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톡터뷰>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에 AI가 적용됐을 때 일상의 변화에 대해 대화하는 전문가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신한은행 WM그룹, 오건영 팀장
‘금융’은 AI 기술이 활발하게 도입되는 분야 중 하나다. 금융 분야에 AI가 도입되면서 고객 경험과 데이터 관리는 물론 데이터 기반의 자산 관리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신한은행 WM그룹 팀장이자 <부의 시나리오>, <부의 대이동>를 저술한 오건영 팀장을 만나 AI 시대, 금융 전문가의 역할에 관해 물었다.
“데이터 분석, 자산 관리, 투자 분석 및 추천까지! AI, 금융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어…”
신한은행 WM그룹, 오건영 팀장
Q. AI는 금융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 바라볼 때 AI의 확장 속도는 무척 빠릅니다. 2023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큰 혁명이 예고되고요. 여타 산업과 비교해 금융 산업이 AI 도입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016년 전후로 이미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고, AI와 관련한 알고리즘을 다방면에 적용했습니다. 한편으로 리서치 어시스턴트 역할도 활발하게 수행 중입니다.
■ AI가 투자 종목을 추천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로봇(Robot)과 투자 자문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 AI 알고리즘이 각종 경제 지표와 과거 주가 등의 상관관계 및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전략을 짜고, 이를 고객의 성향에 맞춰 각종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예금 등으로 적절하게 배분해 투자하도록 추천해 준다. 프라이빗뱅커(PB)와 펀드 매니저 같은 인간 전문가가 하던 일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해 주는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앱으로는 파운트(fount), 불리오(boolio), 에임(AIM), 핀트(fint) 등이 있다.
Q. 금융 분야에서 AI의 발전 속도를 어떻게 체감하시나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챗봇과 문답을 주고받으면 답답할 때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오류가 줄어들고 ‘스마트해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이세돌 구단과 대국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그로부터 8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데이터 분석은 물론 자산 관리, 투자 분석 및 추천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죠.
Q. AI가 투자 결정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투자 결정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염두에 둘 것이 있습니다. ‘과거라면 얼마나 과거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죠. 예를 들어 시험 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정해졌다면 그 부분만 파고들면 되지만, ‘처음부터 배운 데까지’라면 막막해집니다. 금융시장의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본다면, 과연 그 과거는 몇 년 치가 될까요? 한 사람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사람인 이상 모든 것을 조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 사이에서도 나름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AI가 분석한 데이터 투자에 좋은 참고 자료 될 수 있어… 개인 및 전문가의 전략에 맞는 대입 필요”
신한은행 WM그룹, 오건영 팀장
Q. AI가 금융 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몇 해 전, S&P 글로벌 산하 소프트웨어 기업인 켄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에서 머신러닝 모델에 금융 데이터를 넣으면 단시간에 리포트를 정리해 주는 AI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해마다 1월의 주가 패턴은 어땠는지’ 물어보면 50년 동안의 S&P500 1월 주가 성적 평균을 순식간에 계산해서 내놓는데요. 만약 인간이 이 작업을 한다면 어떨까요? 지난 50년 동안의 데이터를 모아 엑셀로 옮기고 다시 평균을 내는 등의 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AI 서비스를 말로 이용하게 된다면 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이런 형태의 리서치 어시스턴트는 인간의 노동력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한 데이터를 알려줄 테니까요.
■ 켄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
2013년에 설립된 켄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는 AI를 이용해 금융기관에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2018년에 S&P 글로벌에서 인수했다. 켄쇼테크놀로지의 AI 분석 기술은 기존 애널리스트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기술로 리서치해 준다. 실제로 2016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켄쇼테크놀로지의 AI 분석 기술이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을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며, 600명이 넘는 애널리스트 중 2명을 제외하고 전부 해고하기도 했다.
Q. 금융 분야에서 AI를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면 금융과 관련한 분석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요. 만약 전쟁이나 규제, 정치 등 데이터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발생할 경우 투자 환경에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형 데이터를 다룰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오류에 유의해야 합니다.
금융시장에서 데이터 분석 시 언어를 인식하게 되면 과거 보지 못했던 데이터의 영역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다양한 사건에 대한 카테고리를 매우 정교하게 분류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어요. 이러한 분류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고요. 객관화되지 않은 정보를 분석에 활용해 얻은 결과는 또 다른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류의 가능성은 열어 두되 금융 전문가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들이 각자 주관에 맞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AI가 인간 금융 전문가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요?
저도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한 여타 펀드의 운용 알고리즘 성과를 모니터링합니다. 실제로 해외 유명 헤지펀드 역시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신속한 트레이딩을 시작했고요. 이런 학습 결과가 쌓이면 실제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급변했을 때 적용하지 못하는 영역도 남아 있어요. 최근 세계의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일어난 사건인데, AI의 학습량은 30년의 데이터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AI는 40년의 데이터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AI가 제공하는 패턴과 정보는 좋은 참고 자료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또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부분에서는 사람의 창의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AI를 통한 자산 관리가 활발해지고 있는 요즘, 오건영 금융 전문가를 통해 금융 시장의 AI 활용 현황과 미래 방향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