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흩뿌려진 불빛 사이로, 무용수가 섬세한 손짓으로 눈꽃을 그립니다. 익숙한 휴대전화 진동 소리는 음악처럼 몸짓과 하나가 됩니다. 점층되는 사운드는 피어나는 눈꽃을 연상케 하며 긴장감을 고조합니다.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고아라 님의 신작 <눈꽃>이 미디어 아트로 공개*됐습니다. SK텔레콤과 고아라 발레리나는 ‘눈송이의 탄생’을 그린 이번 작품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고아라 발레리나를 만나, <눈꽃>의 의미와 응원 메시지를 들어보았습니다.

* SK텔레콤은 을지로 T타워, 대전 둔산사옥 미디어월(COMO)과 V 컬러링 콘텐츠를 통해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고아라가 있기까지

2018년의 평창. 터지는 꽃망울을 형상화한 안무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무대의 주인공은 발레리나 고아라. 평창동계패럴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한 장본인입니다. 평창 이후 ‘발레리나 고아라’를 향한 관심과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고아라 발레리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 예술가입니다. 생후 4개월에 고열과 몸살을 앓고 청력을 잃었죠. 오른쪽 귀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며, 왼쪽 귀에 꽂은 보청기에 의지해 미세한 소리를 인지합니다. 발레는 7세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매력에 빠져서 발레를 배웠어요. 그러다 토슈즈나 발레 안에만 저를 가둬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발레에 현대 무용을 섞은 모던 발레를 추고 있습니다.”

발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고아라 발레리나는 중학교 시절 모스크바 국립발레학교 워크숍에 참가하고, 덕원예고 무용과에 진학하며 실력을 길렀습니다. 경희대학교 무용학 학 · 석사 또한 졸업했습니다. 졸업 이후 발레단에 입단하지는 않았습니다. 토슈즈를 벗고,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현대무용으로 방향을 틀고, 눈으로 음악을 보며 작품 활동을 펼쳤죠. 여러 장애인 예술가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2019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14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청각 장애를 딛고 일어선 고아라 발레리나가 2022년 2월, 다시 한번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2018년의 작품이 ‘봄꽃’을 형상화했다면 이번에는 ‘눈꽃’입니다.

허물어진 장벽, 화합을 담은 안무 ‘눈꽃’

꽃을 수화로 표현한 안무(고아라 발레리나)와 눈꽃이 떨어지는 안무(미디어 아트 화면)가 이번 작품의 포인트

Q. 근황이 궁금합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피날레 무대 이후 어떤 시간을 보냈습니까?
평창 이후 대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었죠. 방송 출연도 종종 했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 없이 실력을 쌓으며 노력하다 보면 인정받는 날이 오는구나’ 싶은 요즘입니다.

Q. 팬데믹 탓에 공연 ·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습니까?
팬데믹 초기에는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공연이 많아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도 다시 활성화되었고, 비대면 공연이라는 새로운 문화도 트렌드로 떠올라 공연할 기회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구어를 사용하기에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를 하는데, 마스크 탓에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긴 합니다. 물론 제 상황을 잘 아는 분들은 투명 마스크를 쓰는 등 배려를 해주고 있어,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Q. 이번 작품은 ‘눈꽃’을 표현했습니다. 작품에 담긴 의미는 무엇입니까?
평창 때처럼 이번에도 꽃의 이미지를 차용했습니다. 꽃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풀어줍니다. 또한,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어떤 개체와 개체의 경계를 허무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이미지를 통해 ‘장벽을 깨뜨린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제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프리’를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꽃을 나타내는 수화, 흩날리는 눈을 손으로 표현한 안무가 등장합니다. 이번 작품의 포인트입니다. 안무의 의미를 되뇌면서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동을 활용한 사운드… 예술가와 관객의 간극 줄여줘

SKT는 이번 ‘눈꽃’ 안무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하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미디어 아트로 제작했습니다. 즉흥 안무를 촬영하고 미디어 아트 기법을 접목해 하나의 디지털 작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

Q.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된 작품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듭니까?
새로운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합니다. 특히 점으로 표현된 이미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수많은 점은 선으로 이어지고, 선은 면으로, 면은 공간으로 이어져 또 다른 에너지를 뿜어내죠. 저는 이 지점에서 ‘인연’을 떠올렸습니다.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는 많은 분께서 점과 점에서 탄생한 ‘인연’과 ‘화합’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휴대전화 진동을 접목한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예술가와 관객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로 들었는데요.
세상에는 청각으로 듣는 소리, 촉각으로 느끼는 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각이 약하기에 촉각이 더해지면 박자를 더 수월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청각과 더해진 촉각, 그러니까 공감각적으로 소리를 듣는 것이죠. 이번 미디어 아트 속 진동의 경우 제가 듣는 소리를 관객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 집중하고, 기회 얻길 바라”

Q.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음에도 어떻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지 궁금합니다.
편집 프로그램에 음원을 넣어서 음의 높낮이, 박자 등을 눈으로 보며 파악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참고 대상일 뿐이죠. 수없이 듣고 들으며, 조금이라도 음악을 익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장치가 개발되었습니다. 프로젝트 공연에서 이 장치를 지원받아 사용했는데, 수월하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었습니다. 이 장치가 하루빨리 필요한 사람들에게 상용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고아라 님을 보며 용기를 얻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제 춤을 보며 용기를 얻고, 동시에 ‘이렇게 춤추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긍정적인 시각에서 더욱 힘을 얻습니다.

Q. 2월 한 달,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도전하는 사람들을 응원할 만큼 스스로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이런 말은 하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잘하자.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기회는 찾아올 테니까.

고아라 발레리나는 요즘 무용과 더불어 ‘장애인 예술’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깊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삶이 ‘나 홀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많은 장애 & 비장애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녀가 예술 단체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아라 발레리나는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예술 단체가 많아져야 한다”며 “우리가 노력해서 실력을 보여주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 많은 장애인이 장애를 딛고 일어나 도전하고 성취하길 바라는 예술가. 고아라 발레리나의 응원은 그래서 더욱 힘을 북돋게 합니다.

고아라 발레리나의 응원을 담은 작품은 SKT 사옥 미디어월(COMO)뿐만 아니라, V 컬러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