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실리콘밸리 혁신 미디어 ‘The Miilk(더밀크)’와 함께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의 이슈들을 되짚어보는 ‘CES 2023 디브리핑’을 진행했다.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진행된 CES 2023 디브리핑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Day 1, “CES 2023의 5대 주요 키워드 ∙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 메타버스”
Day 1의 첫 번째 강연은 더밀크 손재권 대표가 맡았다. 손 대표는 CES 2023에서 전시된 제품 및 기술, 서비스의 5대 주요 트렌드를 꼽아 설명했다.
올해는 지정학적 이슈와 거시경제의 동향이 CES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손 대표는 이번 CES 2023이 ‘판의 전환 신호탄’이었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전쟁, 무역 갈등, 팬데믹 등 외부환경과 지정학적 변화가 기술의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위기의식은 CES 2023의 핵심 주제를 ‘모두를 위한 인류 안보의 문제를 해결하라(Human Security for All)로 결정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CES 2023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라스베이거스 모터쇼’였다고 할 만큼 자동차 기업들의 전시가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가전(家傳)을 넘어 차전(車傳)의 시대’였다는 설명이다. e페이퍼 필름을 적용해 최대 32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자동차(BMW),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를 탑재한 자동차(소니혼다모빌리티)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기술이 CES 2023에서 주목받았다.
손 대표는 이번 CES 2023에서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드물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AI가 모든 영역에 편재되어 있고,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ES 2023의 세 번째 주요 트렌드로 ‘유비쿼터스 AI’를 꼽았다. 또 손 대표는 올해 오픈 AI가 공개할 GPT-4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또 다른 AI 혁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유비쿼터스 AI가 올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CES에서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헬스 관련 기술이 공개되어 왔지만, 올해는 더더욱 디지털 헬스 분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B2B가 대부분인 헬스케어 영역이 디지털 헬스와 만나며 B2C로, 디지털 헬스가 CES의 중심으로 옮겨온 영향이 컸다. 손 대표는 기업의 전략이 헬스 케어 ‘디바이스 판매’에서 ‘구독 서비스’로 변화한 것을 토대로 앞으로 디지털 헬스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를 예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CES 2023 종료 이후 발표한 각국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70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외견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에서 D, ‘보안’에서 F라는 등급을 받으며 ‘혁신 중진국’으로 평가된 것이다. 손 대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다양성(Diversity), 보안(Security)이 혁신의 상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들이 없이는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강연은 최형욱 라이프스퀘어 대표가 진행했다. 최 대표는 CES 2023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특히 메타버스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이번 CES를 통해 메타버스의 대중화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는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대의 스탠드얼론형 VR 디바이스는 이미 커다란 시장을 형성했으며, 기업들이 VR 콘텐츠 및 하드웨어 디바이스 분야로 뛰어들면서 생태계가 점차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은 메타버스 기반 크리에이터 시장의 성장도 불러올 수 있다. 최 대표는 VR, AR 사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드라마를 찍는 등 크리에이터를 위한 도구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면서, “메타버스 관련 디바이스가 폭넓게 보급되어 있는 이상 성장에 대한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봤다. 이번 CES에서 이러한 메타버스 기반 크리에이터 시장의 초기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또한 최 대표는 현실의 공간에 가상의 요소를 더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디바이스의 부상, 이로 인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합현실은 몰입감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애플이 올해 MR 디바이스를 선보일 것이라 예상하면서, “애플의 참가는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최 대표는 AI의 급격한 발전과 가상화 기술, 그래픽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상인간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디지털 트윈 기술은 이전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Web3는 글로벌 경제의 침체, 업계의 여러 악재와 맞물리면서 NFT와 블록체인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최 대표는 “CES 2023을 통해 시간과 공간 또는 인간이 확장되는 방향으로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면서, “기술은 점점 더 사람을 위한 기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인지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최 대표는 “사회는 다양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작년 CES까지만 해도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올해엔 실용적이고 당장 실현 가능한 기술이 주로 선보여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Day 2, “Generative AI의 폭발적 성장 ∙ 현실적인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Day 2의 첫 번째 강연자는 더밀크 박원익 부대표가 맡았다. 뉴욕플래닛장을 맡고 있는 박 부대표는 AI 대중화 주요 트렌드를 짚고, CES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살펴보며 *Generative AI와 **Chat GPT 등의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 Generative AI : 사용자가 지정한 특정 조건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
** Chat GPT : 오픈AI의 GPT 3.5 언어 기술을 사용하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박 부대표는 NRF 2023에서 소니 반도체 솔루션(SSS)이 발표한 AI 센싱 플랫폼 ‘AITRIOS’, AWS 리인벤트 2022에서 소개된 ‘세이지메이커 캔버스’, LaMDA 기반 AI 작문 도구 ‘Wordcraft’ 등 CES 외에 최근 개최됐던 여러 기술 전시 행사에서 Generative AI 분야의 기술이 주요하게 다뤄졌던 점을 소개했다. 또한 최근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에 Chat GPT를 추가하겠다고 트윗한 내용을 언급하며 “오픈 AI의 지분 49%를 보유한 MS와 구글의 대결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t GPT의 잠재력에 주목한 빅테크 기업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ES 2023에서도 마찬가지로 Generative AI 기술은 높은 주목을 받았다. AMD는 초당 12조 개의 AI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AI 전용 모바일 프로세서 ‘라이젠 7040’을 공개했고, 메타버스 솔루션 ‘옴니버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엔비디아는 옴니버스 내에서 Generative AI 도구를 포함한 기능을 공개했다. 또 AI 기반 가상 인간을 선보여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한 솔트룩스(Saltlux)는 가상 인간에 Chat GPT 같은 언어 생성 기술을 탑재해 시연했다.
