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톡터뷰>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에 AI가 적용됐을 때 일상의 변화에 대해 대화하는 전문가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이현세 만화가가 최근 기존 작품을 AI에 학습시켜 리메이크하는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만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에게, AI 시대에 만화와 웹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물어봤다.
최신 웹툰 스타일로 재탄생한 까치… ‘이현세 AI 프로젝트’
1982년에 발표한 대표 히트작 <공포의 외인구단> 표지.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통해 리메이크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AI 열풍이 만화∙웹툰계에도 불어오고 있다. 1979년 등단해 1982년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발표하며 전국에 ‘까치’ 신드롬을 일으키고, <아마게돈>, <카론의 새벽>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이현세 작가는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만화를 그리며, AI로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교 외인부대>와 <카론의 새벽> 등 기존 작품을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맞춰 작품을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AI가 구현한 ‘까치’는 기존 만화 특유의 더벅머리는 그대로지만, 날렵한 턱선과 8등신 비율 등 최신 웹툰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다양한 이미지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되는 이 프로젝트는 AI가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해내는 과정이다.
“AI 시대의 작가는 곧 질문자… 더 나은 질문을 위해 공부해야”
이현세 만화가
만화∙웹툰 작가들은 하루에 길게는 14시간씩 작업해야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다. 이때 AI가 보조 작가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만화가는 창의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그만큼 작품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현세 만화가는 AI도 결국 작가를 위한 창작의 도구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Q. 요즘은 출판만화보다 웹툰이 대세인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대한민국은 웹툰 종주국으로 불립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과 미국의 히어로 만화 시장, 그리고 유럽의 그래픽 노블 시장에 이어, 우리나라는 웹툰이라는 네 번째 만화 블록을 완성했습니다. K-웹툰 열풍의 위대한 첫 걸음이라 자부합니다.
Q.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현재 AI와의 작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과거 작품의 리메이크라곤 하지만, 결국엔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맞춰 작품을 재해석하는 일이거든요. 이것도 창작 욕구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중 <카론의 새벽> 전작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작업 만족도는 ‘아직’입니다. 재미있는 건, 뒤로 갈수록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이게 바로 AI의 장점이랄까요?
Q. 만화나 웹툰 제작에 AI를 활용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일단 작업 시간이 크게 줄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누구나 만화∙웹툰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단, 작가 고유의 몫인 철학, 미학, 감각 등 창의적인 부분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저작권 침해 문제도 심각해질 것입니다.
Q. 수작업을 고수하는데, AI가 그리는 만화와의 간극을 느끼나요?
예술가와 엔지니어의 결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AI로 만화를 그려도 숙련된 인간의 손과 신념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AI에게 기억과 지성을 빼앗겨도 마지막까지 인간의 감각과 감성으로 만화에 대한 나의 신념을 지킬 생각입니다.
Q. AI를 활용한 제작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가끔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합니다. 가령 손가락을 여섯 개 그리거나, 남자인 ‘까치’의 몸에 여자의 가슴을 그리는 등의 오류를 종종 저지릅니다.
Q. AI 시대에 만화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만화∙웹툰은 한마디로 ‘이야기’ 산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혁명,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AI에게 더 나은 질문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AI 시대에 작가는 ‘질문자’가 될 것입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현세 작가는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통해 AI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며 “작가들이 AI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용기를 내 도전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