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민 선수는 2022 근대5종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U-19)와 17세 이하(U-17) 여자 개인전을 세계 최초로 동시 석권했다. 육상 종목에서 근대5종으로 전향한 지 1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육상을 포함해 펜싱, 수영, 승마, 사격까지 총 다섯 가지 종목을 잘 해내야 하는 근대5종은 단순히 재능의 영역이 아니다. 뛰어난 신체 능력뿐 아니라 정신력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신수민 선수가 낸 성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 근대5종의 차세대 유망주, 신수민 선수를 만나봤다.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는 승마를 제외한 육상, 사격, 수영, 펜싱 네 종목을 치르는 U-19 부문과 펜싱까지 뺀 U-17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는 청소년 최고 권위의 대회다.
대한민국 근대5종 국가대표, 육상 선수 경력의 여고생
육상 선수 시절 신수민 선수 (사진: 신수민 선수 제공)
신수민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육상 종목에 재능을 보였다. 긴 하지장을 이용한 큰 보폭으로 2~3살 많은 경쟁자를 가볍게 추월하곤 했다. 자연스럽게 육상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지만, 중학교 3학년 시절 소속되어 있던 육상부가 해체됐다. 그렇게 신수민 선수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근대5종으로 종목을 변경하게 됐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근대2종 시합이나 철인3종경기 시합을 나갔어요. 덕분에 근대5종에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즐긴 경험이 있어, 종목 변경에 망설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으로 이뤄진다. 수영 실력이 필요해 수영 선수 출신은 꽤 되지만, 육상 선수 출신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종목을 경험한 신수민 선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근대5종으로 종목을 변경한 지 1년 만에 신수민 선수는 2022 근대5종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U-19)와 17세 이하(U-17) 여자 개인전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다. 육상 선수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됐을까. 그는 “육상 선수 시절, 큰 보폭이 제 특징이었는데 이 점이 근대5종의 레이저런*에서 큰 장점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 최근 근대5종에서 육상과 사격 종목은 복합 경기인 ‘레이저런’으로 대체되고 있다.
달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는 육상과 달리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을 균형 있게 잘해야 한다. 육상 종목과 근대5종의 훈련 과정 차이점을 물었다.
“육상은 한 가지 훈련만 하면 되지만, 근대5종은 여러 종목을 훈련해야 해서,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조금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종목이 부진하면 전 종목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족한 종목은 따로 시간을 내서 보강 운동을 해요. 다섯 가지 종목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죠.”
힘든 점이 곧 매력, “종목이 5개라 힘들지만, 또 다양한 게 매력이에요”
2022 U17, U19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1위를 석권한 신수민 선수 (사진: 신수민 선수 제공)
2022 U17, U19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1위를 석권한 신수민 선수 (사진: 신수민 선수 제공)
하루 동안 모든 경기가 치러지는 근대5종은 그만큼 경기 시간이 길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과 관람이 쉽지 않아,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점이 아쉽지 않은지 물으니 신수민 선수는 “대중들이 잘 모르는 스포츠인 게 아쉽긴 하지만, 저는 제가 잘하고 좋아한다는 점이 제일 중요해요”라 답한다.
그가 말하는 근대5종의 매력은 근대5종이 힘든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근대5종의 매력은 종목이 다섯 개인 점이에요.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한 가지 종목이 부진할 때 다른 종목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경기도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역전 가능성도 있는 종목이죠. 또, 다섯 가지 운동이 주는 재미가 다 달라서 좋아요.”
필요한 체력, 조건, 기술이 서로 다른 5가지 경기 종목을 완수하는 것에는 신체 능력뿐 아니라 강한 정신력, 많은 훈련이 요구된다. 신수민 선수는 새벽 6시 수영 훈련을 시작으로, 사격, 육상, 레이저런, 학교 수업까지 모두 착실히 완수한다. 마지막 펜싱 훈련까지 마치면 오후 5시가 넘는 시간이 되는데, 그때부터는 보강 훈련으로 부족한 종목에 집중한다. 모든 훈련이 마치면 저녁 8시가 넘어간다.
“훈련이나 시합 과정이 힘든 만큼, 성적을 냈을 때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2022년에 근대5종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U-19와 U-17에서 3관왕을 했었어요. 시합이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있던 수준이어서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그만큼 좋은 성적을 받아 너무 기뻤어요.”
첫 시니어 대회 앞둔 신수민, “부상 있어도 최선 다할 예정”
SK스포츠꿈나무 프로그램 우수자 후원식에 참여한 신수민 선수 (오른쪽 두 번째)
SKT는 SK스포츠꿈나무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 배려자와 경기력 우수자를 지원하여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선수들에게는 국가대표 후원을 제공하는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다. 신수민 선수는 SK스포츠 꿈나무 경기력 우수자 출신으로 2024년 1월 유망주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SKT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SKT 후원 계약을 통하여 저에게 많은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훈련을 위한 후원금이나 멘탈 코칭 수업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신수민 선수 (사진 : 신수민 선수 제공)
신수민 선수는 청소년 전국 체전을 앞두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때 모두 금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까지 금메달을 획득하면 3관왕을 기록한다. 3관왕에 성공한다면 청소년 여자 부문에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메달도 꿈꾸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에요. 곧, 제 첫 시니어 대회인아시안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있어요. 부상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한편,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경기 중 승마 경기에서 불거진 공정성 지적과 동물 학대 논란이 있었다. 2021년 11월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2024 파리올림픽까지 기존 5개 종목으로 경기를 진행한 뒤, 근대5종에 승마를 제외하겠다고 선언했고, 2022년 5월에는 승마를 대체할 종목 후보로 장애물 경기를 선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이다. 체력과 스피드가 경기인의 신체 속에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5종 경기를 찬미했다. 진정한 스포츠로 인정받는 근대5종 종목에 신수민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SKT는 앞으로도 비인기종목, 인기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통한 ESG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