박 부대표는 “Generative AI가 폭발하는 시점이 왔다”며, 이에 따라 대중화가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칩 발전의 속도와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이 AI 기술 대중화를 추동하고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보틱스 분야의 AI 적용이 기업의 잠재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역시 AI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선사시대 인류와 지금 우리의 뇌 용적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의 기술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발달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연결’이다”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폭발적인 정보 혁신을 만들고, 진보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AI 발전에 있어서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Day 2 마지막 강연은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정 교수는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를 주제로 CES 2023에서 공개된 자율주행 관련 기술, 전기자동차 및 전동화 생태계, 스마트시티와 IoT, 모빌리티 기기의 진화 등에 대해 강연했다.
먼저 정 교수는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위기를 맞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분석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달성까지는 시기가 더 소요되겠지만, 보다 현실적인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주요 자동차사들의 자율주행 플랫폼이 2025년~2027년쯤 안정화가 되고, 이후 자율주행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2025년을 전후로 자율주행 기술의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CES의 모빌리티 분야 주요 테마로는 ‘차량 전동화의 확산’, ‘스마트 모빌리티를 위한 정밀 센서 및 모듈의 부상’, ‘운송수단의 성능 향상’ 등을 꼽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에만 국한됐던 차량 전동화가 선박, UAM, 농기계로 확장되고,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및 레이더(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 등 다양한 정밀 센서와 모듈이 고도화되고, 운송수단 성능 향상을 위한 외부 패널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CES 2023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트렌드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기조연설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BMW 회장 올리버 집세(Oliver Zipse)는 “자동차를 운전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텔리전트 컴패니언(Intelligent Companion)’으로 바꿀 것”이라 말했다. 이번 CES에서 BMW는 헤드라이트와 그릴을 표정처럼 사용하고, 32색으로 외형을 바꾸거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자동차 Dee를 공개했다. ‘농업계 테슬라’라 불리는 자율주행 농기계 브랜드 존디어(John Deere)의 존 메이(John May) CEO도 처음으로 CES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존 메이 CEO는 “존디어 트랙터의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씨앗이 심어진 정확한 위치에 비료를 뿌리는 기술로 비료 사용량의 60%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CES 2023에서 공개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및 도심 자율주행을 위한 도심 모델링 기술이 특히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디지털트윈 기업 코그나타(Cognata)는 도시를 그대로 가상화하고 4D 모델과 메타버스를 이용해 AI 기반 동적 교통 레이어를 추가한 ‘4D 도시 계획’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시티 부문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시뮬레이션 업체 모라이(Morai)나, 인텔의 모빌아이(Mobileye) 역시 도심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트윈 기술을 선보였다.
정 교수는 자율주행 셔틀, 휠체어, 유모차와 UAM, 농업용 및 개인용 eVTOL 등 모빌리티 기기의 진화에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도 CES 2023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꼽았다. 또한 존디어의 농기계, HD 현대의 선박 등에 기존 자동차에 사용됐던 기술들이 적용되는 등 자동차 기술의 타 모빌리티 확산도 주목할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강연 후 질의응답을 통해 “*자율주행 레벨 4보다 UAM이 더 빠르게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완전 자율주행까지의 도달은 아직 요원하지만, 당분간 레벨 3(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의 진화를 통해 사고를 줄여나가는 기술들을 체감할 수 있을 것” 등의 분석을 내놨다.
*자율주행 레벨 4 :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 등을 자율주행 시스템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