하는 변화의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이에 대해 자문받을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독립 기구인 ‘고객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글 보기] 역시 위원회의 자문을 바탕으로 마련된 결과물입니다. SKT는 앞으로도 위원회와 함께 단기적인 사고 수습을 넘어,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뉴스룸은 위원회 출범 3개월을 맞아 안완기 위원장을 만나, 위원회의 주요 활동과 소회, 그리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제언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무거운 책임감과 큰 사명감 느낀 자리… 기업 아닌 ‘고객 최우선’이 제1 원칙

고객신뢰 위원회 안완기 위원장
Q1. 고객신뢰 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과 당시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고객신뢰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은 저에게 무거운 책임감과 큰 사명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저 역시 30여 년 장기고객으로서 느끼고 있었지만 당시 고객들께서도 불편과 불안 속에서 큰 혼란을 겪고 계셨고, 제 주변에서도 SKT를 향해 많은 질책을 쏟아냈습니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고객의 소리를 전달하고, 고객에게도 회사 상황을 보여드리는, 신뢰 회복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만 하는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통신이나 기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고객 관점의 신뢰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한국가스공사(KOGAS)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항상 소비자 만족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일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책임의 무게를 바탕으로 이번 역할을 수행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위원회는 소비자학, 심리학을 연구하는 교수진과 소비자 단체, 법률 기관 등 다양한 영역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어 자문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고객 전문가인 위원님들의 활동과 SKT, 고객군을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Q2. 지난 5월 위원회 출범 이후, 주요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원회 출범 이후 간사 조직을 통해 두 달간 매일 공유받은 데일리 브리핑을 참고하여 회사의 현황과 문제, 이 업종과 산업이 갖는 각종 고민과 계획에 대한 이해를 높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총 9차례의 위원회 회의를 통해 사이버 침해 사고 대응 전반을 점검하고, 해결 방향을 조율하며 가이드를 제시했습니다.
사고 초기, 위원회는 회사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회사 입장 전달에 치우쳤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현황을 조속히 알린다는 당면과제가 있기도 했지만, 회사가 중심이 되어 고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았습니다. 초기에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객이 느끼는 불안과 불편을 중심에 두고, 보다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살펴보고 개선했습니다.
위원들은 고객 반응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사이트 있는 자문을 제공했습니다. 고객 집단 토론 조사(FGD)에도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고객의 분노, 실망, 불신 등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고, 장기고객의 외침을 있는 그대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객 목소리가 지난 7월 4일 발표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각 위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주주와 고객신뢰라는 면을 강조하는 ESG 기관, 언론계, 법조계, 소비자단체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수렴한 의견은 가감없이 분석하고 종합해 회사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고객신뢰 향상 방안을 검증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업 사례도 살펴봤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 발생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개선하면서, 오히려 그 상황을 기회로 삼아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기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어, 위기를 브랜드 이미지 진화의 기회로 삼은 글로벌 가구 회사의 사례도 주목해 봤습니다. 서랍장 전복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 등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은 사안을 축소하고 숨기기보다 위험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알렸습니다. 이후 대규모 리콜과 전액 환불, 무상 고정 장치 제공 등 모든 조치를 빠르게 시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재발방지를 위해 개발한 안전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오픈 라이선스로 공개하였습니다. 특허를 개방함으로써 경쟁사도 이 기능을 채택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 기업의 안전 옹호 활동이 타 업체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이제는 해당 기업이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지키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Q3.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에 대한 대응이 단기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일관되며 체계적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위원회 명칭이 처음에는 ‘고객신뢰 회복 위원회’였지만, 발족 당시 ‘회복’을 빼고 ‘고객신뢰 위원회’로 결정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일시적인 보안 사고 회복에 그치지 않고, 고객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가 또 하나 중요하게 본 점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철저히 ‘고객의 시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마케팅과 기업홍보보다는,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꾸준히 지켰습니다. 특히 현대인에게 통신 서비스는 주유소의 기름, 식음료와 같이 대표 생필품이 되었습니다. 통신 산업에서 고객의 민감도는 여타 업종에서 볼 수 없는 감성과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알렸습니다.
회사가 메시지 하나를 전달할 때도, 기술 중심의 설명에 추가해 통상적인 소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을 전환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 방식 역시 기업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고객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뢰 회복 출발점이 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고객에게 진심을 전한 것이 큰 의미
Q4. 고객신뢰 위원회의 그간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또 활동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위원회는 단순히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해 실제 개선 방향에 반영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고객 신뢰 회복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가장 뜻깊었던 활동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에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원회 의견을 적극 반영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사고로 인해 SKT에 마음이 상했거나, 크게 실망하여 등을 돌린 고객에게 회사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위원회는 소외되는 고객 없이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혜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믿고 기다려 주신 고객은 물론, 그간 보여왔던 애정을 접어두고 계약을 해지한 고객도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또한, 고객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신속한 조치와 쉬운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위원회의 목소리가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에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Q5.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발표 이후, 위원회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게 되나요?
위원회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마련한 3단계 플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1단계는 ‘사태 수습과 단기 조치’로, 고객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신속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는 2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고객 신뢰를 중장기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설계도를 준비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문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신뢰 회복을 위한 활동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그 이행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고객이 ‘믿어주는’ 회사가 되어야… 앞으로의 변화와 소통이 더 중요
Q6. SKT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점, 또는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SKT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고객은 물론, 구성원과 주주 모두 큰 상처와 실망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동종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점을 성찰하고 꾸준히 개선해 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고객과 시장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피해에 대한 보상안 발표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온 고객들의 의견을 더 깊이 반영하려면, 여러 방식으로 소비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고객의 고충을 청취하고 목소리를 대변하는, 회사 외부의 ‘옴부즈만’과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SKT와 위원회 모두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발표만으로 고객 불안이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정보보호와 보안에 대해 실질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과와 변화된 모습을 꾸준히 알려야 합니다. 위원회 역시 이러한 노력을 끝까지 이어가겠습니다.

Q7.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과 고객 간의 신뢰는 무엇인가요?
기업과 고객 간의 신뢰는 ‘어떤 기업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장 1위 기업일수록 신뢰의 무게는 더욱 큽니다. 30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해 온 장기 고객과 맺는 신뢰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고객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공생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통신 서비스가 고도로 발달된 환경에서는 기능이나 품질만으로 기업을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SKT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경험과 효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또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구성원과 협력사 역시 넓은 의미에서 고객으로 볼 수 있습니다. SKT처럼 국내 인구 절반 가까이와 접점을 가진 기업이라면, ‘고객’의 범주를 더욱 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기업과 고객 간의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고객이 “이 회사라면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진정한 신뢰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Q8. 끝으로, 침해 사고로 불편을 겪으신 SKT 고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객신뢰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동시에 SKT를 이용해 온 한 명의 소비자로서 이번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께서 겪으신 불편과 불안에 깊이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SKT에 따끔한 질책과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질책과 지적은 기업이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반면, 무관심은 변화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습니다. SKT가 이번 일을 환골탈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진정한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객 여러분의 꾸준한 질책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고객신뢰 위원회는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와 고객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이를 SKT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각 분야 전문가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