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톡터뷰]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에 AI가 적용됐을 때 일상의 변화에 대해 대화하는 전문가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안창욱 교수
최근 AI가 그림이나 글을 만들어 내는 등 예술 분야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최초 AI 작곡가인 이봄(Evom)은 인기 가수와 협업하거나 광고 BGM 작곡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봄을 개발한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안창욱 교수를 만나 AI 작곡 기술 개발부터 AI 작곡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물었다.
“화성학, 대위법 등 음악 이론을 학습한 이봄, 완성도를 높이는 ‘진화 탐색 기술’ 적용”
이봄 서버렉 모습
Q. AI 작곡가 ‘이봄(Evom)’과 AI 작곡 소프트웨어 ‘뮤지아(MUSIA)’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I 작곡가 ‘이봄(Evom)’은 음악 이론에 대해 규칙 기반 시스템을 적용한 EVOM 엔진을 사용해서 작곡합니다. 실체는 서버이지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버추얼 휴먼으로 제작해 이봄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올해 23살이고, 내년에는 24살로 나이도 든답니다. K-팝은 물론 트로트, 클래식까지 모든 장르를 작곡할 수 있습니다. ‘뮤지아 원(MUSIA ONE)’는 AI 작곡가 이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작곡 및 편집 소프트웨어입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AI가 프로듀싱을 합니다. 사용자는 AI 자동 생성 기능을 통해 멜로디, 반주, 베이스, 비트로 이뤄진 4개의 트랙을 만들고, 편집 기능을 통해 다양하게 변경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안창욱 교수
Q. AI 작곡 기술을 개발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 기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요즘은 취미로 연주를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합니다. 한 학회에서 컴퓨터와 음악으로 컬래버하는 퍼포먼스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제 전공인 컴퓨터공학과 좋아하는 음악을 연결해서 작업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뜻이 맞는 학생들을 만나서 함께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에 국내 최초 AI 작곡가 ‘이봄(EVOM)’을 선보였습니다.
Q. 이봄은 다른 AI 작곡 기술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대부분의 AI 작곡 프로그램은 딥러닝 기반으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AI가 수십만 곡의 음악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해서 나온 결과로부터 음악을 뽑아내는 거죠. 반면 저희는 AI에 화성학, 대위법 등 음악 이론을 학습시켜 사람들이 작곡하는 방법을 모사하게 했습니다. AI가 직접 코딩으로 배우고 그 위에 무작위로 음표들을 만들어 결과물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 측정하는데요. 그중에 좋은 곡을 뽑고, 다시 곡을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곡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AI 기술 중 진화 탐색 기술을 적용한 것이죠.
대표적인 AI 작곡 프로그램
– 뮤지아 원(MUSIA ONE)
안창욱 교수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마인드에서 출시한 AI 프로듀서로, 작곡한 음악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는 편집 및 렌더링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AI 도움으로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제작할 수 있다.
– 아이바(AIVA)
2016년에 개발된 AI 음악 생성기로, 기존 클래식 음악을 딥러닝 및 강화 학습해서 음악의 규칙성을 감지해 자체적으로 작곡한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 광고나 비디오게임, 영화 등의 사운드트랙에 많이 사용된다.
– 사운드로우(SOUNDRAW)
AI 기반의 자동 작곡 기능과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결합한 방식으로, AI가 제안하는 문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음악 교육 분야에 뮤지아 도입,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고 싶어…”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안창욱 교수
Q. AI로 작곡한 음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2016년에 처음 AI 작곡가 이봄을 선보였을 때는 AI 작곡 수준이 낮아 악평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작곡가나 가수, 연주자들이 협업하고 싶다고 제안이 많이 옵니다. AI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AI 작곡 수준도 상당히 높아진 덕분이죠. 현재 케이팝 가수뿐 아니라 유명 작곡가, 첼리스트 등 다양한 음악 관계자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초 가수 에일리와 협업한 ‘I feel alone’이 음원 차트 10위권에 들었고, 최근에는 첼리스트 조윤경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이봄과 뮤지아가 작곡한 곡은 뮤지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Q. 작사 및 가이드 보컬 등에 적용할 AI 기술도 개발되고 있나요?
작사는 작곡과 다른 영역입니다. 작곡은 이론화가 잘되어 있어 AI 기술로 만들 수 있지만, 작사는 사람의 생각에 의존해서 나오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딥러닝 기반으로 작사 기술을 개발하면 표절 문제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유튜브에 AI 커버 곡이 많이 올라오는데요. AI가 딥러닝을 통해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지정된 곡을 부르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 부분도 퍼블리시티권*에 침해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이드 보컬은 기술 개발이 가능합니다. AI로 새로운 목소리를 생성해서 가이드 보컬로 활용하는 건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퍼블리시티권 :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
Q. 그렇다면 저작권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알다시피 저작권 문제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돈이 걸린 문제니까요. 우리나라는 ‘AI 작곡가’ 저작권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사물 등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지난해 이봄이 작곡한 홍진영의 ‘사랑은 24시간’이 저작료를 받다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사실 AI 작곡가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AI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은데, 아직 저작료 문제에 대해서는 불투명합니다.
광주과학기술원 AI대학원 안창욱 교수
Q.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I 작곡과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상용화는 쉽지 않습니다. 딥러닝 기반의 기술만으로는 음원을 낼 정도의 결과물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죠. 저희는 작곡가가 레퍼런스를 알려주고, 이를 이봄에 학습시켜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수, 연주자들과 협업해서 좋은 음원을 낼 계획입니다. 또 다른 계획으로는 뮤지아를 초·중·고 음악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저희 AI 작곡 기술은 음악 이론에 기초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음악의 기본 이론뿐 아니라 작곡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뮤지아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하고 UI도 친숙한 형태로 되어 있어 학생들이 다루기 쉽습니다. 실제로 지금 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수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뮤지아를 활용해 학생들이 음악을 더욱 재미있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안창욱 교수를 통해, AI 작곡 기술과 저작권 문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한편, 뮤지아가 작곡한 노래는 뮤지아 유튜브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