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역도 요정’ 박혜정 선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87kg 이상급(최중량급)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장미란 선수 이후 13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어린 시절 롤모델을 따라 바벨을 잡기 시작한 주니어 역도 선수 박혜정은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로 불리기도 했지만, 성인부 무대에 올라선 지금은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제1의 박혜정’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2024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 금메달을 들고 돌아온 박혜정 선수를 만나봤다.
‘주니어 최강’ 박혜정, 성인 무대에서도 훨훨
2019 평양 아시아 유스(유소년∙주니어) 역도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박혜정 선수 (사진 : 박혜정 선수 제공)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박혜정 선수. (사진 : 박혜정 선수 제공)
어린 시절의 박혜정은 대한민국 역도 레전드 장미란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 역도에 입문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한 선수 생활은 늦었다면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전국 선수권 대회와 전국체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빠르게 성장해 주목받았다.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스(유소년∙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 인상* 용상** 합계 255kg을 들어 올려 장미란 선수의 고2 기록(235kg)을 갱신한 것이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밖에도 2021년 전국 여자 주니어 역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등 주니어부에서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상(引上, Snatch) : 한 동작으로 연결해 머리 위로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 일어나는 경기
**용상(聳上,Clean and Jerk) : 바벨을 1동작으로 가슴 위까지 올리고 2동작에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몸을 곧게 펴는 경기
박혜정 선수는 2022년 4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 최중량급에서 인상 118kg + 용상 162kg으로 합계 280kg을 들어올리며 국가대표 자격을 손에 넣었다. 그 뒤 2023년 1월부터 고양시청과 계약을 맺고 실업팀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성인부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성인부 선수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선배들에게 의지하고 배워가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5월 진주에서 열린 2023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에서는 인상 127kg, 용상 168kg, 합계 295kg를 들어 올리며 은메달을,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에서는 인상 124kg, 용상 165kg, 합계 289kg를 들어 올려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인상 125kg, 용상 169kg을 들어 합계 294kg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성인부 선수가 된 뒤로 친한 언니이자 경쟁자인 영희 언니(손영희 선수)와 계속해서 경쟁하고 있어요. 처음엔 경쟁 상대가 있어 긴장을 놓지 못한다는 점이 힘들었지만, 요즘은 그런 라이벌의 존재 덕분에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노력으로 채워가는 20대, “역도 말고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사진 : 박혜정 선수 제공)
(사진 : 박혜정 선수 제공)
실업팀에 입단한 지 꽤 지났지만, 여전히 막내인 그에게는 ‘역도 요정’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늘 따라다닌다. 역도 요정 박혜정 선수는 국내외 역도 대회 참가를 위해 곳곳을 다니면서도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틈틈이 기분 전환을 한다. 동료 선수들과 웃고 떠들며 춤추는 영상을 촬영하고, 여느 20대처럼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요즘은 ‘호캉스’의 매력에 빠졌다. 힘들 때면 혼자 있고 싶어진다는 그는 “원래 제 MBTI가 ESTJ였는데, 요즘은 ISTJ로 바뀐 것 같아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호캉스를 가서 쉬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역도 요정’ 외에 박혜정 선수의 압도적인 실력을 표현하는 다른 수식어도 많다. ‘한국 여자 역도의 희망’, ‘여자 역도 간판’ 등. 만 20세,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호칭을 짊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다. 송진 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늘 손이 부르트고, 무게를 다루는 종목 특성상 다치기도 자주 다친다. 운동 말고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 봤을 법한데, “역도 말고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라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또래의 다른 20대 친구들도 각자의 목표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저도 제 꿈을 위해 노력 중이고요”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손영희 선수, 박혜정 선수, 인도네시아의 Nurul Akmal 선수, 우즈베키스탄의 Tursunoy Jabborova 선수 (사진 : Weightlifting Federation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올해에도 박혜정 선수의 눈부신 활약은 이어질 전망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24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에서 그는 인상 128kg, 용상 165kg으로 합계 293kg을 들어 올리며 최중량급 3관왕*으로 정상에 올랐다.
* 아시아∙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 등은 인상∙용상∙합계에 각각의 메달을 수여. 올림픽∙아시안 게임은 합계 기록으로만 메달 수여
“이번 대회 전에 재활 치료를 많이 받지 못해 평소 기록보다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3관왕을 하고 돌아와서 기뻐요. 믿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는 올림픽 예선 랭킹(OQR)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로, 박혜정 선수는 이번 우승을 통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2023년 12월 기준 박혜정 선수는 최중량급에서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 선수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OQR 포인트는 오는 4월 28일까지 랭킹에 반영되며 이를 토대로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한편, 박혜정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 앞서 4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4 IWF(국제 역도연맹) 월드컵에도 참가한다. 파리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질문하자 박혜정 선수는 “당장은 올림픽 출전보다 국가대표 선발 자체에 집중하려 해요”라 바로잡고, “국가대표 선발이 확정되려면, IWF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 국제 역도연맹 공식 홈페이지, PARIS 2024 OLYMPIC QUALIFICATION RANKING
유망주 지원하는 SKT, “역도 활성화 위해 힘써줘서 감사한 마음”
2022년 SK텔레콤과 후원 계약을 체결한 유망주 스포츠 선수들. (왼쪽부터) 조현주 선수, 손지인 선수, 박혜정 선수, 황선우 선수
박혜정 선수는 SKT와 후원 계약 체결식에서 앞으로 세 번의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 2022년 8월 박혜정 선수를 비롯한 황선우(수영), 손지인(리듬체조), 조현주(스케이트보드) 등 유망주 스포츠 선수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SKT는 박혜정 선수와의 후원 계약 이후 개인에 대한 후원은 물론이고 역도를 대중에 알리고 활성화하는 데에도 나서고 있다.
“역도는 아무래도 비인기 종목인데, SKT가 후원해 주는 덕분에 역도를 널리 알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러주셔서, 저 박혜정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도 감사하고요.”
하지만 박혜정 선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다름아닌 ‘병원비’다. 무게를 다루는 종목 특성상 부상이 잦은 그는 “SKT의 후원 덕분에 부상 치료나 재활 훈련 등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박혜정 선수에게는 2024 IWF 월드컵, 그리고 파리 올림픽이 전부가 아니다. 12월에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릴 2024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도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2022년 SKT 후원식 당시 “2024 파리 올림픽을 넘어 2028 LA 올림픽까지 도전하겠다”며 당당한 패기를 드러냈던 그는 여전히 “앞으로 세 번의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롤모델인 장미란 선수처럼 훌륭한 역도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당당하게 “저처럼 가능성 높은 선수를 많이 길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SKT는 박혜정 선수와 더불어 많은 유망주 선수 ∙ 스포츠 종목에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유망주의 경우 경기력 우수자 및 저소득층 등 조건에 따라 맞춤형 지원도 제공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SKT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균형 발전 ▲스포츠 ESG 실천이라는 스포츠 육성 철학으로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후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