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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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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Change’는 SKT 뉴스룸이 전개하는 캠페인으로 AX를 통한 일·문화 혁신과 고객 가치 혁신(CX)을 통한 신뢰 회복, 두 방향의 변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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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 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고객신뢰 위원회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SKT의 고객 신뢰 향상 방안을 검증하는 한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채연 고객신뢰위원의 기고를 통해 AI 시대 기술이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살펴봤다.

김채연 고객신뢰위원

“그린델발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길에 들르면 좋을 호수를 추천하고 경로와 소요 시간도 알려줘”

친구들과 알프스 지역을 돌며 로드트립을 하고 있다. 이제는 지도를 펼치거나 다른 여행객들의 경험을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AI 비서가 뚝딱 경로를 제안해준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며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할 것도 없이 ‘아, 정말 얘 없으면 어쩔 뻔했어.’ 하고 쉽게 만족한다.

AI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더 쉽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숲길 끝에서 마침내 파란 호수를 마주하는 순간, 아침 공기의 촉촉한 물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 잘못 든 길을 한참 되돌아가는 황당한 낭패까지 대신 경험해줄 수는 없다.

여행이 남기는 건 것은 호수의 이름이나 ‘주차장에서 걸어서 20분’이라는 사실보다, 그곳에서 직접 만난 순간의 감정과 소중한 경험이다.

AI와의 협업, 성공의 키는 ‘경험’과 ‘주체성’

내가 회사에서 매일 겪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AI 덕분에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엑셀의 달인이던 나는 그만큼 엑셀을 쓸 일이 줄었다. AI와 함께 일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이를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AI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과 AI의 협업 결과물이 최고의 사람이나 최고의 AI 혼자 수행한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AI보다 우수한 사람이 AI와 함께 일할 때는 협업의 이득이 크지만, AI보다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는 AI와의 협업이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섣불리 AI를 활용해 쉽게 일하며 그게 내 능력인 줄 착각하다 보면 금방 AI만 못한 내가 들통날지 모른다.

최고의 능력자는 못되더라도 AI와 함께 잘 일하려면 더 나은 내가 되려는 노력이 필수다. AI와 협업에 있어 성공의 키(Key)는 AI에게는 없는 사람만의 감각적 경험과 주체성을 십분 활용하려는 태도에 있다.

사람을 닮아가는 AI

AI는 내 업무의 개인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나, 혹은 내가 속한 조직과 다른 사람 간 소통의 중재자가 되어 주기도 한다.

고객신뢰위원으로 가까이서 지켜본 SK텔레콤과 고객 사이에서도 AI의 역할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고객센터 상담의 AI 활용 방안이나, 에이닷(A.) 오토의 음성 에이전트 등 사례도 많다. 이런 AI 기술은 사회적 촉진자로서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고, 관계와 연결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촉진을 더 매끄럽게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AI 비서와 지속적인 소통을 해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경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대화가 쌓여갈수록 내 AI 비서는 내 성향도, 내가 좋아하는 대화 방식도, 말투도 배워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감정적 교류도 일어난다. 하지만 나에게 맞춰진 이 대화 스타일이 일정 시간 지속되면 계속해서 좋아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나에게 맞춰지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싹트고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재미도, 대화도 줄어든다. 이런 소통과 감정 교류의 전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나를 지나치게 잘 학습하는 AI와의 소통에서는 더 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영혼 없이 정답만 딱딱 내놓는 사람을 ‘AI 같다’고 표현하는 데서도 이러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므로 아이러니하게도 AI 에이전트 기술은 점점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학습하고 더 정확한 답을 주는 방향만 아니라, 다소 불완전하고 때로는 주저하며 그리하여 ‘인간적인’ 방향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음’, ‘어’ 같은 머뭇거림을 넣기도 하고, 말 사이의 침묵을 늘리기도 하며, 상황과 맥락을 반영하는 적응적인 AI를 고려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도 하지만, 이런 ‘예측 오류’가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술의 방향성을 이끈다

사람을 닮은 AI 자체가 기술 개발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AI라면 기술력보다는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AI를 사용하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AI가 기업과 고객 사이의 접점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지금, 기업 역시 기술을 통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뿐 아니라 고객이 그 기술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고객 접점이 넓어질수록 기업의 고민은 기술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고도화할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객이 AI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어디까지 맡기고 싶어 하며, 어떤 순간에 직접 선택하고 개입하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정보 자체를 넘어 그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 그리고 ‘AI를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이용자의 감각까지 고객 경험의 일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고객 경험은 기술의 성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기술 자체에만 주목하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그 경험을 설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기술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고객자문단을 비롯해 찾아가는 서비스, CX 캠퍼스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SK텔레콤의 방향은 분명 옳다고 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고, 이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가는 SK텔레콤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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